중국을 주 타격대상으로 삼은 트럼프 관세

그러면 그럴수록 승승장구하는 중국 무역

6~8월 중국 총수출 6% 증가

트럼프 재집권 뒤 세계가 중국상품 더 많이 수입

ASEAN 쪽으로 생산기지 옮기는 중국 기업들

미국의 공격에도 중국 무역은 번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9월 9일
미국의 공격에도 중국 무역은 번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9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하고 있는 ‘관세전쟁’의 주 타격목표가 중국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올해 1월에 재집권한 이후 그가 가장 큰 분노를 쏟아낸 대상은 중국이었다. 그는 4월 2일 관세전쟁을 선포할 때 “우리(미국)는 전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바가지를 쓰고 있다”며, 세계 최강국 미국이 동맹국까지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부를 약탈당하는 피수탈자 신세인 양 얘기했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을 콕 집어 “(미국에게) 최고의 바가지를 씌운 나라”라고 비난했다. 지난 6일 트럼프는 다시 중국에게 꼬리표를 하나 더 붙였다. “가장 깊고 어두운 중국(deepest, darkest China).”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9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중 무역,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회담이 열리는 날 중국 허리펑 부총리와 회동한 뒤 걸어가고 있다. 2025.9.15.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9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중 무역,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회담이 열리는 날 중국 허리펑 부총리와 회동한 뒤 걸어가고 있다. 2025.9.15.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무역협상 대표 리청강이 9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무역,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미중 회담 당일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2025.9.15.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무역협상 대표 리청강이 9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무역,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미중 회담 당일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2025.9.15.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을 주 타격대상으로 삼은 트럼프 관세

그는 자신의 분노를 바로 행동으로 표출했다. 마약 펜타닐 거래 관련 징계관세까지 포함해 중국 상품에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는 미국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때린 고관세도 중국이 트럼프 관세를 피해 그들 나라를 경유해서 그들 나라 상품으로 위장해 미국에 보낸다고 의심하는 중국산 ‘환적’ 수출품들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EU(유럽연합)에 대해서도 철강 등 중국산 금속이 그들 역내 공급망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처럼 트럼프의 조치들은 산발적이긴 하지만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일관성 있는 듯 보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승승장구하는 중국 무역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트럼프가 그러면 그럴수록 중국 무역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응했고, EU와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부추겨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가장 대담한 행보는 지난 1일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극적으로 부각됐다. 그는 미국이 망쳐 놓고 있는 세계무역 체제에서 중국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회원국들에게 “(트럼프 미국의) 냉전적 사고와 횡포(cold war thinking...and bullying)에 항거하라”고 촉구했다.

이게 그냥 선언 차원의 빈말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발언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은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 선언한 4월 2일 관세전쟁 선포 이후 지금까지 몇 달 간 펼쳐져 온 무역 데이터들이다.

 

지난 6~8월, 중국의 주요국에 대한 수출 추이. 중국의 수출이 줄어든 나라는 미국(맨 아래)과 인즙국 멕시코뿐이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수출은 60% 가까이 늘었고, 베트남 태국 이집트 등에 대한 수출도 20% 이상 늘었다.   이코노미스트 9월 9일
지난 6~8월, 중국의 주요국에 대한 수출 추이. 중국의 수출이 줄어든 나라는 미국(맨 아래)과 인즙국 멕시코뿐이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수출은 60% 가까이 늘었고, 베트남 태국 이집트 등에 대한 수출도 20% 이상 늘었다.   이코노미스트 9월 9일

6~8월 중국 총수출 6% 증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8일 공표된 중국의 최신 세관 통계를 토대로 작성해 9일 내보낸 기사(‘미국의 공격에도 중국 무역은 번창하고 있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나 줄었다. 그 결과 중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월에 기존 15%에서 10%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 무역체계를 망가뜨려 놓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더 큰 야망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총수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아프리카로의 수출은 30% 이상 늘었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쪽으로의 수출은 20%, 유럽으로의 수출은 약 10% 늘었다.

1년 전만 해도 EU와 미국의 수입품 중 중국상품의 비중은 비슷했지만, 지금 유럽은 미국보다 60% 이상 더 많은 중국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뒤 세계가 중국상품 더 많이 수입

결국 미국을 뺀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중국상품을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특히 2013년에 중국의 일대일로(BRI) 정책이 확고한 기반을 마련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 및 신흥국)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그리고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이후 BRI의 추진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리피스 아시아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BRI 활동은 12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계약과 투자가 집행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이 수주한 BRI 건설 계약의 거의 절반이 아프리카 프로젝트였다. 그 아프리카와의 계약은 300억 달러가 넘었는데, 전년 동기 대비 5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런 거래는 무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의 나이지리아에 대한 수출은 지난 3개월 동안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철도, 발전시설 건설장비의 수요가 증가한 덕이다. 이집트도 BRI 차관을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금융은 다른 분야에서도 힘을 키워가고 있다. 케냐는 달러화 표시 중국 차관을 위안화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남아공은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에 서명했다.

동남아국가연합으로 생산기지 옮기는 중국 기업들

공급망에서도 중국은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태국과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가장 큰 폭의 증가는 전자 및 기계 부문으로, 이들 두 나라에 대한 수출량이 4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는 트럼프가 부과한 고관세가 발동되기 전에 미리 구입하는 ‘선제적 대응’(front-loading)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는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원산지 규정을 (형식적으로) 준수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ASEAN 내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 나라를 경유하는 ‘환적’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들 지역에서의 중국 기업들의 역할을 다지게 될 것이다.

15세기 명나라의 실패 닮아가는 트럼프 보호주의

이런 추세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예외적인 나라는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다. 5월부터 7월까지 멕시코의 중국상품 수입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조만간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난 9월 4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중국산 자동차, 섬유, 플라스틱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자국 내 기업들을 보호하고, 오랫동안 ‘북미 요새(Fortress North Ameica)’ 건설을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보기에 트럼프가 바라는 그런 북미지역 요새화는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트럼프의 바람은 15세기 중국 명나라가 걸어간 길을 뒤따라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 명나라는 정화의 대항해 시대를 거친 뒤 내향적인 정책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무역을 억제하고 만리장성을 건설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쇠퇴를 가속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자국의 국경 및 무역 장벽을 높이 쌓고 있는 트럼프의 미국이, 이미 드러난 무역 통계치 변화들이 시사하고 있듯이, 15세기 중국 명나라가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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