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겐 낯선 찌개 함께 떠먹는 모습

반찬 통째 먹고 다시 보관하면 비위생적

음식점이 내놓는 기본반찬도 너무 많아

전통, 위생, 경제성의 균형점 찾아 보자

덜어 먹는 문화를 만듭시다!

오랜 해외 생활 후 고국을 찾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정겨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립던 음식은 반갑지만, 우리의 문화적 관습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식사 문화다. 커다란 냄비에 담긴 찌개를 여러 명이 각자의 숟가락으로 떠먹고, 공동으로 먹는 반찬에 개인 젓가락을 사용한다. 이런 모습이 한국의 '정(情)' 문화를 상징하지만, 위생 관점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가정집에서 반찬통을 통째로 식탁에 내놓고 함께 식사한 후에 그대로 냉장고에 넣는 것이나 음식점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종류의 반찬을 내놓는 장면도 놀랍다. 과연 이런 식사 습관을 지속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이런 우리의 식사 방식 뒤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궁리해 본다.

 

식당 식사 장면
식당 식사 장면

(1) 전통적 식사 방식과 문제점

1. 공동 식사와 반찬 재사용의 위험성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40~50%로, 감염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대변, 구토물, 타액(침) 등을 통한 가족 간의 전염이 주된 경로다. 공동 반찬을 이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은 이러한 감염 확산에 직접 관련된다. 연구에 따르면 부부 중 둘 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균에 감염된 경우가 23%였으며, 동거 기간이 길수록 감염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접한 접촉과 공동 식기 사용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다.

재사용한 음식물은 타액에서 흘러든 소화 효소 때문에 부패하거나 변질할 위험이 크다. 가정에서 반찬통을 통째로 내놓고 여러 명이 개인 젓가락으로 집어 먹은 후 다시 보관하는 것은, 사실상 타액이 혼합된 음식을 재보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식약처가 2019년 제시한 음식 재사용 기준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자는 손님에게 제공됐던 음식물을 재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여전히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 음식물 낭비와 경제적 문제

한국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종류의 반찬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많다. 10여 가지,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이 상에 차려진다. 한국 식문화의 풍성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전체 음식물쓰레기 중 약 70%는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하며, 음식물쓰레기는 현재 생활 쓰레기 전체 발생량의 약 29%를 차지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만약 식당에서 제공되는 모든 반찬을 정말로 다 버린다면, 이는 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사용하는 것은 위생상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애초에 적정량을 제공하거나 개별적으로 덜어 먹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3. 환경적 영향

음식물쓰레기는 단순한 낭비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환경 문제다. 음식물이 부패할 때 생성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초래한다. 과도한 반찬으로 인한 음식물 낭비는 결국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

4. 외국의 개별 식사 문화와 장점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개별 식사 방식은 위생상 장점뿐만 아니라 경제적, 환경적 효과도 명확하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도 공용 집게나 국자를 사용하여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는 방식은 교차 감염의 위험을 현저히 줄이고, 동시에 개인이 필요한 만큼만 섭취할 수 있게 한다.

각자의 식기를 사용해 타액을 통한 병원균 전파를 방지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나 알레르기 등을 고려한 식사가 가능하다. 또한 개별 몫으로 제공되는 음식은 적정량 섭취를 유도하여 결국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며,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현저히 줄여 환경적 효과에도 기여하고 있다.

5. 성공 사례와 벤치마킹

국내 성공 사례 : 일부 고급 한식당에서는 이미 개별 반찬 제공이나 덜어 먹기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이나 프리미엄 한식당에서는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서빙한다.

해외 한식당의 사례 : 해외에 있는 한식당 중 상당수는 이미 현지 위생 기준에 맞춰 개별 서빙 방식을 도입하면서도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통과 위생이 양립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2) 식습관 개선 방안과 효과

1. 가정에서의 각자 덜어 먹기 문화 정착

가정에서는 반찬통을 통째로 내놓는 대신, 개별 작은 접시나 종지를 활용하여 필요한 만큼 덜어 먹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는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음식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적정량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러한 습관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족의 건강과 비용 절감 모두에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찌개나 국물 요리의 경우, 공동 찌개에 국자를 제공하여 각자 개인 그릇에 덜어 먹는 방식을 도입한다. 또는 개별 볼 서빙 방식으로 하여, 아예 처음부터 나누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2. 식당의 반찬 제공 시스템 개선

식당에서는 10여 가지가 넘는 과도한 반찬 대신, 5~6가지의 엄선된 반찬을 적정량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운영비를 절감하며, 동시에 반찬 재사용의 유혹도 줄일 수 있다. 반찬 제공 방식으로 작은 접시를 사용하게 하거나, 셀프 바 형태로 운영할 때는 공용 집게와 개별 접시를 비치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모든 반찬은 당일 조리된 것으로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같은 안내문을 게시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고, 동시에 자체적인 위생 관리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개별 접시에 덜어 먹는 고객에게 가격을 조금 깎아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것을 환경 보호 활동으로 홍보하여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3. 문화적 극복 방안

이러한 변화 시도에 대해 "한국인의 정을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다" 또는 "한국의 전통을 해친다"라는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정(情)은 상대방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음식물 낭비를 줄이면 환경과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선택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익숙해진 생활 습관을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1단계 : 가족 중 누군가 감기 등 전염성이 있는 병에 걸렸을 때는 개별 식기 사용
2단계 : 영유아나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구성원을 위한 별도 식기 준비
3단계 : 평상시에도 일부 반찬부터 덜어 먹기 시작
4단계 : 온전한 덜어 먹기 문화 정착

4. 교육과 인식 개선

학교 : 급식에서부터 개별 서빙이나 덜어 먹기를 교육해, 어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음식점 : 사장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강화하고, 새로운 서빙 방식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매스컴 :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유명 셰프들이 개별 서빙의 장점을 알리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유도한다.

5.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이익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절약 :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면 처리비용도 함께 절약된다.
음식 재료 구매비 절감 : 적정량만 소비하게 되어 불필요한 음식 재료 구매를 줄일 수 있다.
의료비 절약 : 위생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식중독이나 기타 감염병 발생이 줄어들어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6.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환경 보호 : 음식물쓰레기 감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매립지 부담 완화
공중보건 개선 : 감염병 확산 방지를 통한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 향상
요식업계 경쟁력 강화 : 위생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국내 요식업계의 경쟁력 향상

한국의 전통적인 식사 문화는 우리만의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우리의 식습관도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특히 건강관리, 음식물 낭비와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따라서 전통의 정신은 살리되 방식은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음식을 함께 먹는 문화적 가치는 유지하되, 그 방법을 위생적이고 경제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개선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의 건강과 공동체의 안전, 그리고 환경과 경제를 위한 배려로써 새로운 식사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우리는 전통의 가치는 지키면서도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덜어 먹기 문화의 정착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며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은 큰 사회적 개선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노래 "우리, 식습관 바꿔요" ----->www.youtube.com/watch?v=--jrzuwksGc

우리, 식습관 바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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