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②
패트리엇 포대 중동 이동배치는 한미 조약 위반
전략적 유연성과 힌국군의 미군지원 연동돼 있다
전략적 유연성 허용하면 한국은 중국의 공격표적
어제(8월 20일) <민들레>에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이 그 글에서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주요 쟁점에 관한 생각을 추가로 정리해 보내왔다. 그 전문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 ②’를 이어서 싣는다.
안전장치를 두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자는 주장의 문제점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 사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되 한국이 말려드는 일이 없게 사전협의제 등의 안전장치를 두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끌려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2025.8.18.)는 언론의 보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를 두자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점에서 이런 주장들은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 어떤 명분으로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순간 이런 정당하고 확실한 근거를 우리 스스로 허물게 됨으로써 그 때부터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되며 이른바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패트리어트 포대 중동 이동배치는 한미 조약 위반
지난 4월과 5월 미 국방장관의 지시와 인도태평양사령관의 명령으로 주한미군이 패트리어트 2개 포대(병력 300명)를 중동으로 이동배치하였다. 언론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포대의 중동 이동배치에 관해 사전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주한 미군의 패트리어트 포대의 중동 이동배치는 '어느 일국의 정치적 독립이 외부의 무력공격에 의해 위협을 받을 때(제2조) 타 당사국과 협의하게 되어 있고, 조약의 방어지역(제3조)을 한국영토로 한정하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주한 미군 패트리어트 포대의 중동 이동배치에 합의해 주었다. 만약 한국정부가 이런 주한 미군의 패트리어트 중동 이전배치가 불법임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였다면 미국은 이동배치를 강행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강행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의 전면적인 합의를 강요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상 불법임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사전협의제를 조건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 준다면, 그때는 사전협의제와 같은 안전장치를 둔다 하더라도 그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일본 사례-실효성 없는 미군 입출입 사전 협의제
일본 사례도 주한 미군 입출입 사전 협의제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제도가 될 것임을 알려준다. 미일 양국은 1960년에 신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하면서 주일 미군의 배치와 장비 등의 주요 변경 사항을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조약 제6조의 실시에 관한 교환공문’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1960년 미일 신 안보조약 체결 때 핵무기의 일본 경유는 사전협의의 예외로 인정하는 비밀협약이 같이 서명되었다.
그밖에 주일 미군기지로부터의 자유출격에 관한 비밀약속의 존재, 사전협의 대상이 되는 주일 미군기지로부터의 작전출동에 관한 극히 제한적인 해석, 미일 간의 사전 협의제가 채택되었지만 지금까지 일본에서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는 사실 등은 일본에서 사전 협의제가 무용지물이었고 단지 미군의 핵무기 반입이나 주일 미군기지로부터의 해외 작전출동을 합법화하는 역할만 했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역외출입이 불가피할 경우 오키나와·괌 등으로 잠시 이동하였다가 양안분쟁 등에 투입하도록 하는 이른바 역외기지 이용 방안을 한국의 대중국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김정섭, 이성훈 등)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눈 감고 아웅’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이런 안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부터 올 수 있는 직접적인 피해를 모면하게 해달라고 미국에 간청하는 안과 다름없다.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전략적 유연성)과 한국군의 지역적 역할은 분리되어 있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볼 때 이재명 정부가 이번 25일의 한미 정상회담 때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주고 한국군은 이른바 대만 사태 등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식의 분리 대응을 기조로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한 언론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미국은 변화된 동북아 안보 현실을 감안해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것이고, 우리는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위험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접점을 찾기 위해 협의 중”(동아일보, 2025.8.18.)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이런 분리대응을 기조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태평양지역에서의 한국군의 미군 지원 역할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줄곧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지역과 그보다 더 넓은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지키는데 주춧돌의 역할을 하고 또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만약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정부의 동의를 얻게 된다면 한미동맹이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미국의 주장, 또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지역을 적용범위로 한다는 미국측의 자의적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한국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순간 한국의 미국 방어 원조의무를 배제하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란 가장 강력한 법적 근거를 포기하는 것이 됨으로써 미국의 한국군에 대한 지역적 역할 요구에 대해서 더 버티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허용은 한국의 대중국 발진기지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된다는 것은, 한국이 대중국 발진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원하든 원치 않든 중국의 공격표적이 될 것이며 중국과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당시 국방부장관을 지낸 신원식조차도 전략적 유연성만큼은 단호히 ‘노’라고 강한 반대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이재명 정부에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군의 지역역할(양안분쟁 개입 등)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진정으로 우리 국민과 민족의 운명이 미중 패권전쟁에 말려들어 벼랑으로 몰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 단호히 ‘노’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로 나아가야 할 때
주한 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상 본연의 임무인 남한 방어를 뛰어넘어 양안분쟁이나 인도태평양지역, 중동 등에서의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으로 그 역할이 바뀌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정찰기(U-2S)가 오산에서 발진해 대만해협(양안),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로 비행해 중국군 감시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는 오래되었다.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은 미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2025.5.13.)에서 “주한 미군의 전력이 한국에서 다른 데로 이동배치된 것은 이번(주한 미군 패트리어트포대 중동 이동)이 처음은 아니다. (얼추) 50~60번 주한 미군 전력이 전 세계 [군사적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전력이 수십 차례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등 각지의 무력분쟁에 차출되었다는 사실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이제 다반사가 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미군을 한국에 배치할 권리를 미국에 부여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는 본래 남한 방어를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이 권리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위해서 쓰여 지고 있다. 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목적과 규정 위반이며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더구나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6조는 조약이 무기한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 미군기지의 대중국 발진기지 역할이 무기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잠재한다. 주한 미군이 조약상의 임무인 한국 방어에서 벗어나 중국 봉쇄 등 한반도 역외 임무 수행을 위한 군으로서 변모하고 있는 이상 주한 미군의 주둔근거가 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에 비해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어 주한 미군이 없더라도 북한에 대해서 충분한 독자적인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국정원은 핵이나 화학가스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 등에 의해 남한의 핵심군사시설이 피격된 상황에서도 남한이 주한 미군을 제외하고서 북한에 비해 10%정도 군사적 우위에 있다는 남북 군사력 비교에 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였다(신동아, 2010.3). 국정원 보고서는 북한이 핵(전술핵)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남한이 방어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 미군 전력은 대북 방어가 아니라 북한 점령, 북한군 격멸, 북한 정권 전복을 위해 필요한 전력이다. 그러나 이런 한미 연합군의 공격적인 대북 전략과 전쟁목표, 작전계획은 유엔 헌장 51조에서 인정되는 자위권을 뛰어넘는 것이며 그에 위배된다. 이 자위권은 어디까지나 무력공격을 받은 나라가 그 무력공격을 격퇴하는 것에 한해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군의 북한 점령, 북한군 격멸, 북한 정권 전복의 전략 목표와 작전계획은 또한 적의 군대를 약화시키는 것을 유일한 합법적인 전쟁목적으로 규정한 1868년의 상트 페테스부르크 선언, 또 국제인도법의 원칙인 비례성원칙과 군사적 필요성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 5022는 북한의 핵공격 징후만 있어도 공격하는 선제공격전략에 입각해 있는데 이는 무력 위협 또는 사용을 금지한 유엔 헌장 2조 4항, 그리고 침략을 부인하고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우리 헌법에 위배된다. 이런 주한 미군 주둔 목적의 불법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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