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유연성 인정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위배

그것은 한국을 대 중국 발진기지로 전락시키는 것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한국의 미국 방어 의무 없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인·태전략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용 지역집단방위기구로 변질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 발언은 이를 위한 억지 주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한미동맹의 현대화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요구에 맞춰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최근 미국 트럼프정부는 한국에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8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란 주한 미군의 역할을 한국방어에서 중국견제로 확대변경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에 맞춰 한국군은 국방비를 늘려 한국방어를 책임지고 아울러 태평양지역에서 미국, 일본 등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는 미국 본토방어와 중국 봉쇄(특히 대만 방어)에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 한국 등의 동맹국에 대해서는 각자가 국방비를 대폭 늘려 자국의 방어를 책임지게 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10.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10. 연합뉴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을 대중국 발진기지로 전락시킨다

여기서 주한 미군의 역할을 한국방어에서 중국견제로 확대하는 것이 이른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며 한미동맹 현대화의 핵심 축이다.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되고 한국군도 그에 맞춰 중국견제에 동원된다면 한국은 대중국 발진기지가 되어 미중 전쟁에 말려들게 되며 무엇보다도 미국 중국 핵전쟁의 제물이 될 수 있다.

평시에도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일상적인 군비경쟁에 내몰릴 것이며 우리의 재원과 산업은 중국과의 대결에 헛되이 낭비되고 민중의 삶은 더욱 피폐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간 대결은 더욱 고착되고 첨예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남북 사이의 평화와 통일, 번영은 요원하게 될 것이고 미일에 대한 한국의 종속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에 요구할 아무런 법적인 근거가 없다. 주한 미군이 주둔하는 국제법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방어할 지역을 한국(남한) 영토에 한정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보면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로 되어 있다.

여기서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만 있는 표현으로,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국(남한)에 의한 북한지역의 무력점령(탈취)에 대해 미국이 지원할 의무를 지지 않기 위해 도입된 표현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영토를 인정하는 경우란 상상할 수 없고, 이승만의 북진무력통일에 말려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였던 당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조약 3조의 ‘어느 당사국(영토)에 대한 태평양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이란 곧 한국(남한)영토에 대한 무력공격을 상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태평양지역에서는' 방어지역(조약의 지리적 적용범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상호방위조약의 목적이나 취지를 나타내기 위해 전문에서 쓰이고 있는 '태평양지역'과 같은 일반적인 표현이다.  미국 상원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승인하면서 첨부한 미국측 양해사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행정지배하에 합법적으로 인도될 것으로서 미국이 시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 대하여 미국이 원조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하한 것도 있을 수 없다”라고 되어 있는데,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을 남한으로 국한하려는 미국과 미 의회의 의지가 양해사항에 더욱 분명히 드러나 있다.

이에 조약 3조 및 미국측 양해사항에 의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 상의 방어지역은 한국(남한)에 한정되며 한국은 미국에 대한 방어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쌍무조약이 아니라 편무조약이다.

 

7월 2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대북 유화카드로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9일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연기와 축소 등 조정 방향에 관해선 실무조정회의 이후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7.29.  연합뉴스
7월 2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대북 유화카드로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9일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연기와 축소 등 조정 방향에 관해선 실무조정회의 이후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7.29.  연합뉴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국에게 미국 방어를 원조할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협상과정에서 한국측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 공격의 범위에는 상대국의 수도에 대한 공격, 혹은 태평양 지역 중 상대국의 관할권 하에 있는 도서 영토, 태평양 지역에 주둔한 군대, 선박, 비행기에 대한 공격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된다”(한국측 초안 1953.7.9.)라고 하자고 미국측에 제안하였다. 이런 안은 1951년 체결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에 있는 문구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미국방어 지원 의무가 포함된 안을 거부하였다. 이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한국에게 미국 방어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다. 1954년 1월 26일 미국 상원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비준동의안 심의 때 러셀 B. 롱 상원의원이 “한국과의 이 (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이 태평양 지역의 다른 동맹국들과 맺은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도록 약속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국 방어에 대한 한국의 지원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는 정부의 입장

2003년 9월 미국은 FOTA(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5차 회의를 앞두고 ‘어느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험으로 인식한다’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를 근거로 주한 미군의 지역적 역할(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상 주한 미군의 한반도 밖 이동(지역적 역할)을 허용하는 근거는 없다고 맞섰다”(중앙일보, 2004.1.26.)고 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반박할 수 없었던 미국은 한국정부를 압박한 끝에 2006년 1월 19일 ‘한국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미국은 한국이 동북아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NSC 사무차장인 이종석(현 국정원장)은 “미국이 침략을 받지 않는 경우에 주한 미군을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연합뉴스 2006.2.2.)고 말하였다. 또 헌법재판소는 이 공동성명이 “한국과 미합중국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법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2006헌라 전원재판부)고 판결함으로써 공동성명의 법적인 효력(구속력)을 부인하였다. 미국이 공동성명이 나온 지 20년이 다 된 지금에도 한국에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어떤 조약적 근거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적을 특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도 적이 될 수 있다는 브런슨의 궤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양국 중 어느 한쪽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직면할 경우 상호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적을 특정하여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에서 또 독재자의 공모가 미국과 한국의 지역적 이익에 위협이 되고 있는 이 (동북아)지역에서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2025.4.25. 미상원 청문회 증언)고 발언하였다. 또 브런슨은 최근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 양자 간의 문서에서는 ‘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우리 이북에 핵무장한 적대세력이 있고 러시아의 북한 관여가 증가하고 중국 역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한겨레 2025.8.11.)고 하였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적을 특정하여 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한미동맹의 적이 될 수 있으며 오늘날 전략적 환경이나 지역적 정세로 볼 때 중국이나 러시아가 위협(적)이 된다는 브런슨의 화법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지역집단방위기구로의 한미동맹의 탈바꿈을 어떻게든 정당화해 보려는 억지스러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브런슨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발동절차를 규정한 2조−“당사국 중 어느 일국의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는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를 근거로 대만해협(양안)에서나 남‧동중국해 등에서 미군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을 이들 지역에 출동시킬 수 있고 한국도 공격받은 미군을 원조할 의무를 진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그러나 방어지역을 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는 남한에 대한 (중국 등의)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발동되기 때문에 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이 중국군으로부터 공격을 받더라도 한국군이 미군을 원조할 의무는 없으며 주한미군이 태평양지역으로 출동할 조약상의 근거도 없다. 미군이 중국군에 대해 선제공격한 경우는 침략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군이 미군을 지원할 의무가 없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에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이라고 하여 특정한 적을 거명하지 않은 것은, 특정 국가를 거명하게 되면 그것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유엔헌장 2조 3항, 또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에 위배되고 나아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전문이나 ‘어떤 국제적 분쟁도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고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를 위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이 한국영역을 무력공격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북한을 한미동맹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 나라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무력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배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 1조도 위반하게 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왼쪽)과 라이언 도널드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2025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한미 공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7. 연합뉴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왼쪽)과 라이언 도널드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공보실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2025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한미 공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7. 연합뉴스

한미동맹의 현대화 논의 중단해야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또 양안(대만해협)분쟁 등에서의 미국의 한국원조 요구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방어지역을 남한으로 한정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3조에 따르면 주한 미군이 한국영역의 방어를 넘어서서 양안분쟁에 개입하거나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중국군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인다면 그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이 양안분쟁에 개입한다면 그것은 주한미군이 원래의 기지사용 목적인 한국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의 침략 정의’ 3항 (f) “자국 영토를 타국(미국)이 제3국(중국)에 대한 침략 행위를 수행하는 데 이용되도록 허용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한국은 중국에 대해 침략행위를 범하게 된다. 양안분쟁에 미국, 일본, 한국 등이 개입하는 것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한 ‘하나의 중국’과 ‘내정 불간섭’ 정책을 천명한 상하이 공동성명(1972.2.28)과 미중 수교 공동성명(1979.1.1), 한중 수교 공동성명(1992.8.24) 등을 위반하는 불법이기도 하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원천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불법이므로 그에 관한 한미 당국의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태평양지역 특히 양안분쟁에의 한국군의 개입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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