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소비의욕 꺾은 부동산 불황의 ‘역자산효과’

헝다 자산 전성기의 1%인 3조 7천억, 부채는 460조 원

비구이위안, 완커 등 다른 대형업체들도 위기상황

중국 주택 재고 면적, 연간 매출액의 5.4배

부동산, 중국GDP의 30%, 가계자산의 50% 차지

파산과 금융 연쇄위기 정부 미봉책 기업 ‘좀비화’ 초래

8월 13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의 한 아파트 건물에 중국 헝다 그룹(China Evergrande Group)의 로고가 걸려 있는 모습. 어려움에 처한 부동산 대기업 헝다 그룹은 8월 12일, 홍콩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2025.8.13. AFP 연합뉴스
8월 13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의 한 아파트 건물에 중국 헝다 그룹(China Evergrande Group)의 로고가 걸려 있는 모습. 어려움에 처한 부동산 대기업 헝다 그룹은 8월 12일, 홍콩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2025.8.13. AF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거품의 상징인 거대 부동산개발회사 헝다(恒大)가 그 동안의 경영재건 노력이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홍콩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12일 발표했다. 상장 폐지일은 2024년 1월에 헝다가 홍콩 고등법원으로부터 법적 정리(청산) 명령을 받아 매매 정지 상태가 된 지 18개월(1년 6개월)이 지난 7월 28일이었다.

8일 상장폐지 통보받고 12일 이를 공개

홍콩 증권거래소는 매매 정지 기간이 18개월간 이어지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헝다에게 상장폐지를 통고한 것은 8월 8일이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상장 재개를 위해서는 청산명령 해제, 충분한 업무운영과 자산 보유, 결산 등 적절한 정보 개시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3개 조건을 제시했으나 헝다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500조 원에 가까운 부채 청산 어려울 듯

홍콩고등법원이 지명한 청산인은 상장폐지 발표에 맞춰 “회사(헝다)의 자산을 계속 보전해서 채권자의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며 법적 정리 절차를 계속할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자산이나 부채 상황이 극히 불투명해서 채무상환에 대한 어떤 전망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채권자들에게 부채상환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상환을 보장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채무 재편을 위한 신주발행 등은 이미 중국 당국이 금지해 상장폐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헝다 자산의 대부분은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에 있어서, 본토의 법원 허가가 나지 않으면 자산 처분이 불가능해, 청산절차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광둥성 광저우 시에 있는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본사. 아사히신문 8월 12일
광둥성 광저우 시에 있는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본사. 아사히신문 8월 12일
헝다집단(그룹)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추진한 주택개발 프로젝트.   일본경제신문 7월 29일
헝다집단(그룹)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추진한 주택개발 프로젝트.   일본경제신문 7월 29일

헝다 자산 전성기의 1%인 3조 7천억, 부채는 460조 원

1996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창업한 헝다는 2009년에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2017년에는 최대 4144억 홍콩달러(약 70조 원)까지 규모를 키웠으나 지금은 그 99%가 날아간 21억 홍콩달러(약 3조 7000억 원)로 축소됐다.

집만 지어 놓으면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는 고속성장기의 중국 부동산 ‘신화’에 올라탄 헝다는 대량의 아파트 등을 건설하기 전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등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2020년 부동산 거품을 우려한 중국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억제하고 첨단산업 중시 쪽으로 산업정책을 전환하면서 부동산회사 재무 감독을 강화하자 방만했던 회사의 경영위기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말에 헝다는 6442억 위안(약 111조 원)의 채무초과 상태가 됐고, 부채 총액은 2조 3882억 위안(약 460조 원)에 달했다.

 

헝다그룹의 시가총액 변천 추이. 2020년 중국정부가 부동산 개발회사 재무감시를 강화하면서 시가총액이 급벽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위:억 홍콩달러.  
헝다그룹의 시가총액 변천 추이. 2020년 중국정부가 부동산 개발회사 재무감시를 강화하면서 시가총액이 급벽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위:억 홍콩달러.  

파산과 금융 연쇄위기 저지 정부 지원이 ‘좀비화’ 초래

그럼에도 헝다는 사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상환하고 경영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으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기 부동산 불황으로 그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헝다가 완전히 사업을 접을 경우, 대출 받아 막대한 분양금을 지불한 방대한 수의 구매자들도 파산하고 대출금을 환수할 수 없게 된 금융기관들도 연쇄도산할 가능성이 커, 중국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어 미분양 아파트들을 사들이는 등 사업 청산과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파산상태의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이런 식의 연명책으로 ‘좀비화’하면서 중국 경제 회복 노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부동산, 중국GDP의 30%, 가계자산의 50% 차지

중국에서 부동산은 관련산업까지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며, 중국 가계자산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경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주택 재고면적 연간 매출의 5.4배

일본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의 시산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주택 재고는 약 44억 평방미터(m²)로 연간 판매면적의 5.4배나 된다.(<일본경제신문> 5월 16일) 지어 놓은 재고 주택을 소진하는 데에만 5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인구 감소까지 겹쳐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비구이위안, 완커 등 다른 대형업체들도 위기상황

헝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동산 최대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 컨트리 가든 홀딩스)도 2024년 12월 말에 사채 등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총액이 1881억 위안(약 36조 원)에 이를 정도로 위태롭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万科)도 올해 1~6월 최종손익이 최대 120억 위안(약 2조 3200억 원) 적자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의 최종적자는 494억 위안(약 9조 5000억 원)이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5월의 완커의 신용을 싱글B 마이너스(B-)에서 투기적 수준인 트리플C플러스(CCC+)로 절하하고, 상환시한이 다가온 단기채무가 약 1600억 위안(약 30조 9000억 원)이나 돼 “유동성 (위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할 광둥성 선전 시 정부는 신용불안 재발을 경계해, 산하 국유기업인 완커에 이 회사 주식의 약 3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선전 시 지하철집단유한공사(선전 지철)에게 2023년부터 저리 융자 등의 금융지원을 계속하게 했다. 그 결과 선전 지철은 지난해 12월 약 300억 위안(약 5조 8000억 원)의 최종적자를 기록했다. 보유 완커 주식 가격이 떨어져 입은 손실도 컸다.

소비의욕 꺾은 부동산 불황의 ‘역자산효과’

어려움에 빠진 이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개발안건들은 경매 등을 통해 대량 투매되고 있어 가격하락을 더욱 압박하고 있으며, 이것이 부동산 경기 회복을 더욱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또 개인소비에도 악영향을 끼쳐, 부동산 불황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의욕이 꺾이는 ‘역(逆)자산효과’를 불렀다.

홍콩의 장강실업집단(CK어셋 홀딩스)이 베이징에서 판매 중인 신축 아파트 위추이위안(御翠園)의 널찍한 평수의 가격은 약 18억 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약 30% 내렸다. 2022년에 헝다에서 다른 업자에게 넘어간 광저우 시의 판매물건에 대해서는 지난 7월 계약자에게 자동차 한 대를 증정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역자산효과에 걸린 대다수 소비자들이 그것을 살 여유가 있을까.

중국정부 불황의 악순환 끊기 위한 지원 강화

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악순환 연쇄고리를 언제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전망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가을 재정투입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시장 지원을 강화했다. 그 덕에 부동산 불황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줄어들고, 중국의 은행주들로 구성된 홍콩증시 ‘항셍 중국본토 은행지수’는 지금 뚜렷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항셍지수는 2018년 때의 최고치보다 30%나 낮다. 그리고 ‘항셍 중국본토 부동산지수’는 2018년 말에 비해 80%나 떨어져 바닥세를 면지 못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100대사의 판매액 추이. 2022년 4월 이후 몇 차례의 단기 증가 시기를 뺀 대부분의 기간에 전년도 같은 달 대비 판매액이 계속 줄었다.
중국 부동산 100대사의 판매액 추이. 2022년 4월 이후 몇 차례의 단기 증가 시기를 뺀 대부분의 기간에 전년도 같은 달 대비 판매액이 계속 줄었다.

정부 연명책은 부동산업체 ‘좀비’로 만드는 미봉책

거래처의 연쇄도산 등의 위기를 막기 위해 이런 식으로 부동산회사들을 ‘좀비’처럼 연명시키는 미봉책의 한계를 투자가들은 꿰뚫어 보고 있다.

중국 조사회사 커알루이(克而瑞)연구센터가 발표한 부동산 100대 기업의 지난 6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가 줄었다. 감소율은 9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월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7% 줄어든 2846억 위안(약 55조 원)이었다. 5월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6월엔 더 나빠졌다.

여전히 긴 터널 빠져나오지 못한 중국 부동산 불황

주택 재고물량이 늘면 가격은 내려간다. 중국 가계자산의 약 5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하락은 소비의욕을 끌러내리는 ‘역자산효과’로 디플레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4월 25일 중앙정치국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에 대해 “중점영역의 리스크를 예방,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정부가 부동산 재고물을 사들이는 등의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기업의 도산을 막아 리스크(위험)의 연쇄반응을 막을 것이라는 ‘신화’가 소비자들의 주택 구입의욕을 일정부분 떠받치는 효과는 있겠지만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있으나, 외국 투자자의 대중국 투자 자금 회수율이 겨우 0.6%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투자를 받은 중국회사들은 상환기한을 연장하려 할 뿐 다른 방도가 없어 자금회수가 어려운 현실에서,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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