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부부 함께 수감
정재욱 판사 "증거 인멸 염려"…경찰대 출신 눈길
김건희 틈만 나면 거짓말, 혐의 전면 부인 '자충수'
특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 제시 '스모킹건'
노트북 포맷, 휴대폰 교체 등 증거 인멸 사례 다수
탄력받은 특검 수사…공범들 '각자도생' 나설 듯
귀국한 '집사 게이트' 김예성, 입 열 가능성 주목
김건희, '머그샷' 찍고 독방에…아침 메뉴 식빵 등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의 한 축이던 'V0' 김건희가 마침내 구속됐다. 이로써 지난 3년여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총체적 퇴행과 파국의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두 사람 모두 뒤늦게나마 법의 철퇴를 맞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42일 만에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최대 고비를 넘기고 수사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자정 무렵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김건희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대학(8기)을 졸업하고 경찰 재직 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을 가진 정 부장판사는 지난 1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엔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해 김건희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특검에 출석하면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지칭했고 실제 조사에서도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 "나는 힘이 없다" 등의 진술로 일관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거짓말을 동반한 이 같은 전면적인 혐의 부인이 오히려 '증거 인멸 우려'를 부각시키는 자충수로 작용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의 핵심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팀이 영장실질심사 현장에서 6000만 원이 넘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을 깜짝 제시한 것이 김 씨의 거짓 진술을 증명하는 '스모킹건'이 됐다.
김 씨는 이 목걸이를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했음에도 처음에는 지인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이후 수차례 어지럽게 말을 바꿨고,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는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모조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전날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으로부터 2022년 5월 윤석열의 대통령 취임 직후 해당 목걸이를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와 함께 진품을 제출받았다. 김 씨가 '바꿔치기' 목적으로 같은 모델의 가품을 자신의 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 주거지에 갖다둔 것도 특검팀이 이미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결국 특검팀은 영장심사 때 목걸이 진품과 가품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김 씨의 증거 인멸 술책을 적나라하게 입증했다. 김 씨와 변호인단은 사전에 특검팀의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고 한다.
특검팀이 법정에서 기습적으로 내놓은 목걸이 실물 외에도 영장심사 전 법원에 제출한 847쪽에 달하는 구속 의견서에는 김 씨의 증거 인멸 정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김 씨가 지난 4월 4일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파면되기 직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포맷(시스템 초기화)했고, 파면 후엔 휴대전화를 바꿨으며, 휴대전화를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우선 적용한 김 씨의 혐의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태균 씨로부터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쪽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3가지다. 김건희 특검법의 16가지 수사 대상 가운데 물적 증거와 진술이 상당 부분 축적돼 있어 혐의 입증이 비교적 쉬운 사안들이다.
이제 김 씨가 구속되면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집사 게이트,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양평 고속도로 노선 및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하거나 침묵하던 김 씨의 공범들이 비로소 체념하고 '각자도생'에 나설 결정적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사 게이트'의 당사자인 김예성 씨는 해외 도피 중 약 4개월 만에 베트남에서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특검팀에 의해 체포됐지만 "그 어떤 불법적인 것이나 부정한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취재진에게 강변하며 혐의를 철저히 부인했다. 그러나 김건희 씨가 구속됨에 따라 믿었던 '동아줄'이 사라진 만큼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김건희 씨 일가의 각종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오후 3시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하던 김건희 씨는 수용실이 정해지는 대로 수용동으로 옮겨 정식 수감된다. 일반 구속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카키색 미결 수용자복(수의)으로 갈아입고 수용기록부 사진인 '머그샷'을 찍는 등 입소 절차를 마친 뒤 독방에 수용될 예정이다. 13일 첫 아침 식사로는 식빵, 딸기잼, 우유, 그릴후랑크소시지, 채소 샐러드가 제공된다.
윤석열은 지난달 10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 의해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당초 김 씨도 윤석열이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갈 예정이었으나 특검팀이 전날 구금·유치 장소를 서울남부구치소로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부부가 같은 구치소에 수감되는 상황만큼은 피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건희 씨는 스스로의 주장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며 "이번 영장 발부는 사필귀정이자, 국가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 누구도 권력을 통한 비위와 부패를 다시 꿈꿀 수 없도록 김건희 씨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악의 화수분이자 마리앙투아네트도 울고 갈 김건희의 구속은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다. 정의는 때로 지연될 수 있으나 반드시 살아있음을 역사는 오늘 다시 증명했다"면서 "그러나 김건희만의 구속만으로는 결코 정의가 완성되지 않는다. 김건희라는 일개 바늘 도둑을 대한민국 전체를 농락한 소도둑으로 키우는데 앞장선 검찰과 정치 권력은 물론 그 옆에서 기생하며 사익을 챙긴 부역자들까지 모조리 역사와 현실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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