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SNS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통제 노려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인문사회대 교수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인문사회대 교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의 국민 감시가 일상화 됐고, 야권 인사 탄압, 반정부 언론 검열과 폐쇄 등이 이루어지는 등 탄압이 극심해졌다. 구 소련 시절과 비슷하게 ‘공포심’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있다.

첫째, ‘대중성’을 철저히 피한다. 구 소련의 대숙청 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던 1930년대 후반만 해도 탄압의 대상이 150만 명 정도라는 평가가 우세한데 지금의 러시아는 다르다. 모든 탄압 정책은 보여주기 식으로 한다. 목소리가 커서 주목도가 높은 몇 사람을 골라 처벌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정치범 신분으로 수감 중인 인원의 숫자만 보면 수천 명에 불과해 스탈린 시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스탈린 이후에 많이 느슨해진 소련 말기와 비교하면 현재 피해자 수는 오히려 더 많다. 매우 놀라운 사실이지만 소련 말기는 지금 현재 러시아보다 더 자유로웠다는 평가가 있다.

 

러시아 자포리자 지역의 한 피닉스 모바일폰 운영사무소에서 고객과 직원이 상담을 하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에 거주하는 30만 명 이상의 모바일폰 가입자들은 애초 외국인으로 등록돼 있었는데, 러시아로 편입됨에 따라 러시아 여권을 지참하여새로운 SIM 카드를 재등록해야 한다.  2025.4.7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자포리자 지역의 한 피닉스 모바일폰 운영사무소에서 고객과 직원이 상담을 하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에 거주하는 30만 명 이상의 모바일폰 가입자들은 애초 외국인으로 등록돼 있었는데, 러시아로 편입됨에 따라 러시아 여권을 지참하여새로운 SIM 카드를 재등록해야 한다. 2025.4.7 타스 연합뉴스

‘시범 케이스’ 골라 합법적 방식으로 탄압

둘째, 모든 탄압이 ‘합법’의 형태를 띤다. 야당이 없는 국회는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며 탄압을 위한 법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광속도로 만든다. 이를 조롱하면서 러시아 국회를 ‘미친 프린터기’라는 인터넷 속의 밈까지 생겼다.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탄압 및 억압 성격이 강한 약 40개의 법이 통과됐다. 이는 공개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누군가가 러시아에서 국민의 권리가 제한된다고 비판할 때, 모든 것들이 ‘엄격히 법치와 상식으로 진행된다’고 변명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 스파이법’이다. 원래 2010년대 중반에 제정된 법이지만 현재는 대폭 강화되어 ‘탄압의 간판 법’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쉽게 말하면 반정부 활동이나 언행을 보이면 바로 ‘해외 스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국민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다. 처음 제정될 당시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똑같이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미국에도 ‘로비 활동에서의 외국 영향력 공개법(Disclosing Foreign Influence in Lobbying Act)’이 실제로 있다. 이 법은 미국 정부에 로비 활동을 하는 사람이 해외에서 지원을 받는지 여부를 밝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결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실형을 가할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는 정반대다. 처음에는 ‘러시아에서 등록한 법인이 해외 지원을 받아 반정부 활동을 하는 경우’로 한정했으나 현재는 ‘지원’이라는 조건을 확대해석하면서 단순히 반정부 발언이나 활동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법 적용 대상이 되고 국가가 관리하는 ‘해외 스파이’ 명단에 올린다.

점점 더 늘어나고 가혹해지는 언론 자유 탄압

처음에는 법인에만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중요성을 축소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됐다. 적용 대상이 법인에서 개인으로 확대되었고 모든 반정부 활동가로 더 확대되었다. ‘반정부 활동’의 범위도 매우 넓게 해석된다. 공개적인 반푸틴 발언은 물론, 인터넷 포럼의 댓글, 인스타그램 ‘좋아요’, 유튜브 시청 목록까지 모두 검열 대상이 된다. 이렇게 ‘스파이 딱지’를 받으면 헌법적인 국민의 권리도 크게 제한된다. 처음에는 6개월마다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절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공기업이나 교육기관 취업 불가, 부동산 거래 불가, 운전면허 취소, 은행 거래 제한 (하루 출금 한도 설정 등), 국내 이동 제한, 피선거권 박탈까지 적용된다. 정부와 언론은 이런 사람을 ‘인민의 적’이라 부르며 러시아가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증거’로 자주 사용한다.

전쟁 이후 언론 탄압도 두 배로 심해졌다. 반정부·반전쟁 목소리를 내는 언론은 모두 폐쇄되었고 기자들은 국외로 쫓겨났다. 정보 확산도 철저히 통제되었다. 언론 통제가 심해지자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되었지만 정부는 ‘댓글 부대’를 작동해서 텔레그램에도 정부 주도 채널이 등장해 선전·선동의 전선이 되었다. 서방에서 만든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 트위터 액스 등)는 모두 금지되었다. 유튜브는 금지하지 않았지만 재생 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춰 시청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를 우회하려면 VPN을 써야 하는데 불편한데다가 2025년 9월부터는 VPN 사용도 불법화 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러시아에서 또 화제가 된 새 법은 ‘정보 검색 금지법’이다. 2025년 9월부터는 정부가 금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도 처벌받게 된다. 다시 말해, 정보 제작도, 정보 확산도 아닌 단순한 ‘검색’이 불법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전쟁 성격의 정보를 검색하다 적발되면 바로 처벌을 받고 여기에 VPN 사용이 더해지면 형량이 더욱 무거워진다.

 

러시아 생뻬체르부르크 거리에서 한 여성이 핸드폰을 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 거리사진전 패널 옆을 지나고 있다. 2025.7.14 AP 연합뉴스
러시아 생뻬체르부르크 거리에서 한 여성이 핸드폰을 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 거리사진전 패널 옆을 지나고 있다. 2025.7.14 AP 연합뉴스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러시아 산 얩을 사용해야

러시아 인터넷 고립화의 또 다른 사례로는 ‘맥스(MAX)’라는 러시아산 메신저의 개발 및 강제 사용 정책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는 ‘왓츠앱 (WhatsApp)’인데 ‘메타(페이스북)’가 운영하는 앱이다. 러시아 정부는 ‘메타’를 법적으로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오랫동안 왓츠앱 금지를 시도했으나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없어서 실패했다. 2025년에 개발된 ‘맥스’는 이를 대체하려는 의도가 크다. 2025년 9월부터 모든 공공기관, 교육기관, 주민센터 등은 서방 앱을 금지하고 ‘맥스’로 이전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파는 모든 스마트폰도 이 ‘맥스’를 사전 설치된 상태로만 판매가 된다. ‘고스우슬루기(Госуслуги, 한국의 ‘정부24’와 유사한 온라인 행정 서비스 앱)’도 ‘맥스’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고 예고됐다. 아직 기술적으로 미흡하지만 앞으로 모든 공공서비스,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행정 업무, 택시 호출 등 일상 서비스까지 ‘맥스’에서 제공할 계획이며 경쟁하는 서방 앱은 전부 금지된다. 중국을 모방하는 정책인 것이 뻔하다.

문제는 ‘맥스’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순간, 모든 정보가 러시아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메시지와 이메일 내용, 통화 내역, 방문 웹사이트 기록, 구매 기록, 위치 정보 등이 모두 추적되고 법원 영장 필요없이 바로 FSB(러시아 연방안보국)에 넘어간다. 그 의도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중국의 ‘위챗’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러시아 인터넷의 고립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언론은 이를 ‘주권화’라고 부른다.

이는 특히 외국인에게 우려스러운 뉴스이다. 아직 정확한 시행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추후 러시아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이 ‘고스우슬로기’에서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의 체류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미 나왔다. ‘고스우슬루기’에서 계정을 만들려면 ‘맥스’를 다운 받고 설치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도 러시아 정보국의 감시 대상이 되고 그들의 모든 개인정보가 러시아 정부에 넘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도 입국심사에서 스마트폰을 요구하고 내용을 꼼꼼히 수동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작업이 수월해지고 규모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물론 언론에서는 이 모든 작업을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당화 한다.

러시아는 나날이 고립된 사회, 국민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아직은 북한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북한·중국·이란 등과 같은 독재 국가처럼 종신독재, 폐쇄적 사회, 국민 통제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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