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캐나다 "승인"…G7 대오에 파열음

전범국들, 금세기 인류 최악 범죄에 '침묵'

"끔찍한 가자 상황" 끝낼 실질적 조치 요구

이스라엘이 거부하면 '팔 국가' 승인 강행

트럼프 "팔 국가 인정, 하마스 보상하는 것"

캐나다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오타와 연방의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캐나다는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회견에서 카니 총리는 "가자 주민의 고통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고, 상황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결정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학살극이 주요 요인이 됐음을 내비쳤다.

물론 그는 전제를 달았다. 승인에 앞서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 자치정부'(PA) 통치체제 개혁과 팔레스타인 비무장화, 2026년 무장정파 하마스를 배제한 총선 실시 등의 약속을 거론했다. 아바스와 통화해 이런 약속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이에 로이터는 카니의 발표는 "가자에서 굶주림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논평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연합 정상회의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5.6.16. 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연합 정상회의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5.6.16. AFP 연합뉴스

프랑스, 영국 이어 캐나다 '팔 국가' 승인 대열
'이스라엘 일방적 옹호' G7 단일대오에 파열음

의미심장한 건 캐나다 단독의 '돌출' 행동이 아니란 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서방 7개국(G7) 중 프랑스, 영국에 이어 캐나다가 세 번째다.

2023년 10.7 하마스의 기습 테러에 대한 보복을 구실로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가자 주민을 상대로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학살극을 벌여도 '자위권' 운운하며 이스라엘 옹호로 일관했던 G7의 단일 대오가 '팔 국가' 승인 여부를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첫 깃발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들었다. 마크롱은 7월 24일(현지시간) 'X'에 올린 글에서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적 평화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헌신에 충실해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이 엄숙한 선언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 가장 긴급한 일은 가자 전쟁을 끝내고 민간인들을 구하는 것이다. 평화는 가능하다"고 적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 즉시 휴전과 모든 인질 석방 △ 가자 주민에 대한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 △ 하마스 비무장화 보장 △ 가자의 안전 담보와 재건 등의 조치를 강조한 뒤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고 그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며, 자체 비무장화와 완전한 이스라엘 인정을 통해 중동 전체 안보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대안은 없다"고 호소했다. 마크롱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에게 보낸 서한도 함께 공개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32일 베를린의 영빈관인 빌라 보르지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 07. 23 [AP=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32일 베를린의 영빈관인 빌라 보르지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 07. 23 [AP=연합뉴스]

"끔찍한 가자 상황" 끝낼 실질적 조치 요구
이스라엘이 거부하면 '팔 국가' 승인 강행

닷새 뒤 영국이 프랑스의 뒤를 이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29일 이스라엘이 9월까지 △ 가자에서의 휴전 △ 요르단강 서안 병합 중지 약속 △ '두 국가 해법' 관련 평화 프로세스 추진 약속 등을 포함해 "끔찍한 가자 상황을 끝내기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 접어든 지금 이스라엘이 이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다음 달 유엔총회서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의 '팔 국가' 공식 승인은 이들 세 나라 정상의 발언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총리는 이번 결정에 앞서 영국 스타머 총리와 상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정권이 주도하는 가자 전쟁, 사실상 일방적 가자 제노사이드(집단 학살)가 22개월째 이어지면서 최근 속출하는 아사자를 포함해 주민 6만 34명이 숨지는 등 가자의 참상을 바꿀 이스라엘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아예 이스라엘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팔 국가'를 승인해 압력을 가하자는 공감대가 이제 G7 일부 국가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G7 안에서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 그리고 캐나다로 이어지는 일종의 '도미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JD 밴스 부통령이 31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행사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뒤에서 뭔가를 쳐다보고 있다. 2025. 07. 31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JD 밴스 부통령이 31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행사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뒤에서 뭔가를 쳐다보고 있다. 2025. 07. 31 [로이터=연합뉴스]

가자 참극 주도 이스라엘, 방조 미국 '반발'
트럼프 "팔 국가 인정, 하마스 보상하는 것"

가자 참극을 주도해온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힘껏 방조해온 미국도 카니 총리를 포함한 이들 세 나라 정상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보도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측은 "테러를 보상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이 아니라 이스라엘 말살을 위한 발판"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31일 새벽 트루스소셜에 "와우! 캐나다가 방금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건 우리가 그들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썼다. 캐나다가 팔 국가 승인을 포기하도록 관세를 무기로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프랑스, 영국, 캐나다 지도자들에 대해 불만과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하마스가 휴전과 인질 석방의 장애물이 된 이 시점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하마스에 보상을 주는 것과 같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미국은 각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일방적인 팔 국가 승인은 미 국익에 배치되고 후환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38년 뮌헨회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두체. 협정 조인 직전의 모습.   위키백과
1938년 뮌헨회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두체. 협정 조인 직전의 모습.   위키백과

G7 중 미국과 추축국만 '팔 국가' 반대‧침묵
2차대전 전범국들, 인류 최악범죄에 침묵

G7 국가 중에 팔 국가 승인에 공개 반대하거나 침묵 중인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다. 그 면면을 보면, 공교롭게도 미국을 제외하면 세 나라 모두 제2차 대전을 일으켰던 '추축국'(Axis)이자 '전범국'이다. 지난 세기 인류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던 추축국이 금세기 인류 최악의 범죄를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여전히 옹호하거나 침묵 중인 것이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최소 142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했거나 승인할 계획이 있다. 유럽에선 이미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페인이 팔 국가 승인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2012년 유엔총회에서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해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유엔 정회원 지위를 얻으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2011년과 지난해 4월 거부권을 행사해 정회원 승격이 부결됐다.

 

2023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일본 항복 78주년을 맞아 일본 제국 군복을 입고 욱일기를 든 사람들이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3.8.15. 로이터 연합뉴스
2023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일본 항복 78주년을 맞아 일본 제국 군복을 입고 욱일기를 든 사람들이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3.8.15.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에 프랑스와 영국이 공개 천명한 대로 9월 유엔총회에서 '팔 국가'를 승인한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미국만이 팔 국가 승인을 거부하는 나라로 남게 된다.

한편, G7 3개국의 팔 국가 승인 움직임에 팔레스타인 작가인 무함마드 셰하다는 31일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대부분 상징적"이고 단서와 허점으로 가득하지만, 지구촌 여론의 급속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을 굶기면서 더욱더 외교적으로 고립되지만, 제노사이드를 멈출 유일한 길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