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통합 행보'…내란 세력 아니면 돼

김민석 "역사가 제자리로 복원되는 시작의 자리"

이종찬 "자유·민주·인권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본인도 당선에 일조한 윤석열 친일 매국 행보에

이종찬, 배신·실망 표했지만 '공식 사과' 없어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종찬 광복회장(89)이 위촉됐다.

정부 측 공동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21일 오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이 위원장과 위원 58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 출범식에 참석해 이종찬 광복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7.21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 출범식에 참석해 이종찬 광복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7.21 연합뉴스

'윤석열 멘토'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 총리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 공동위원장에

총리실에 따르면, 위촉위원에는 강새봄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 김준수 국립창극단 부수석단원, 김초롱 작가,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박지우 고등학생, 부윤경 홍범도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서영석 농업인, 서해성 전시기획자, 양조훈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이해학 겨레살림공동체 이사장, 장애진 응급구조사, 전순옥 전 국회의원(전태일 열사 여동생), 정광태 영토지킴이독도사랑회 명예회장,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황태연 동국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됐다.

김 총리는 모두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기쁨도 슬픔도 또 자랑도 아픔도 보수도 진보도 또 과거도 미래도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몸에 담아내는 그러한 상징이 되는 분들을 다 모셨다...여러 가지 다양한 역사와 이념의 굽이 굽이가 계신 분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의외인 건 이종찬 광복회장을 민간 측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한 대목이다. 과거 광복 50년, 60년, 광복 70년 기념사업 때는 광복회장이 위촉위원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공동위원장을 맡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1995년 광복 50년에는 김계수 전 한국정치학회장, 2005년 60년에는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2015년 70년에는 정종욱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맡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례 보고 회동을 하고 있다.이날 오찬 회동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송기호 국정상황실장 등이 배석했다. 2025.7.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례 보고 회동을 하고 있다.이날 오찬 회동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송기호 국정상황실장 등이 배석했다. 2025.7.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이 대통령 '통합 행보'…내란 세력 아니면 돼
광복회, 역사적 헌신과 위상에 걸맞게 예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 정부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 유가족들의 모임인 광복회를 앞으로 그 역사적 헌신과 위상에 걸맞게 예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을사년인 2025년은 일제에 외교권을 강탈당한 을사늑약과 부실한 한일 기본조약을 맺은 지 각각 120년과 60년이 된 해인 만큼 건강한 한일 관계 재정립과 관련해 오는 8월 15일 광복 80년 기념행사는 역사적 의의가 크고 공동위원장은 영예로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작년 이맘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식민 지배 정당화 발언을 한 뉴라이트 계열의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각계의 거센 반대에도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행하자 정부 광복절 행사를 보이콧하고 광복회가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백범기념관에서 독자적으로 광복절 기념식을 열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를 직접 만들었다는 이 회장은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의 친일 매국 행보가 도를 더해가고 급기야 2023년 8월엔 '사상'을 이유로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던 홍 장군 등 독립운동가의 흉상 이전까지 강행하자 비로소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일관되게 친일 매국 행위를 자행하고 영구 집권을 위해 불법으로 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정한 '멘토' 역할을 한 게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회장은 아들의 초등학교, 대학교(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인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을 때 '지지 시국선언'을 했다. 윤석열의 부친과도 교유가 깊었다는 점에서 윤석열이 '대통령감'은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을 법한데,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3.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3.1 연합뉴스

본인도 당선에 일조한 윤석열 친일 매국 행보에
이종찬, 배신감‧실망 표했지만 '공식 사과' 없어

그동안 이 회장은 "그럴 줄 몰랐다"며 윤석열에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하고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jtbc 인터뷰(12.24)에선 "참으로 참담한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것을 내 인생의 마지막 보람으로까지 생각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전개될 때 나의 실망이라는 거는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후회의 빛을 드러냈지만, 집권 3년간 온 국민을 고통과 자괴감에 몰아넣은 윤석열 정권 출범에 일조한 경솔한 처신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에서 중앙정보부에서 일했으며, 전두환 정권에선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나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기용되면서 민주개혁 진영과도 인연을 맺은 인물로 보수적이지만 온건하고 상식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노년에 '믿었던' 윤석열에 발등을 찍히면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광복 80년 기념행사 공동위원장에 이 회장을 낙점했다는 점에서 내란 주도 및 옹호 세력을 제외한 누구와도 함께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행보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이날 김 총리가 "제가 살면서 또 정치에서 또 우리 역사에서 굉장히 귀하고 감사하게 늘 이렇게 모시는 이종찬 광복회장님"이라고 깍듯이 예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항일독립선열 선양단체 연합(항단연)이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에서 내빈들과 참석자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15. 연합뉴스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항일독립선열 선양단체 연합(항단연)이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에서 내빈들과 참석자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15. 연합뉴스

김민석 "역사 제자리로 복원되는 시작의 자리"
이종찬 "자유‧민주‧인권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김 총리는 "이곳 백범기념관에서 바로 작년 동일한 시기에 광복회와 또 우리 이종찬 회장님이 응당 받아야 할 존경과 이런 것을 훼손당하는 그런 아픈 과정이 있었다"며 "이종찬 회장님 개인이 아니라 우리 광복회가 상징하는 우리의 역사가 제자리로 복원되는 시작의 자리를 저희가 함께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지난 3년, 민주주의와 경제는 후퇴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은 최악의 정점이었다. 일제 강점기 미화, 독립운동가 폄훼로 역사도 흔들렸고 국민통합도 흔들렸다"면서 "결국은 위대한 국민이 빛이 되었다. 세상이 다시 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진정한 통합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 기초는 올바른 역사 올바른 가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찬 공동위원장은 "우리 독립 투쟁의 정체성은 단순히 나라만 찾겠다는 게 아니라 자주독립 국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며 "지배하는 강대국이 아니라 존경받는 문화국가로 나아가자는 백범 선생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한편, 자유와 민주, 인권이 강물처럼 흐르고, 우리 기술과 문화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나라를 만들자"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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