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부정…공직자로서 최소한도 갖추지 못해
이 대통령의 통합 원칙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인사
이언주, 박주민 등도 "통합비서관으로 매우 부적절"
진보정당들도 "조속히 해임하라" "즉각 경질하라"
국민 통합 위해 강준욱 비서관 신속하게 경질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2·3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두둔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거취를 두고 이 대통령의 우군인 민주·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경질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과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왔다. 헌정질서 파괴 세력을 옹호한 강 비서관 임명이 통합 원칙에 부합하는지 매우 의문이다.
<한겨레> 등에 따르면 강 비서관은 지난 3월 발간한 '야만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의 여론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또 "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야당의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정의한다"며 "정부가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손발을 묶는 의회의 다수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윤석열에 대해서는 "계엄으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혹은 다치거나, 국민의 기본권이 제약되거나 자유가 침해되었다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두둔하며 "대통령의 행동 방식에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평화적 계엄'이라는 궤변을 그대로 재인용한 셈이다.
강 비서관은 그러면서 "계엄 이전에 있었던, 민주주의를 앞세운 수많은 폭거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일인 듯 받아들이면서 계엄은 단죄되어야 할 일로 간주하는 데는 '민주화-정의로움'이라는 국민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체제까지 부정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냈다.
강 비서관의 과거 말과 글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2020년 7월 유튜브 강연 영상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두고 "빨갱이 느낌이 든다"고 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하는 일이 (북한) 김정은이 하는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2022년엔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을 '이죄명'이라면서 극우 커뮤니티나 쓰는 비속어로 힐난하며 "그나마 자유 우파에 최선인 정치인이 윤석열"이라고 옹호했다.
과거 민주정부나 민주당 인사에 대해 힐난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강 비서관의 내란 옹호는 공직자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란을 옹호하면서 사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이 잔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 국민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통합 과제를 수행할 '국민통합 비서관' 자리에 적합한지 매우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좌우와 동서의 '통합'을 강조했지만, 내란 세력과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왔다.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고도 말했다. 국민 통합을 추구하지만, 헌정 질서를 파괴한 세력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과 정치적 타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이었던 6월 4일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서도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도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확고히 세우겠다"고 통합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통합'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통합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헌정 질서 안에서'라는 대전제가 있었다. 이러한 전제를 고려하면 강 비서관 임명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통합의 원칙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다. 오히려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파문이 일자 강 비서관은 전날인 20일 입장문을 내고 "수개월간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에 나섰지만, 불과 넉달 전에 책까지 출판해 내란을 옹호한 자가 하는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21일 브리핑을 통해 "과거의 잣대보다, 과거 자신이 말했던 바를 현재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더 의미 있게 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임용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지만, '내란의 밤'을 넘어 수개월을 싸워온 국민들이 이같은 해명을 납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에 의문을 넘어 우려마저 들 정도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표현화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 비서관 파문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인수위가 없는 정부였기 때문에 만약 실수였다면 재고할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이 최고위원은 "내란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본다"며 "본인이 (거취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튜브 채널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통합에도 원칙은 있고 기준은 있어야 된다"며 "그 원칙과 기준으로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12월 3일 계엄의 문제성에 대한 인정, 인식일 거 같은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강 비서관은 국민통합비서관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에서도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실패를 지적하며 그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세대, 계층, 이념으로 쪼개졌던 국민들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윤석열의 내란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민주공화국 수호 정신이었다"며 "윤석열 내란세력이 파탄낸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로 인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강 비서관을 해임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이다. 강 비서관에 대한 조속한 해임을 바란다"고 적었다.
21대 대선 후보였던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성명을 내고 "'강준욱 사태'는 단지 잘못된 인사를 등용한 일에 그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어딘가 심각하게 고장나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라며 "강 비서관 경질과 더불어 인사 추천 절차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자진 사퇴조차 그에겐 과분하다"며 "이 대통령의 즉각 경질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서도 강 비서관의 즉각 경질을 촉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 비서관의 식민지 근대화론 옹호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강 비서관은 2018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통해 과거 대법원 강제동원 관련 판결을 부정하며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거 대법원의 강제 동원 판결을 부정한 강 비서관은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책을 써 물의를 일으킨 강 비서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일제 식민지를 찬미한 인사를 이재명 정부의 참모진으로 기용한 사실 자체가 개탄스럽다"며 "강 비서관의 임명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친일 극우세력의 손을 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모습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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