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자제하라던 김영환 충북지사, 술자리 사진 파문

충북 시민단체 "도지사, 시의장 사과하고 책임져라"

민주 "도민 생명 가벼이 여기는 몰상식 책임 물을 것"

충북도 "업무적인 협의 위해 간 것…의도치 않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현기 청주시의장, 이완복 청주시의원, 김영환 충북도지사, 남연심 청주시의원, 정태훈 청주시의원(이상 국민의힘 소속). 2025.7.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왼쪽부터 김현기 청주시의장, 이완복 청주시의원, 김영환 충북도지사, 남연심 청주시의원, 정태훈 청주시의원(이상 국민의힘 소속). 2025.7.15.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국민의힘 소속 청주시의원들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이하 오송참사) 2주기 추모 주간에 술자리를 가져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 충북도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김 지사와 김현기 청주시의장, 이완복·정태훈·남연심 청주시의원(이상 모두 국민의힘 소속)은 주말이었던 지난 12일 저녁 청주시의 한 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 사실은 함께 자리했던 시의원 중 한 명이 단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사진 속에는 얼굴이 붉어진 김 지사와 함께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시의원 3명은 건배하듯 잔을 들어올렸다. 아울러 식탁에는 소주 3병과 맥주 2병, 콜라 1병, 안주 등이 놓여 있었다. 성인 5명이 마시기에는 충분한 양의 술이었다.

문제는 충북도와 도내 11개 시군이 오송참사 2주기를 맞아 지난 7일부터 9일 간의 일정으로 '추모주간'을 운영하던 상황에서 술자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김 지사는 이 기간 음주 회식과 유흥을 자제하는 등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충북도는 지난 6일 오송참사 추모주간 운영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도는 추모주간에 전 직원이 추모리본을 달고, 회의나 행사 개최시 묵념을 진행하며, 음주 회식과 유흥을 적극 자제함으로써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충북도가 지난 6일 공개한 보도자료. 2025.7.15. 충북도 보도자료 갈무리
충북도가 지난 6일 공개한 보도자료. 2025.7.15. 충북도 보도자료 갈무리

사진이 알려지면서 추모기간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오송참사 당시 초기 대응을 부실하게 한 책임으로 도민들이 주민소환 투표를 추진하기도 했다. 또 참사 이후 대응으로도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23년 4월에도 제천 산불 중 술자리에 참석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김 지사가 추모 기간 술자리까지 가지면서 파문은 커지는 모습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추모를 보여주기식으로 전락시킨 김영환 도지사와 김현기 의장의 이중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추모기간 부적절한 처신으로 유가족과 생존자, 도민들에게 상처를 남긴 도지사와 청주시의장은 추모주간 부적절한 처신과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김영환 도지사는 즉시 유가족과 도민 앞에 진심으로 석고대죄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며 "술자리에 대해 '추모기간이라도 문제가 없다'라고 밝힌 김현기 의장은 제정신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벼이 여기는 국민의힘 김영환 지사와 청주시의원들의 몰상식한 행태에 대해 도민들은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8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8.3.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8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8.3. 연합뉴스

민주당 이나영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영환 도지사는 초기대응 미흡과 늑장대처로 오송참사를 제대로 막지 못한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잘못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으니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김 도지사는 2023년 제천 대형 산불 발생 중에도 현장 20분 거리에서 술자리를 가져 지탄을 받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그렇게 술자리가 좋으면 도지사직에서 물러나 지인들과 마시라"면서 "김영환 도지사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음을 안다면 충북도민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마라"고 했다.

술자리 파문에 대해 충북도는 '업무상 가진 술자리'라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김 지사의 술자리에 대해 청주 돔구장 건립과 오송역 선하마루 활용 방안 등 도정 현안에 대해 시의회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저녁 자리의 목적을 떠나 부적절한 상황을 초래해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가 의도치 않게 자리에 가서 술을 조금 먹은 것 같다"며 "업무적인 협의를 위해 (술자리에) 간 건데 그렇게 (문제가)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송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며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2025.7.1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송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며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2025.7.14. 연합뉴스

오송참사는 집중호우가 내린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김 지사는 전날(14일)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오송참사 현장 방문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오송참사를 포함한 사회적 재난에 반사회적 언행을 하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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