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표명 안 하다가 중대본 회의서 첫 유감 표명
참사 당시에는 현장 안 가고 괴산으로 향해 ‘빈축’
김 지사 현장 방문 때 배수작업 중지된 것도 의문
정의당 “중대재해법 처벌”…주민소환제 거론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과 지역 주민을 안하무인으로 대하는 김영환 충북지사의 행보가 또 구설에 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이번 집중호우 및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로서 안타깝고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희생되신 분들의 장례와 피해자 지원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날까지 14명이 희생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발생 3일 만에 나온 사과였다.
김 지사가 참사 발생 이후 유감 표명을 하지 않다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나와서야 사과한 것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박진희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은 “충북도는 지금껏 사고에 대한 정식 브리핑조차 없었다”며 “도민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던 김 지사가 뜬금없이 대통령 주재회의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도민께 먼저 사과하는 것이 순서”라며 “도민 제쳐두고 대통령한테 먼저 사과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을 두고 충북도-청주시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도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중대본 회의에서 핑계로 일관했다. 회의에서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처음 발언한 김 지사는 “이번 사고가 집중호우에 따른 미호강 중간의 교량 공사장 제방이 붕괴된 것이며, 이 지역의 준설이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아 버드나무․퇴적토 등이 쌓인 것으로 하천 준설과 강의 치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7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충북인뉴스 김남균 기자는 사고 발생 당시의 혼란상을 자세히 밝혔다. 지하차도의 침수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간은 오전 8시 45분. 하지만 시민에게 재난 문자가 발송된 시간은 1시간 반이 지난 11시 14분이었다. 도 관계자는 청주시에서 발생한 사고라 시가 문자를 발송해야 한다고 했다. 시 담당 공무원에게 23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반면 시측은 해당 도로가 도의 관리 책임이라 문자를 발송할 책임과 권한도 도에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재난콘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점이 명확한데, 그렇다면 상급 기관이 지휘하는 게 맞다.
김 지사가 참사 발생 시점에 지하차도 현장으로 가지 않고 충북 괴산으로 간 점도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사고 접수 15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이후 오전 9시 40분경 도청을 출발해 괴산으로 향했다.
참사 현장에서는 오전 8시 45분에 신고가 접수돼 8시 50분부터 구조 활동이 진행됐다. 9시 45분까지 10명을 구조됐고 그중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런 긴급한 상황인데도 김 지사는 괴산으로 향했다. 김 지사가 현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폭우로 괴산댐의 월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일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지사는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김 지사가 참사 현장을 찾자 갑자기 배수 작업이 중지됐다가 지사가 떠나자 작업이 재개된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18일 충북도청 자연재해과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김 지사의 현장 방문 시 수면이 낮아져 호스 이동 작업 중에 일시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우연의 일치’라는 설명이다. 같은 날, 같은 현장에서 두 번에 걸쳐 ‘우연의 일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실정에 대해 정치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간 685m에 달하는 궁평2지하차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한 공중이용시설”이라며 “충북도와 경찰의 예방의무와 시설 관리 책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등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김 지사가 구설수와 기행으로 비난받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현 정권의 대일 저자세 외교로 논란이 커지자 3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는 글을 올렸다. 3월 30일에는 충북 제천 봉양읍 산불로 소방 당국과 제천시 등이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한 청년단체와 술자리를 가졌다. 5월에는 충북학사 서서울관 학생식당에서 본인은 1인당 2만 8000원 정도인 밥을 먹었는데, 다른 학생들의 2700원 식사와 비교돼 ‘황제 식사’ 논란이 일었다.
지방정부 수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주민소환제를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 행위나 직무 태만인 지자체장은 지역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 투표 중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 시·도지사의 경우 투표권자 중 10%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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