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마을 훑어…"이 대통령이 처음"

대북 확성기 선제적 중지, 대북 전단 엄단

"잃어버린 시간과 사라진 평화 되찾아야"

취임사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바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추가경정예산을 심의했다.

이날로 취임한 지 꼭 보름째다. '대통령의 1시간은 5000만 시간'이란 본인의 말마따나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분초를 아끼며 국정을 챙겼다. 4일 취임 선서 직후 국회 청소노동자 방문 인사에서부터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을 거쳐 첫 정상외교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도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백미는 민통선 마을들 직접 방문
가장 강렬했던 것 평화 메시지

그 가운데 백미는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과 파주 방문이었고, 가장 강렬했던 것 평화 메시지였다.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의 귀환을 알리는 소중한 자리인 첫 다자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상황인데도 13일 오후 전체를 할애해 남북 접경지역을 그야말로 훑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연천의 최전방 부대인 육군 제25보병사단 비룡 전망대를 찾아 경계·수색을 담당하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연천군청에서 농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현황을 점검한 뒤 연천 청산면 궁평리를 찾았다. 뒤이어 역시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으로 파주 최북단인 장단면을 찾았다.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엔 통일촌·대성동·해마루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파주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35. 06. 13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파주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35. 06. 13 [대통령실 제공]

취임 9일만 민통선 마을 찾은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

이 대통령의 접경지 마을 방문은 그 자체로 북한을 향한 강렬한 평화 메시지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9일 만에 남북 접경지역의 민통선 내 마을을 찾은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곳에 있었다는 전선희 '에코휴 DMZ' 대표는 "군부대 경계가 평소와 달리 삼엄해져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이 다녀가셨다"며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데 민통선 주민들에게 시간을 내준 분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서 너무 고맙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20년 이상 DMZ(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의 자연을 기록해왔으며, DMZ 일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모임인 에코휴 DMZ를 이끌며 생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2025.6.12 연합뉴스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2025.6.12 연합뉴스

행동으로 뒷받침한 평화 메시지
대북 확성기 중지, 대북 전단 엄단

이 대통령의 대북 평화 메시지는 그저 '말뿐'이 아니었다. 취임 8일째인 11일 오후 2시를 기해 전방 지역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가동을 중지시켰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전격적 조치였다. 북한도 12일 0시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지해 일단 화답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파주 장단면 주민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중단하니까 북한이 곧바로 따라 중단해서,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서로 전기 아깝게 시끄럽게 괴롭히는 것, 우리도 괴롭고 자기들도 괴롭고, 서로에게 복되지 않은 이런 걸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로 이익 없이 가해하는 그런 일은 최소화하고, 앞으로는 소음 피해 문제만이 아니라 남북 긴장 관계가 많이 완화돼 경제 문제도 해결되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작년 9월부터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큰 피해를 호소해왔다. 대성동 이장 김동구 씨는 "지난해 9월 28일부터 마을에 대남 방송이 시작됐다"며 "그걸 풀어주셔서 정말 마을 주민을 대표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에서 주민과 만난 모습을 14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2025.6.14 [이재명 대통령 SNS.]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기본소득 실시지역 현황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도 연천군에서 주민과 만난 모습을 14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2025.6.14 [이재명 대통령 SNS.] 연합뉴스

"남북 긴장 관계 많이 완화돼
경제 문제도 해결되면 좋겠다"

대북 비방 전단 살포도 엄단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대북 전단 살포 풍선 문제를 토로하자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고압가스 취급과 관련해 현행범 체포 지시를 했던 일을 소환하며 "북한으로 삐라를 불법으로 보내는 것은 통일부가 자제 요청을 했고, 어겨서 계속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정부 단위에선 앞으로 걸리면 아주 엄벌할 테니 잘 잡으시라"고 주문했다. 옆에 있던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 이 대통령은 14일엔 관련 전 부처에 대북 전단 살포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와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대북 비방 전단을 다시 살포하기 시작했고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 9일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으며, 이 대통령의 엄단 의지에 발맞춰 김동연 경기지사는 18일 "현재 발령 중인 행정명령에 의거, 파주 등 위험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순찰과 감시활동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경기북부경찰청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를 중심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차단하고 나섰다. 앞서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5월 △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 대북 전단과 대남 오물 풍선, 대북·대남 비방 방송 상호 중단 등 접경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친 이 대통령은 페북을 통해 "오랜 시간 밤잠을 설치고 일상조차 힘들었으나, 취임 후 불과 며칠 만에 조치가 이루어져 감격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의 방송 중단 결정에 북한도 즉각 호응해 소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된 점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지난 17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2025.6.18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지난 17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2025.6.18 연합뉴스

"잃어버린 시간, 사라진 평화 찾아야"
"한반도 리스크를 프리미엄으로"

G7 정상회의 출국을 앞둔 15일 이 대통령은 6.15 남북 공동선언 25주년을 맞이해 '평화의 약속을 되새깁니다'란 페북 글을 통해 "최근 몇 년간 한반도는 다시 과거의 냉랭했던 시대로 후퇴하고 있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끊기고, 접경지역의 긴장과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면서 "평화가 흔들리면 경제와 안보는 물론 국민의 일상까지도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렇듯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는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한 것이지만, 민생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토대를 닦는다는 뜻도 담겨 있다. 4일 취임사에서도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5년 전 오늘의 약속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잃어버린 시간과 사라진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 '한반도 리스크'를 '한반도 프리미엄'으로 바꾸고, 남북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소모적 적대 행위를 멈추고, 대화와 협력을 재개하겠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단된 남북 대화채널부터 신속히 복구하며 위기관리 체계를 복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대북 전문가인 이종석을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발탁한 것도 대북 대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지명 이유로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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