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VOA‧RFA 이어 국정원도 4개 라디오 방송 중단

한‧미, 대북 대화 염두에 둔 사전 정지 효과

전단‧확성기 중단 이은 '평화 조성' 연장선

북한 '두 국가' 선언 후 대남 라디오 중단

"정부, 극심한 체제 대결 종식해야 판단"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대북 선전 라디오들을 줄줄이 폐쇄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 두 방송을 관할하는 글로벌미디어국(USAGM)을 지난 3월 사실상 해체하면서 대북 방송을 중단했다. 이에 발맞춘 듯 한국도 국가정보원이 운영해온 걸로 추정되는 대북 라디오 4개 방송을 중단했다.

 

북한을 겨냥한 미국과 한국의 라디오 방송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2025. 07. 21 [출저. 38노스]
북한을 겨냥한 미국과 한국의 라디오 방송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2025. 07. 21 [출저. 38노스]

한‧미, 대북 선전 라디오 줄줄이 폐쇄
이재명-트럼프 두 대통령 '이심전심'

21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보도에 따르면, VOA‧RFA 이어 7월 초 국정원이 운영한 걸로 추정되는 희망의 메아리, 인민의 소리, K-뉴스, 자유 코리아 방송 등 4개 라디오 방송도 중단됐다. 그 결과, 5월 이후 대북 해외 라디오 방송 시간은 거의 80% 감소했다.

38노스는 "희망의 메아리는 1973년, 인민의 소리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방송을 시작해 남북 관계가 좋든 나쁘든 중단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수구 보수 정권과는 달리 방송 시간 단축이나 내용 변경은 있어도 방송은 지속됐다는 얘기다.

국정원의 이번 조치는 민생과 평화를 최우선시하는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6월 11일 선제적으로 전방의 우리 군 대북 확성기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틀 후엔 남북 접경지인 민간인통제선 마을들을 직접 돌면서 대북 비방 전단 살포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대남 확성기 중단으로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7.1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7.14 연합뉴스

VOA‧RFA와 국정원 4개 라디오 방송 중단
전단‧확성기 중단 이은 '평화 조성' 연장선

50년 지속해온 대북 선전 라디오 방송 등을 중단한 데 대해 국민의힘 등 수구 보수 세력은 반발하고 있다. 국힘당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올해 초 VOA 송출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국정원까지 대북 방송 송신을 멈추면서 사실상 북한 주민의 눈과 귀는 완전히 가로막혔다"며 "김정은 정권을 향한 일방적 저자세 대북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마틴 윌리엄스 38노스 기자도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 라디오 폐쇄를 비판했다. 그는 "조선노동당의 선전원과 검열관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행운'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그들은 수십 년간 김정은과 한반도, 세계에 관해 북한 주민에게 말한 얘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검열 없는 뉴스와 정보가 매일 끊임없이 유입되는 것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모든 게 바뀌었다. 싸움은 북한에 유리하게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했고, 북한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는 "방송 시간 감소의 결과로, 북한 주민은 국내외 사건에 대해 덜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이 받는 정보는 더 구식이 될 것이다"라며 "많은 사람이 중파를 통해 한국 국내 라디오를 청취할 가능성이 크지만, KBS만이 주요 방송국 중 중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한반도의 정치적 또는 군사적 상황이 악화될 때, 미국과 한국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인 연결 통로의 상실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2025.7.13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2025.7.13 연합뉴스

북한 '두 국가' 선언 후 대남 라디오 중단
"정부, 극심한 체제 대결 종식해야 판단"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작년 1월 북한의 대남 방송 전면 중단이 이번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통일·한민족 개념을 정치‧사회 모든 영역에서 지웠다. 통일전선부 등 대남 부서를 폐지하고 대남 방송과 각종 선전매체 운영도 중단됐다. 북한은 작년 1월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및 '평양FM' 1개 주파수 등 대남 방송 송출을 중단했고,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운영해 온 '우리민족끼리'와 '려명' 등 선전매체 웹사이트 9개와 해외 소셜미디어 계정도 모두 폐쇄했다.

이번 국정원 조치와 관련해 대북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정부가 북한의 대남 방송 운영 중단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극심한 체제 대결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심리전 방송을 맡던 국정원 조직은 안보 위협 탐지와 조기 경보, 국익 현안에 관한 글로벌 공감대 확산을 위한 조직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 의회 의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7. 22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 의회 의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7. 22 [UPI=연합뉴스]

수구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결단을 내린 데는 먼저 '길을 튼'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연방 정부 조직 축소 차원에서 VOA‧RFA를 관할하는 글로벌미디어국의 기능 최소화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해 사실상 이들 두 방송 해체의 길을 열었다.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이런 조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대화 환경 조성의 효과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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