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회복은 구실, 실제는 대립 조장 위한 것

관세, 감세 실정 감추고 지지자들 들끓도록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내부반대 불가능

차기 대선 유력주 뉴섬 주지사 콧대 꺾으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주 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교도소 밖에서 대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도시 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2025.6.8 AFP 연합뉴스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주 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교도소 밖에서 대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도시 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2025.6.8 AFP 연합뉴스

“리처드 닉슨 당선에 기여한 1960년대 폭동에서부터 트럼프에게 오히려 해를 끼친 것처럼 보였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사태까지, 시위, 폭력, 억압의 악순환은 종종 정치적 우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심지어 정부 스스로가 그것을 부추길 때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경찰이나 시장, 주지사 누구도 주 방위군 투입이 질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점을 지적하는 것은 트럼프가 주 방위군 투입을 명령한 이유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질서 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립(대결)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9일 기사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트럼프 정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What’s happening in LA could be a template for the Trump administration)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LA 시내 교도소 바깥에서 주 방위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 2025.6.8 AFP 연합뉴스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LA 시내 교도소 바깥에서 주 방위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 2025.6.8 AFP 연합뉴스

일회성 소요일까 길어질 불온사태의 시작일까

6일 이후 로스앤젤레스(이하 LA)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진압의 소요사태는 일회성으로 끝날까, 아니면 길게 이어질 불온·불안사태의 시작일까?

이번 사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흑인 운전사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 경찰관들의 무차별 구타와 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발단이 된 1992년 소요사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100여 명이 체포됐지만 그때는 1만 2천여 명이 체포당했다. 하지만 상황은 트럼프 정부의 조치와 시민들의 대응에 따라 급전직하로 악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 위험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MAGA 지지자들, 트럼프의 약속이행으로 볼 것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캘리포니아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현지의 지자체 지도부가 진압을 원치 않는 도시에 이민 단속을 발표하고 시위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압부대를 투입한다. 머리를 깨뜨리는 것은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도시들에 대한 경고 역할을 한다. 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에게 트럼프가 자신들이 선출한 이유대로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 때 LA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얻은 표는 전체 투표자의 30%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대도시들 중에서 공화당원이 시장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댈러스와 포트워스 두 곳뿐이다.

“오늘날 미국을 뒤흔드는 당파적 증오 속에서 대통령은 이런 전술을 이용해 상대 진영 유권자들을 격분시키고, (그것을 본) 자신의 지지자들의 피를 끓게 할 수 있다. 이런 부족 간 전쟁 속에 위선에 대한 비난은 사그라들 것이다. (...) 그(트럼프)의 충성파들은 경제에 대한 우려나 전직 정부효율화부 장관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소동(머스크와 트럼프의 불화와 상호비난)에 대한 걱정을 접어둘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효과가 좋다고 판단하면, 트럼프는 다른 민주당 강세지역에서도 같은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 청사 인근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며칠 동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진행된 이민 단속 단속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캘리포니아주로부터 추가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2025.6.8  EPA 연합뉴스
6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 청사 인근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며칠 동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진행된 이민 단속 단속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캘리포니아주로부터 추가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2025.6.8  EPA 연합뉴스

관세, 감세 실정 감추고 지지자들 붙잡아 두는 보루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들 간판정책들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강경한 이민정책은 트럼프에겐 지지자들을 붙잡아 두는 최후의 보루다.”

도쿄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일본 도시샤대학 대학원 교수(미국정치외교, 국제관계) 미마키 세이코는 “불법이민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항의시위가 더욱 확대되고 대규모 군대를 투입하는 사태 발전을 트럼프는 바라고 있을 것으로 본다.(<아사히신문> 6월 9일)

트럼프 1기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2기 정권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적 과잉진압으로 살해당한 뒤 미국 전역으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될 때 당시 대통령 트럼프(트럼프 1.0)는 연방군을 투입해 진압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가 “미군이 시민에게 총부리를 돌리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고, 그 때문에 그는 해고당했다. 에스퍼는 회고록에서 트럼프로부터 항의시위자들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거부했다고 썼다. 그런 내부저항이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1.0 때는 그 선에서 멈췄다.

충성도 기준으로 짜인 각료들 내부반대 불가능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기 트럼프 정권(트럼프 2.0)에서 군 수뇌부의 그런 양식은 기대할 수 없다. 1기 정권 때 군 수뇌부로부터 받은 그런 내부저항에 대한 ‘반성’ 때문에, 정부 요직은 능력이나 양식이 아니라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중시하는 기준으로 배정했다.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만 하더라도, 극우 <폭스TV> 뉴스 진행자요 정치평론가로서 보여준 트럼프에 대한 충성 때문에 국방장관에 발탁됐다. 그는 지금 상황에 따라 해병대를 동원할 수 있다며 충성심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LA에서 남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캠프 펜들턴의 해병대원들이 “고도의 경계태세”에 들어가 동원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미국식 자유경제 환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사히>가 내보낸 또 한 사람의 LA사태 논평가 후지타 아키미 신슈대학 부교수(천문 물리학)의 신랄한 멘트는 트럼프 정권을 낳은 미국사회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캘리포니아대 세인트바바라 캠퍼스,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생활을 한 ‘보스 비’(BossB)라는 필명의 후지타 교수는 “가족 모두 미국을 떠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며 미국사회를 이렇게 비판했다.

“대량 소비와 경쟁을 전제로 ‘승자’를 칭찬하고 격차(양극화)를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자기 책임으로 돌린다. 사회보장은 뒷짐이고, ‘더, 더 많은’ 탐욕에 탐닉한다. 그런 미국식 자유경제의 환상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 뒤틀림이 트럼프라는 현상을 낳았고, 이제 사회의 부스럼(종기)이 차례차례 터지기 시작했다.”(<아사히> 6월 9일)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시위대가 주 방위군, 경찰과 로스앤젤레스 시내 교도소 밖에서 대치하고 있다. 2025.6.8. AFP 연합뉴스
6월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련의 이민 단속 중 이틀간 경찰과 충돌한 후, 시위대가 주 방위군, 경찰과 로스앤젤레스 시내 교도소 밖에서 대치하고 있다. 2025.6.8. AF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 특히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주 전체 인구 4명 중에 1명(약 27%)이 외국 태생이다.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LA는 그 중심지로 약 40%의 인구가 외국태생이다. 농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서비스업 등은 그들 이민자들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하다.

트럼프, 민주당 아성 기세 꺾으려는 정치적 의도?

트럼프는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민주당의 아성이 돼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기세를 꺾어 놓으려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트럼프가 7일 서명한 주 방위군 동원 문서는 “항의와 폭력행위가 법 집행을 직접 방해할 경우 미국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의 한 형태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시위사태를 ‘반란’ 또는 ‘반란 우려’가 있다고 간주했거나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

<가디언>은 9일, 1807년에 제정된 ‘반란(폭동)진압법’을 발동하지 않는 한 미군이 미국 국내에서 법 집행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 방위군은 미국 각주마다 편성돼 있는 군사조직으로, 기본적으로 주 지사의 지휘를 받아 재난 대처나 경비업무를 맡는다. 연방법에는 외국의 침략이나 연방정부에 대한 반란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통상적인 군으로는 법 집행이 어려울 경우, 주 지사를 통해서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주 방위군 동원 때 트럼프는 지사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 계엄령 선포와 닮은 꼴

트럼프는 주 방위군 동원 전에 자신의 SNS에 “캘리포니아 주 지사와 LA 시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일찍이 위대했던 미국의 도시 LA가 불법 이민과 범죄자들의 침략을 받고 점령돼 있다, 폭력적인 반란자들이 연방정부 수사관들을 습격해 (불법이민자들) 강제송환 작전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내세운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군을 동원한다는 허구적 명분과 닮았다. 윤 씨도 트럼프처럼 ‘충암고 인맥’ 등 충성도를 기준으로 ‘자기사람’들을 정부 요직에 포진시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 지사는 아직 입후보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2028년 대선 때의 민주당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가 “(대립)감정을 부채질”해 사태를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그들은 폭력을 바라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득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사협회는 8일 트럼프의 조치를 “우려해야 할 권력 남용”이라며 “주 지사는 주 방위군의 최고사령관이며, 연방정부가 주 지사와 협의나 제휴도 없이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정권이 조장한 혼란”이라며, “직장을 급습해 부모와 자식을 때어 놓고, 장갑차량들을 거리로 몰아 공포와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1965년 흑인 민권운동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린든 존슨 민주당 대통령은 주 지사의 동의 없이 주 방위군에 동원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60년만에 지사의 동의 없이 주 방위군을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항의시위의 보호가 아니라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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