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결과 보고서 채택 안 하고 전원 퇴장
보고서 채택하러 와서 이상민 위증고발만 항의
여당 의원, 추가 진상조사도 하나 마나라며 반대
조수진 청담동 술자리 황당 발언에 유족들 오열
보고서에 이상민 책임, 대통령실 이전 문제 담아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17일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시작부터 예산안과 연계 대응해 55일 활동 중 25일을 정쟁으로 허비하게 만들고, 마지막 결과보고서 채택마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위증 고발에 대해 항의만 하다가 전원 퇴장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역사에 남겼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막말성 발언에 유가족들은 항의하고 오열하기까지 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조특위 활동 결과보고서 채택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여야는 회의 시작 전부터 이미 팽팽하게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야 3당은 이상민 장관 등 정부 책임자를 보고서에 명시하고 추가적인 독립조사기구 설치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측은 "야당이 결과보고서 채택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도 '꼬리 자르기' 수사 비판을 받고 있는 특수본 수사 결과 수준에 맞추거나, 정쟁을 배제하고 작성한 위원회 행정실 보고서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내용을 병기하는 방안 역시 합의가 안 됐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상정한 안건(결과보고서 채택) 자체가 여야 간사 간에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 아니다"라며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민주당)에게 "안건 상정에 대해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야당이 이상민 장관,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위증죄로 고발한 것과 관련 "여당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행태"라며 "이태원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그간 여당과 합의에 대해 "대통령의 유가족에 대한 사과, 이 장관의 파면 촉구, 유가족이 원했던 독립적인 조사기구의 설치, 국회 차원의 추모 등의 내용을 병기(함께 기록)하는 것도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에 대한 위증 고발과 관련, "이만희 간사에게 이 장관부터 고발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국조특위를 수없이 해왔는데 위증자 고발 안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위증에 대해 "당초 이 장관은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은 명단이 없다고 했고 유족 명단이 아니라 사망자 현황이라고 했다"며 "문서 이름 차이로 아니라는 것은 누가봐도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행안부는) 11월 2일 참사 직후 2개를 제외한 모든 연락처를 (서울시로부터)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위증에 대한 행위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행안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가족 연락처 공유에 대해 법령해석을 받고 조치를 안했다"며 "몰랐다는 것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1월 13일자 <이상민 또 거짓말…희생자·유족 명단 의도적 은폐 의혹> 기사 참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위증죄라는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이라며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더라도 본인이 잘못 기억했다면 위증죄가 될 수 없다"고 이 장관 엄호를 시도했다. 전 의원은 "이 자리가 진정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대한 자리인지 의문이 든다"며 "이상민 장관 찍어 내리기와 이 모든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덮어 씌우려는 의도 하에서 국조가 시작됐고, 마무리까지 위증으로 하는 것이 이 장관을 쫓아내기 위해서 증거 수집을 하기 위한 '아주 얄팍한 수작'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동료 의원들 의정활동의 진위를 의심하는 발언을 들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번 책임을 윤 정부에 뒤집어씌운다고 전주혜 의원이 말했지만, 책임을 덮어씌우는 게 아니라 명백하게 책임은 윤 정부에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전 의원에게 '아주 얄팍한 수작'이라고 말을 한 것을 두고 사과를 요청했고, 이에 전 의원이 "절대 동의 못한다"고 반박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여야 간 보고서 합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민 장관 고발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을 보니 역시 '이상민 방탄'이 목적이었구나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힘이 국조에 복귀한 이유 역시 이상민 지키기 아닌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이 장관 위증은 청문회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행안부 자료 제출만 봐도 말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주무부처장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말을 하는 것을 국회가 지켜만 봐야하냐"고 따졌다.
결과보고서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다수가 원했기 때문에 진실이고 정의였다고 판단되는 건 후대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된 조사기구 등에서 추후에 밝혀져야…'라는 보고서 문구에 대해 "하나 마나 한 이야기 아니냐"고 말해 유가족 요구를 폄훼했다. 또 "여당이 방해해서 못했다는 건 황당하다"며 "국조가 끝나기 전에 특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야당이) 국조가 불성실하다는 걸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진상 결과보고서는 결국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견들이 담겨져 있다"고 주장하며 "위원회를 지원하는 행안위 행정실에서 국조 전에 현안질의 때부터 참여한 전문가들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양당 정쟁 요소를 배제하고 작성한 보고서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증고발에 대한 관련자에 대한 논의는 위증고발을 중단하고, 결과보고서는 정쟁 요소가 배제된 위원들이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상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이 의원 발언에 대해 "이걸 행정실에서 준비안으로 가자고 하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실에서 준비한 것은 여야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밀도 높은 부분에 대해서 어느 수위를 넘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조를 통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고 특히 행안부 장관 문제가 드러난 부분을 결과 보고서에 담지 않을 수 없다"며 "결과 보고서와 증인 고발은 별건이고, 함께 말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막말에 유가족이 항의하고 오열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 의원은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유가족들이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에게 항의하자 "(야당이랑)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비아냥거린 사실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뜬금없이 '예시'라면서 "민주당 대변인이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이야기했다"고 말해 장내 소란이 일었다.
조 의원은 '뭐하는 거냐' '이태원하고 무슨 관계냐'는 유가족과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담동 술자리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도 없고 군불 떼기를 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닌 것을 주장하고 (보고서에) 병기를 하면 국민 분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위증죄 고발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것을 안 하는 것은 정치 혁신의 시작점"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면서 "안 해도 되는 것(위증 고발)을 안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증인고발 해왔으니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딨냐"고 말했다.
조 의원의 막말성 발언을 듣다가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유가족은 오열했다. 유가족의 항의에도 조 의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극을 정쟁화하려는 것, 정치에 악용하려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자기 말을 다 마쳤다. 그는 따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청담동 술자리가 무슨 상관인데"라고 고성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이후에도 조 의원에 대한 유가족의 항의는 이어졌다.
결국 여당 의원들은 "야당 입장이 일방적으로 담긴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도 국조가 끝나도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노력할 것이고 유가족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안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고 전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조특위는 여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채 야당 단독으로 결과보고서를 채택했고, 이상민 장관과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정현욱 용산경찰서 112운영지원팀장,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용욱 전 경찰청 상황1담당관 등 증인 8명을 위증죄와 불출석 및 국회모욕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채택된 보고서에는 이 장관이 재난안전 관리 주무부처 장임에도 법령에 따른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운영, 상황판단회의를 통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요청, 건의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또 행안부가 유가족 명단을 확보했고 이를 공개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고도 이 장관은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위증했으며, 모든 책임을 일선 소방서장에게 돌리는 태도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2차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첫 핼러윈 데이인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관련 기관이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사고 예방에 실패했다는 점도 기술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 인력의 비효율적 배치, 참사 당일 당국의 마약범죄 단속 계획 등도 안전관리 부실의 원인으로 함께 지목됐다.
우상호 위원장은 특위 산회를 선포하기 직전 "159명 희생과 유가족 눈물로 시작된 국정조사가 그 소임을 다했는지, 부족함이 없었는지에 대해 반성한다"며 "지난 공청회에서 유가족이 흘린 눈물을 기억한다. 국가는 국민이 눈물을 흘리지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민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 아픔을 채 치유하기도 전에 국조를 종료하게 되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오늘로서 국조는 끝나지만 이태원 참사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피해자 구제 대책 등 모든 과제를 완료할 수 있도록, 유가족들이 원하면 독립적 조사기구와 특검을 포함한 또 다른 진상규명 노력들이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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