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확대 논의는 새울3,4호기 완공 이후에

화석연료를 대체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1970년대 석유파동 때부터 시작했다. 덴마크의 베스타스도 이때부터 풍력발전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현재는 세계적인 풍력터빈 제조회사가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을 위해 1971년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는 26기 26GW 발전설비로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뿐 아니라 4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고, 이는 단일계통으로 세계 최대의 원전 비율에 해당한다. 

 

전선 가득한 새울원전 현장.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전선 가득한 새울원전 현장.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원전 비율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한때는 70% 이상의 전력을 공급했지만, 이는 프랑스 전력계통이 유럽대륙에 연계되어 있어서, 전력의 수출입에 의한 안정화 기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프랑스도 2022년 원자로 내부 배관 균열 문제로 절반가량이 정지되는 일이 발생해서 2023년 정상화될 때까지 1년 이상 전력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공급 부족과 겹쳐서 유럽대륙에 심각한 전기요금상승을 초래했다. 

현재 프랑스는 원전 노후화와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60% 정도의 비율을 점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 전력시장에서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전력 가격)' 하락으로 경제성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원전은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증가에 의해 채산성이 악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악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SMP가 점점 하락하고 있어서, 원자력 발전기의 경제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문제는 안전성, 핵폐기물 문제뿐 아니라, 송전망 문제도 안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는 올해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송전망 건설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전력계통 안정운영기준인 '신뢰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는 이는 이미 국감에서도 지적이 된 바 있지만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더욱이, 이러한 송전망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더 큰 문제는 원자력 발전기가 가지는 경직성 문제이다. 현재 한수원은 시간당 3% 최대 20% 까지 원자력 출력을 사전에 조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사전에 원전을 줄이는 역할을 제한적으로 하겠지만, 전력시스템을 정전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가장 큰 발전기의 능력은 초 단위에서 발전기 고장이나 출력변동, 부하의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원자력 발전기는 초 단위로 실시간 출력조절 능력이 없고, 이 능력을 가지는 발전기가 가스발전기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과 인프라에서 일정 용량의 가스발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현재의 재생에너지 10%, 원전 30% 수준에서도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 출력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재생에너지 50%, 원전 50%의 전원믹스 계획은 기술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조합이다. 전기기술적 측면에서 원전이 가스발전기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유연성을 확보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와 조합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성에서 이를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원전이 기저부하(항상 유지되어야 하는 최소 전력 수요)를 담당한다는 논리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한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가 20%를 담당한다는 것은 평균적인 개념이며, 봄철 재생에너지가 많을 때는 재생에너지만으로 100%를 초과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시스템 운영에 큰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다음 정권 5년간의 전력 공급을 생각하면, 가장 시급한 것이 현재 10% 정도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를 적어도 2배로 늘리는 것이다. 그동안은 송전망 건설도 끝나지 않기 때문에 송전망 이용률을 최대한 올리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원전의 문제는 올해 말로 계획되어 있는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가 들어오면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원전 확대 문제는 그때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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