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재단 구엘라 회장, 포린 어페어즈 기고
"전방위 권력확대 행보는 단계적 독재화"
정치학자들도 "트럼프, 민주 헌정 질서에 도전"
"사법부·독립언론·연방주의 활용해 대처해야"
공영방송 "트럼프에 응징 당할까 두려움 확산"
"2024년 12월 3일, 한국 대통령 윤석열은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해 한국 장악을 시도했다. 그다음 상황 전개는 민주주의 체제들이 어떻게 한국민에 대한 위험한 위협들에 저항하는 항체들을 생성하고 그들의 정부 시스템을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석열이 비록 군 병력을 보내 한국 국회를 둘러싸고 국회의원들이 그의 계엄령을 해제하는 비상 투표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신속히 달려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편, 윤석열이 도움을 원했던 군 장교들과 정보기구들은 협조를 거부했고, 법원들도 방관하기를 거부했고, 언론들도 정확하게 상황 전개들을 보도했다. 결국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는 만장일치 투표를 통해 계엄령을 해제했고,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기도를 저지했다."
"한국, 압도적인 대중 지지 힘입어,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기도 저지해"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리아노 플로렌티노 구엘라 회장은 '헌정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란 18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12·3 내란의 초기 진압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구엘라는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한국의 사건은 또 다른, 아마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민주주의 미래에 걱정스러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잖아도 지난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3개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밖으로는 전방위적 관세 전쟁을 선포해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안으로는 불법도 불사하며 이민자와 언론, 대학, 지방 정부 등을 탄압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
22일 미국 npr(공영방송)에 따르면, <브라잇 라인 워치>는 지난 2월 초순 미국 정치학자 520인을 상대로 '미국 민주주의 성취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대다수는 '트럼프의 미국’이 빠르게 리버럴(자유) 민주주의에서 일종의 권위주의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 허무는 트럼프
정치학자들 "미국 헌정 질서에 도전"
시카고대, 다트머스대, 미시간대 등 여러 미국 대학 협력체인 <브라잇 라인 워치>는 미국 민주주의의 실천과 회복력, 그리고 잠재적 위협 등을 추적, 관찰하고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출범 직후인 2017년 2월부터 미국 정치학자들을 상대로 연간 4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브라잇 라인 워치>는 '트럼프 집권 2기에서 위반의 가속화’란 제목의 올해 조사 보고서에서 "대통령직을 다시 장악한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미국의 헌정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 들어오고 몇 주간 트럼프는 정책들을 변경할 뿐 아니라, 대부분 오늘날의 미국 민주주의 핵심 원리들에 도전하는 수많은 행정 행위를 벌였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자행한 '민주주의 위협’의 사례들로는 △ 2021년 1‧6 미 의회 폭동 관련자들 사면 △ 트럼프 수사 담당 법무부 관리들 보복 해고 △ 언론인과 언론사, 정적과 시민운동가에 대한 공격, 위협 △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를 포함해 독립 기관들의 장들에 대한 임기 중 불법 해고 △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파괴 위협 △ 수정헌법 14조를 무시한 채 미국에서 출생한 미등록 영주권자의 자녀들 시민권 배제 행정명령 △ 연방 공무원들 압박해 헌법에 보장된 의회의 정부 지출 편성권 약화 시도 △ 트럼프 지시 거부 지방 정부에 연방 교부금 중단 △ 연방정부의 모든 대학 장학금 수여와 학자금 대출에 대한 백악관 예산실의 중단 명령 △ 미국-멕시코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 △ 의회 권한 무시한 채 미 국제개발처(USAID) 등의 폐쇄 명령 △ 갈수록 노골화되는 법원 판결 거부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 독재자들 전술 사용"
"응징당할까 두려움 사회 전반 확산"
이들 정치학자가 보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독재자들의 전술을 사용한다"면서 몇 가지 "특수한 행동들"을 적시했다. 예를 들어 방송업 허가권을 지닌 트럼프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친트럼프’인 루퍼트 머독의 폭스뉴스를 빼고 거의 모든 주요 방송매체들을 수사 중이다. CBS의 경우는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는 반유대주의 우려를 구실로 하버드, 프린스턴, 콜럼비아 등의 대학들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교부금 지급 중단을 추진 중이며, 트럼프가 낙인찍은 로펌과 변호사들이 정부 청사에 들어오거나 정부 계약을 대리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들을 발동했다.
npr은 "(트럼프) 정부의 응징에 대한 두려움이 이제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면서 "최근 '자유 언론'관련 npr 시리즈물에서 대다수가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았다"고 소개했다.
미국 민주 헌정을 지키는 세 가드레일
"사법부·독립언론·연방주의 잘 활용해야"
올해 2월 조사에서 미국 민주주의 성취도는 0~100점을 기준으로 55점으로 트럼프 당선 직후인 작년 11월 조사의 67점에서 12점 떨어졌다. 다트머스대의 존 커레이 교수(정부학)는 "급격한 추락"이라면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는 확실한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npr은 "대다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맡은 첫 몇 달간 행정 권력 확대를 시도하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정부학)도 "우리는 일종의 권위주의 체제로 빠져 들었다"면서 "우리는 더는 리버럴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권위주의 체제’는 유의미한 선거가 부재하는 '일당 국가’인 중국의 체제를 뜻하는 게 아니라 헝가리와 튀르키예와 같이 민주적으로 러더를 선출하지만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선출 독재 체제’를 뜻한다. 여기선 행정 권력이 공무원과 검찰청과 법원 등 요직을 '충성파’로 채우고 이들을 활용해 정부 비판에 앞장서는 언론과 대학, 비정부 기구들을 탄압하고 선거 때 '운동장’을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기울게 만든다.
'권력 굶주린'트럼프, 단계적 독재화 추진
"윤, 조금만 점진적으로 탈취 시도했다면?"
이 대목에서 카네기재단의 구엘라 회장은 지난 3개월 트럼프의 추진한 각종 대내외 정책 중 충격적이고 황당하지만 현행 헌법상 용인되는 것들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공격하며 헌정 질서를 짓밟는 것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계 재평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기후변화 극복 국제 협력에서 철수 등은 비판받을 여지가 많지만 헌법상 미국 대통령에게 용인되는 것이라면, 연방 판사의 명령 준수 거부나 연방 기관들을 동원해 자신에 반대하는 주정부나 민간기구 및 개인에 대한 협박 등은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구엘라 회장은 "권력에 굶주린 행정 권력'에 맞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위해 사법부와 독립 언론, 그리고 연방주의(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견제‧균형) 등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3가지 ’가드레일'(보호 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구엘라 회장은 이런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대통령 행정 권력 확대 행보를 "단계적 독재화"라고 규정짓고, 점진적이긴 하지만 그 본질은 ’친위쿠데타'로 봤다. 그러면서 한국 상황과 관련해 지금의 트럼프처럼 "윤석열이 조금만 더 점진적으로 (권력) 탈취 시도를 했더라면?"이라고 반문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