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서 함께 수영하며 얻는 기쁨

몸 불편해도 최선 다하는 모습 감동적

사소한 배려에도 늘 감사 태도 돋보여

장애인과 교감할 소중한 기회 만들자

부활 주일인 4월 20일은 제45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1981년 유엔은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면서, 각국에 관련 기념사업을 권장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첫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1991년이었습니다. 다만, 1981년을 원년으로 정하고, 1991년 4월 20일을 제11회 장애인의 날로 기념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행복을 바라봄, 일상을 바라봄, 희망을 이어봄’입니다. 부쩍 완연해진 봄기운이 느껴지는 슬로건입니다. 따스하게 감싸는 봄날의 온기처럼 장애인들의 일상에도 봄이 내려앉길 소망합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요즘 제가 장애인들과 함께 누리고 있는 작은 일상을 소개하고 소감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정립회관 수영센터에서 열린 생존수영 실기수업. 정립회관 제공
정립회관 수영센터에서 열린 생존수영 실기수업. 정립회관 제공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기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껴 다시 새벽 수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집 주변 구민체육센터 등은 모두 만원이었습니다. 대기 등록을 해놓고 자리가 나면 통보를 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것이고, 어쩌면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혹스러워 하고 있던 차에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있는 정립회관에 수영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곳에도 처음에는 빈 자리가 없었지만, 운 좋게도 멀리 이사를 가게 된 회원이 있어 등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립회관은 지난 1975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이용시설입니다. 설립 당시에는 주로 지체장애인을 위한 단종 복지관이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은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서비스 대상도 지체장애인 중심에서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 유형으로 확대됐습니다. 수영센터를 비롯해 체육관, 도서관, 프로그램실 등 장애인 편의와 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정립회관 수영센터에서의 새벽 운동이 어언 6개월이 되어 갑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이곳에서 운동을 하다 대기 등록을 해 놓은 수영장 중 자리가 나면 옮길 생각이었습니다. 정립회관 수영센터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어서 일반 수영장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수영장의 일부 레인은 장애인 전용으로 지정돼 있고, 양쪽 끝 수심이 얕아 저는 턴을 하는 게 조금 불편했습니다. 새벽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들을 만나고 함께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른 수영장에 자리가 나더라도 옮기지 않을 작정입니다.

 

2월 24일 정립회관 수영센터 5층에서 열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지원서비스 개소식. 정립회관 제공
2월 24일 정립회관 수영센터 5층에서 열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지원서비스 개소식. 정립회관 제공

제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매일 새벽 장애인들을 만나고, 함께 운동하는 게 즐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수영 실력 수준에 따라 배정받는 여러 강습 레인에 장애인들이 함께 합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코치가 요구하는 운동량이 너무 버거워도, 몸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데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납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얻은 즐거움은 운동만이 아닙니다. 수영 전후 벌거벗고 함께 샤워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알게 된 그들의 특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성격과 태도가 다르고,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공통점이라면 그들이 늘 감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호의와 배려만으로 그들은 과분한 감사를 표시합니다. 의례적인 인사에도 넘치는 반가움을 전합니다. 마치 감사와 반가움을 표현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 대한 동정심 같은 것은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의지와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늘 가득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장애인들과 함께 할 기회를 꼭 가져보시도록 권합니다. 새로운 경험이 여러분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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