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의 힘으로 재표결 통과…"신뢰회복 나서라"
민주주의 수호·국민복지 증진 위한 방송하라는 것
3년간 내란 수괴 옹호·미화한 '땡윤뉴스' 사과 우선
방송장악 정치세력 선거에서 승리 못하도록 감시해야
공영방송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17일 재표결 끝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KBS와 EBS 등 공영방송이 재정 위기의 길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KBS 연간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 수입원이다. 수신료의 일부는 교육방송 EBS 운영자금으로도 쓰인다.
윤석열 정부가 2년 전 밀어붙인 수신료 분리징수로 연간 1천억 원 가량의 수신료 수입 감소, 수백억 원의 분리징수 비용 부담 등 재정적 타격을 예상했던 KBS와 EBS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30여년 지속된 공영방송 수신료 통합징수(전기요금과 함께 강제 징수하는 것)를 분리징수로 바꾼 것은 KBS 재원을 줄여 공영방송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의 핵심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말한다. 공공성과 공익성이 민주주의와 국민의 복지를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재원을 축소함으로써 KBS를 민주주의와 국민의 복지가 아닌 집권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관영방송으로 만들려 했다. 또 밥줄을 쥐고 흔들어가며 KBS를 말 잘 듣는 애완견 방송으로 길들이려 했던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을 어용방송으로 길들이는 데에 맨 앞에 섰던 것이 방송통신위원회다. 윤석열이 임명한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분리징수 방침을 실행-지지했고 이진숙 위원장은 야당의 통합징수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저지 활동까지 벌였다.
법안 통과에 190여명의 야당 의원과 20여명의 국힘당 의원이 찬성했지만 국힘당 의원 80여명은 변함없이 반대표를 던졌다. 윤석열 내란에 부역해온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통합징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힘당 의원의 절대 다수와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내란 수괴 윤석열의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동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법안이 통과되자 재정 위기를 모면하게 된 KBS는 “압도적 지지로 방송법을 개정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박장범 사장은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전 사원 결의대회를 열어 “지난 31년 동안 우리는 수신료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면서 “(수신료 통합징수가 성사되면) 더욱더 품격있고 신뢰받는 콘텐츠를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가 밝힌 입장을 들어보면 이번 수신료 통합징수 복귀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한 것 같다.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 국회와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국회와 시민들이 수신료 통합징수가 복원되도록 애쓴 것은 윤석열 정권이 시도한 공영방송 가치 훼손을 막고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다.
안정적 재정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복지를 증진시킴으로써 공영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회복하라는 것이지, 단지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KBS 구성원들의 월급과 복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라고 만들고 통과시킨 법안이 아니다. 그것을 안다면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 이후 어떻게 민주주의·국민복지를 위한 공영방송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잘 해나갈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KBS는 윤석열의 술친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사장에 임명되는가 하면 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을 축소하려고 ‘작은 파우치’ 운운했던 알랑방귀 앵커가 사장직을 이어받았다. 그러는 동안 KBS 뉴스는 ‘어용’ ‘관영’ ‘땡윤’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부끄러운 오명을 쓰게 된 데에는 ‘어용사장’뿐 아니라 그 밑에서 부역하고 침묵한 간부와 기자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권을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 정권의 비리와 무능을 감춰준 땡윤방송 KBS는 윤석열이 끝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국민을 배신한 내란을 일으킨 데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KBS 사장 박장범은 ‘수신료의 고마움’이나 ‘품격있는 콘텐츠’ 같은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더 걷어 배부르게 해주니 그게 고맙다는 것인가? 품격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수신료 통합징수로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이 확보되는 것이 곧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같은 제도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제도 자체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하고 공공성, 공익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재원과 제도는 공영방송 가치 실현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충분조건이 되려면 공공성,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공영방송 스스로의 성찰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KBS 사장과 간부, 일선 기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해야 할 부분이지 재원과 제도만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통합징수가 유지되던 때에도 KBS는 낙하산 사장과 알랑방귀 사장 아래서 윤석열 정권을 열심히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수신료 통합징수로 넉넉한 재원을 계속 누린다면 어용방송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인가?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여 언론을 길들이고 장악하려한 윤석열-국힘당 정권과 끝내 국민 배신의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부부를 3년여간 미화·옹호했던 사실부터 국회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 KBS 내부에 있는 일부 ‘윤석열의 대리인들’에게 공영방송 운영과 뉴스생산을 맡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해야 한다.
공영방송 감독·규제 기구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한 또다른 ‘윤석열의 대리인’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도 항의하고 비판해야 한다. 앞으로 수신료 징수방식 같은 밥줄을 쥐고 공영방송 길들이기하는 정치인,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겠다는 약속도 해야 한다.
KBS가 “진영논리를 넘어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것도 하나마나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진영논리를 넘겠다’ ‘국민 삶에 최우선’ ‘시청자의 눈높이’라는 애매하고 기만적 중립 태도를 말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익의 진영'에' 서겠다고 확실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수신료 통합징수로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마련에 적극 나서준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의 명령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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