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언론 검증없이 써주니 계속 '아무말' 하는 것

국힘 권성동 원대 "민주당, 김어준 지령 받아"

박정훈 의원 "한국 주적은 김정은 보다 이재명"

유정복 시장 "내가 총리라도 마은혁 임명 안해"

내란 수습 지연에 언론 '아무말 대잔치'도 한몫

언론은 독자에게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게 주요 업무지만, 그렇다고 ‘아무 정보’나 다 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정보’란 무엇인가? 독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 읽으면 오히려 올바른 판단이 흐려지게 하는 정보 따위가 ‘아무 정보’다. 이런 정보를 언론계에서는 ‘뉴스 가치(value)가 없다’고 한다.

뉴스 가치가 없는 ‘아무 말’은 저자거리 주정뱅이나 정신병원 망상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배울 만큼 배운 자와 가질 만큼 가진 자도 자주 헛소리를 내뱉는다. 헛소리 ‘아무 말’로 뭔가 노리는 게 있을 것이다. 우리 주류 언론들은 이들의 헛소리 ‘아무 말’을 끊임없이 보도한다. 조회수로 돈을 벌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다. 언론에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31일자로 보도한 “‘민주당이 김어준 지령 받아 의회 쿠데타’/여, 국무위원 탄핵 위협에 줄고발 ‘맞불’”기사가 그런 ‘아무말 대잔치’ 기사다. 이 기사는 “국민의힘이 전날 민주당의 ‘국무위원 연쇄 탄핵’ 경고를 ‘국회의원 줄고발’ 카드로 되받아쳤다”면서 “민주당 초선들의 의회 쿠데타는 김어준 지령을 받고 이재명 대표 승인을 받아 발표한 내란 음모”라고 한 권성동 원내 대표의 말을 따옴표에 넣어 보도했다. 기사의 제목도 이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이 기사에 나오는 권성동 원내 대표의 말은 ‘아무말 대잔치’에 가깝다. 만에 하나라도 야당 의원들이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그런 일을 벌였다면 큰 문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야당 의원들이 김어준 씨의 ‘지령’ 정도를 받고 국무위원들을 탄핵키로 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한국일보 기자는 권 원내 대표의 주장이 무슨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물어봤어야 한다. 그러나 기사에 그러한 근거는 나와 있지 않다. 물어보지도 않고, 확인도 하지 않고 그저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쓰기 한 것이다.

권 원내 대표의 말 중 ‘김어준의 지령’이라는 표현도 문제다. ‘북한의 지령’을 연상시키는, 자극적이고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부추기는 용어다. 이런 게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언론이 피해야 할 ‘어그로(관심끌기)’나 ‘트롤링(낚시질)’이다. 그런 표현을 기자가 그대로 옮겨적은 것 역시 ‘어그로’나 ‘트롤링’을 의도한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인 노종면 의원은 한국일보 기사에 대해 “헛소리를 해도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실어주니, 아니 헛소리일수록 기사가 커지니 헛소리 아니하고 배기겠는가”라고 SNS에 썼다. 한국일보는 노종면 의원의 반박글을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권성동 원내 대표의 ‘아무 말’로 관심을 끌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노종면 의원의 말대로, 언론이 이런 ‘아무 말’을 받아쓰고 기사화해주니 더 심한 아무 말을 더 자주 하는 것이다. 

 

같은 날 민영 통신사인 뉴스1은 “친한 박정훈 ‘대한민국 주적은 김정은보다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국힘당 초선 의원인 박정훈 의원의 SNS 글을 그대로 받아쓰기해 보도한 기사다. 박정훈 의원은 “김정은은 능력도 없고 핵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지만 이재명이 집권하면 나라를 망치기 때문” “이재명은 거짓말을 좌우명처럼 여기는 데다”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까지 팔며 살아온 자” 등등의 이재명 대표 혐오, 인격모독적 발언을 썼다.

동아일보, TV조선 출신인 박정훈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여당 의원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 아닌 인격모독·혐오·증오로 가득한 막말을 SNS에 올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 글을 따옴표 안에 가져와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더 정상이 아니다. 이런 막말을 그대로 기사로 옮겨 적으니 정치 공론장이 ‘아무 말 대잔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채널A도 같은 날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했다. 이 종편방송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가 총리라도 마은혁 임명 안한다, 탄핵은 미친 짓”이라고 한 말을 제목으로 뽑아 기사화했다. 이 기사 역시 네이버·다음 뉴스 포털에서 주요 기사로 독자를 끌었다.

유정복 시장의 발언은 헌재가 윤석열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옹호하고, 한덕수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 임명 거부가 위헌이라는 사실도 부정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지금 나라가 혼란과 위기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채널A는 정치인 출신 공직자의 위헌적인 발언을 그대로 기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은 미친 짓’이라는 말은 공직자(인천 시장)가 할 소리가 아니다.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이런 ‘아무 말’을 마치 무슨 중요한 발언, 무게 있는 공직자의 발언인 것처럼 언론이 포장해 ‘아무 말 대잔치’를 열고 있는 것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아무말 대잔치' 코너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KBS  개그콘서트의 '아무말 대잔치' 코너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정치인이나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하는 아무 말이 다 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 특히 주류 언론들은 그것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아무 말’인지 사실을 담고 있는 말인지 검증하고 가려서 보도해야 한다.  또 전문가인 양 아무나 ‘뇌피셜’로 내뱉는 말을 기사화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포털에는 오늘도 여러 정치인, 유명인들이 떠드는 ‘아무 말’을 따옴표에 담아 그대로 보도하는 주류 언론들의 ‘아무 말 대잔치’로 시끌벅적이다. 시민들은 윤석열과 극우세력의 내란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민주주의 대잔치’가 열리기를 갈망하고 있는데, 주류 언론들은 시민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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