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반성도 없이 지지자와 웃으며 인사
금요일 오후 교통 체증에도 도로 텅텅 비우고
지지자들에게 손 흔들며 나홀로 '카 세리머니'
마지막 메시지까지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어
강성 지지층 세력화, 차기 대선 개입 노릴 듯
윤석열 정치 개입할수록 국민의힘은 '역풍'
나갈 때까지 대국민 민폐 끼친 윤석열 부부
증거 인멸 의혹에 기갑차량 드라이브도 폭로
가든파티 의혹에 경호처 연판장 파문까지
"내란범에겐 2가지뿐 사형 아님 무기징역"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의 바닥은 어디까지인가. 한남동 관저를 떠나는 윤석열의 모습은 도저히 파면된 대통령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갈등과 분열로 얼룩지게 만든 윤석열은 끝내 사과 한마디 없이 마치 개선장군마냥 밝은 표정으로 관저를 빠져나갔다. 부끄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인면수심의 얼굴에서 내란 청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11일 오후 5시 9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앞.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관저 정문 앞까지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량을 이용해 내려왔다. 그는 서초동 사저로 출발하기 전에 관저로 찾아온 참모진,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윽고 승합차량이 정문 앞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자, 윤석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면된 지 일주일 만이었다.
파면된 이후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의 표정은 부끄러움이나 미안함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넥타이를 차지 않은 정장 차림을 한 윤석열의 표정은 마치 5년 임기를 마치고 나온 대통령, 혹은 막 당선된 당선인처럼 밝았다. 지지자들은 그런 윤석열의 모습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 "윤 어게인(Againg, 다시)"를 연호했다.
윤석열은 정문 앞을 걸어나와 군인처럼 미리 도열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청년 지지자들과 악수,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서울 시내에 소재한 K대학교, Y대학교, H대학교 등의 점퍼를 입은 청년 지지자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윤석열과 인사를 나눴다. 한 청년 지지자는 윤석열과 포옹하며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윤석열은 청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관저 정문 앞을 둘러싼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지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 등을 들고 있었다. 윤석열은 지지자들한테서 'Make Korea Great Again'(다시 한국을 위대하게)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건네받고 썼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우스꽝스럽게 머리에 얹혀졌다.
이후 윤석열은 약 5분 만에 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차량 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 그동안 모습을 감춰왔던 부인 김건희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석열은 열린 창문을 통해 밝은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연신했지만, 차량 안쪽에 앉은 김건희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윤석열이 이날 사저로 복귀하면서, 한남대교 및 경부고속도로 등과 연결된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그러나 파면된 윤석열은 시민들의 불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 호위 하에 천천히 차를 돌려 거리에 서 있는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등 나홀로 '카 세리머니'를 했다. 마지막까지 시민들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윤석열이 탄 차량은 오후 5시 30분쯤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했다. 김건희 명품가방 및 화장품 수수 사건, 인사개입 사건 등 2년 11개월이라는 짧은 재임 기간 여러 비리 의혹이 벌어진 온상지이기도 하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서 당당하게 내린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꽃다발까지 건네받고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윤석열은 관저에서 나와서 사저로 이동하는 내내 시종일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파면 당한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듯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과연 맞나 싶은 모습이었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을 당시의 밝은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사저로 이동하기에 앞서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뻔뻔함마저 읽혔다.
그는 몇글자 되지도 않은 짧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2년 반, 이곳 한남동 관저에서 세계 각국 여러 정상들을 만났다.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 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줬다.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면서, 내란 동조 세력들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포부까지 밝혔다.
윤석열이 관저에서 나가면서까지 지지자들을 일일이 챙기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낸 것은 향후 정치 행보를 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정치 세력화를 통해 차기 대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파면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와 달리 윤석열은 사저 정치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석열은 이미 파면 이후에도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여러 대선주자를 만났다.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관저에서 윤석열을 만났으며, 6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관저를 찾아가 윤석열을 만나고 왔다. 이 자리에서는 신당 창당에 대한 언급이 오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의원과 함께 탄핵 반대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학원 강사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도 윤석열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 역시 출마 선언 직후 윤석열을 만났다고 밝혔다.
윤석열의 사저 복귀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심 후보'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사저 정치가 동력을 발휘할수록 대선 국면에서 야당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의 정치 행위에 대한 역풍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실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이 정치에 개입하는 자체로도 국민의 공분을 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법 위에 군림하며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해온 양상을 고려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차기 대선 과정에서 확인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전에 윤석열이 청산해야 할 빚이 많다. 윤석열의 내란혐의 형사 재판이 14일부터 시작되고,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또 윤석열은 지난달 7일 구속 취소 이후 관저에 머물면서 내란 및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한 증거 인멸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윤석열 부부의 만행도 폭로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55경비단 출신 장병들은 김건희가 관저 경호를 위해 운용되는 기갑차량을 놀이기구처럼 탑승해 관저 안을 드라이브 했다고 폭로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보기 힘든 만행이다.
여기에 더해 '파면 후 관저 파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시민언론 뉴탐사>는 한남동 관저로 식자재 운반 트럭이 드나들고 조리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등 관저 내에서 환송 가든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을 영상으로 포착했다. 이후 지난 10일 <JTBC>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윤석열이 파면 이후로도 거의 매일 외부 인사들을 불러 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하면서, <뉴탐사>의 보도를 확인해줬다. 이에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에도 증거를 인멸하며 세금을 축낸 정황이 있는 만큼 환수 및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통령을 경호해야 할 경호처도 윤석열 사병처럼 내란사태에 휩쓸려 재정비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버티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호처 내부에서 상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이 돈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판장에는 700여 명의 경호처 직원 중 상당수가 참여했다고 한다.
연판장에는 "지금 경호처는 '사병 집단'이란 조롱 섞인 오명과 함께 조직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며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작했으며 직권남용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석열이 마지막 관저를 나가는 순간까지 대통령실 경호 조직까지 망가뜨려 놓은 셈이다.
윤석열이 이처럼 관저를 나가는 순간까지 '대국민 민폐'를 끼치면서 야권은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이) 관저를 불법 점거하는 동안 내란 잔병들, 내란 정당 대선 주자들을 불러 송별회를 즐겼다고 한다. 각종 증거도 인멸했을 것이다"라면서 "이런 철면피, 내로남불은 처음 본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아직도 헌재 파면 주문(主文)에 승복하지 않는 그는 내란 옹호자들이 외치는 "윤 어게인”이라는 주문(呪文)을 믿는지 모르겠다"면서 "종국에 그가 갈 곳은 교도소다. 검찰은 빨리 윤석열을 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의 형량은 무기징역과 사형, 두 가지뿐이다"라며 "우리 다시는 보지 맙시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파면된 내란 수괴 윤석열이 1주일 간의 무단 점거를 끝내고 조금 전 관저를 떠났다"며 "국민과 국회, 헌법에 의해 파면된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 누가 보면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대통령인 줄 알겠다"고 비꼬았다.
조 수석대변인은 "파면 이후 윤석열은 자숙은커녕 대선 주자들을 줄 세우며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해 왔습니다. 대통령 관저를 무단 점거한 채 무위도식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면서 "국민은 파면된 내란 수괴 주제에 뻔뻔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 든 윤석열의 후안무치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저에서도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죗값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며 "지금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은 자숙하고 참회하며 겸허히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에도 경고한다"면서 "윤석열의 관저 정치와 함께 국민의힘의 내란 추종도 막을 내려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윤석열과 결별하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거듭 국민의힘을 향해 "도대체 언제까지 윤석열에게 매달리며 내란의 그림자를 쫓아다닐 셈이냐"며 "내란 수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국정을 맡겨달라고 하다니, 국민이 우습게 보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의 관저 농성이 끝난 오늘부로 대한민국에 내란 세력이 발붙일 곳은 없다"며 "끝끝내 내란의 그림자를 추종하는 세력에게 돌아갈 것은 국민의 가혹한 심판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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