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
주가지수도 약세 흐름에서 강세로 전환
전날 뉴욕 증시 폭락했지만 국내 증시 선방
신용 위험 지표 CDS 프리미엄도 하향 기대
트럼프 상호관세로 대외 불확실성은 커져
헌법재판소(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4일 국내 금융시장은 악재와 호재가 힘겨루기하며 요동쳤던 하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 여파로 전날 뉴욕 증시가 폭락한 게 악재였다면, 윤석열 파면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헌재가 선고하는 시간에 증시와 환율 시장은 요동쳤다.
국내 정치적 불안 사라지며 원화 강세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영향으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보였으나, 원화는 윤석열 파면이 확정되며 더 가파르게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발 무역전쟁 등 대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12·3 비상계엄 이전 수준인 달러당 1300원 중후반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어느 쪽으로 튈지 알 수 없어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6.5원 내린 1450.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던 원화 가격은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자 오름폭을 키웠다. 오전 11시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를 낭독하면서 파면 결정이 유력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한때 전날보다 36.8원 낮은 1430.2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전장보다 32.9원 내린 1434.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달러당 1400원 밑으로 하락할 수도
12·3 내란 사태 이전 환율은 1300~1400원대를 유지했다. 달러 강세로 환율이 급등한 적은 있었으나 1400원은 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이 위법,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한 직후인 작년 12월 4일 환율은 달러당 1410원을 돌파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대외 변수에 더해 국내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원화 가격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474원까지 급등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으로 원화 가격이 약 30원 하락했다고 추정했다. 당시 환율은 1470원 선이었는데 이 중 50원은 전 세계 공통적인 달러 강세에 따른 것이고, 30원가량은 윤석열 내란과 탄핵 등 정치적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흐름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해 방향성과 강도 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국내 정치적 불안 요인이 제거된 만큼 환율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 CDS 프리미엄도 하향 안정 기대
헌재의 파면 선고가 지연되며 상승했던 한국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 신용 위험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1월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40.42bp(1bp=0.01%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헌재 선고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28.13bp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헌재 선고가 늦어지자 다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한국의 CDS 프리미엄도 하락할 것으로 본다.
외환시장과 달리 윤석열 파면이라는 호재가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전날 뉴욕 증시의 폭락 여파가 호재를 덮은 탓으로 해석된다. 헌재 선고 기일이 정해진 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은 증시에 어느 정도 반영됐으나, 트럼프 상호관세의 불확실성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인식도 약세장을 연출했던 요인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전날 뉴욕 3대 지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는 순간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5분 이후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별 판단을 설명하며 인용 가능성이 커지자 약세였던 코스피 지수는 강세로 전환했다. 오전 11시 22분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직후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지수는 다시 하락했다.
뉴욕 증시 폭락에도 국내 주가지수는 선방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28포인트(0.86%) 내린 2465.42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비해 호재와 악재가 막상막하로 작용했던 코스닥 지수는 내림세와 오름세를 반복하다가 전장보다 3.90포인트(0.57%) 오른 687.3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 증시가 4~5%대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파면으로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대외 요인에 따라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제시할 공약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와 사용처 등도 변수다. 그러나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금융시장은 큰 짐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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