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상황까지 이용해 정치 공세 펼치는 극우 국힘

이재민 아픔은 나몰라라…내란 수괴 주장만 반복

"예비비 한 푼 안 쓰고 예산 부족하다 혼란 부추겨"

"양심이 있어야지…아픈 국민들에게 거짓말 마라"

황색 언론도 재난 정치화에 동조해 '악마의 편집'

여야 없어야 할 재난현장에서 '지역감정'만 조장

"전반적인 분위기 우호적이었는데 일부만 강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3.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2025.3.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영남권 산불 재난으로 인해 여야가 국회 본회의까지 연기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인 가운데,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이유로 들었던 '예비비'를 복구하라며 극우 국민의힘이 때아닌 '생떼'를 부리고 있다. 산불 대응 예산이 있음에도 야당으로 인해 예비비가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고 정치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에 여당이 자신의 지역구 재난까지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남권 방문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전체 분위기는 뒤로 한 채 이 대표에 대한 주민의 항의 모습을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정치혐오' '지역감정'까지 조장하고 있다.

'산불 재난의 정치화' 시작은 대구 서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때문이었다. 김 의장은 전날인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고소득자, 저소득자 가리지 않고 돈을 뿌리자는 소비 쿠폰과 지역화폐 추경에 목을 매는 민주당이 정작 예기치 못한 화마로 생명과 재산을 잃은 국민과 공무원들을 위한 재난 예비비 추경에는 반대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본예산 예비비 삭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4조 8000억원 규모 예비비를 절반인 2조 4000억 원으로 감액했다. 이는 특수활동비·특수업무경비와 함께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예비비를 관행적으로 과다 편성할 수 없도록 국회의 심사 권한을 사용한 과정이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계획에도 없던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며 500억 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가져다 썼고, 2년차에도 무분별한 순방으로 또 500억 원 이상의 예비비를 끌어다 쓴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건전 재정'을 한다는 이유로 초긴축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대통령 부부가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를 코로나19 재난 시기보다 더 크게 늘렸다. 총액으로 계상하다보니 불투명하고 자의적으로 집행 가능하고 국회 예산심사권이 닿지 않는 예비비를 늘린 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국회의 사전 의결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예외적인 재정운용 방식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예비비 증액 규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전 재정 기조 하에서 중복예산 가능성이 큰 예비비를 최소한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예비비 삭감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보험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9.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보험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9. 연합뉴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예비비 삭감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하며,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고 주요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학살하려고 했다. 그는 야당의 예비비 삭감이 "국정을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예비비가 줄어든다고 국정이 마비된 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형적인 혹세무민형 거짓말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또다시 예비비를 꺼내 정치 공세를 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은 "설사 이번 산불 피해에 대한 복구 지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하절기 태풍 홍수 피해를 염두에 둔다면 재난예비비 복구는 반드시 돼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경 편성 방해하는 건 국민 안전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는 재난을 고리로 삼아 내란 수괴의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대형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혼란을 틈 타 내란 수괴와 궤변을 또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는 최근 보수 과표집이 두드러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조차 민주당이 지지율 격차를 벌여 나가고, 민주당 내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대표가 모든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큰 격차로 따돌리는 와중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까지 무죄로 나오면서 대권가도가 열린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내란 피로감에 중도층에서 탄핵 찬성으로 기울어가면서 궁지에 몰리자 더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극단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재난조차 정치 선동에 이용하는 행태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 대표는 28일 대전시당위원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이 현장 안에서도 국민의힘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국민 기만행위까지 함부로 하고 있다"며 "마치 예산이 삭감돼서,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산은 충분하다"며 "정부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해서 지금의 이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시설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선고 후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2025.3.26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시설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선고 후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2025.3.26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대표는 특히 예산과 관련, "지금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 8700억 원이 이미 있다.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느냐"며 "이 중에, 이 4조 8700억 원의 예비비, 한 푼이라도 쓴 것 있느냐. 이 엄청난 예산을 남겨 놓고 쓰지도 않으면서, 일상적인 예산만 집행하고 있으면서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거짓말을 하느냐"고 했다. "가족을 잃고, 전 재산을 다 불태우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계신 이재민들 눈앞에서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장난하고 싶으냐"며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회복해야 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각 부처의 예비비가 9700억 원이 있다. 또 예비비는 2조 4000억 원이 있다. 이중에 재난에만 쓰라고 목적이 특정된 예산만 해도 1조 6000억이고, 나머지 예산도 재난 예비비로, 재난 용도로 쓸 수 있다. 더군다나 국고 채무 부담을 1조 5000억까지 할 수 있다. 이것이 다 예산에서 미리 정해놓은 것 아니냐"며 "어떻게 이 4조 870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한 푼도 안 쓰면서, 마치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못 세우는 것처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거듭 "울고 있는 국민들, 그 아픔이 전혀 공감되지 않느냐"며 "정쟁도 좋고 권력도 좋지만,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고 국민을 상대로 그 아픈 분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산불 재난 현장 방문을 다룬 언론의 보도 행태도 극단적인 '정치 혐오'와 '지역 감정'을 조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재난이라는 상황을 이용한 전형적인 황색 언론(옐로 저널리즘) 행태를 보이는 뉴스들이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에 버젓이 유통돼 수천 명의 혐오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재난의 정치화'와 다름없다. 

이 대표는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비롯해 의성, 청송, 영양 등 피해 현장들을 방문하고 이재민들을 만나 손을 잡았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이 대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이 대표의 방문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이 대표를 향해 외투를 휘두르거나 "창고가 불타고 있는데, 사진 찍으러 왔느냐"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 대표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손을 붙잡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민주당 경북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 현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고, 심지어 영양에서는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하며 주민들이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사진 요청이 쇄도해 자제시킬 정도였다.

 

포털에 올라온 이재명 대표 산불 재난 현장 방문 관련 뉴스들. 2025.3.28. 네이버 뉴스 갈무리
포털에 올라온 이재명 대표 산불 재난 현장 방문 관련 뉴스들. 2025.3.28. 네이버 뉴스 갈무리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혀 전하지 않고, 일부 이재민들이 이 대표를 향해 보인 폭력적인 행태만 편집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지역 감정과 혐오를 조장했다. 특히 12·3 내란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는 특정 정치 지향을 가진 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지역간 대립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지역 감정뿐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린다.

이영수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현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다"면서 "영양에서 외투를 휘두른 사람은 산불 피해자로 속상함을 표현한 우발적 행동이었다. 이 대표는 보도와 달리 그 이후에도 봉사자들과 일일이 감사 인사를 나누고 사진 요청이 많아 한참 더 물렀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영양 같은 경우, 어르신들이 이 대표의 고향이라 생각해 매우 우호적이었다"며 "실내 체육관에서는 무죄 선고를 축하한다고 박수까지 쳐주셨다"고 했다.

또 "창고가 불탔으니 불끄러 가자고 했던 곳은 청송인데, 대표도 말한대로 속상함의 표현이었는데 언론이 이 부분만 강조하는 것 같다. 일부 주민들이 이 대표가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오해해 일어난 해프닝인데, 설명하니 다들 이해하더라"며 "기자 인터뷰 중 '정부가 없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재난과 별개로 이 대표에 대한 현장 경호는 더 강화해야 할 것 같았다"며 "사설 경호원과 경찰 경호원 역할을 분명히 하고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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