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룰라 취임 전 트럼프 근거지로 도피
민주 의원들 송환 촉구 “독재자 도피처 안 된다”
브라질 룰라 “모든 법령 동원 폭동 책임 묻겠다”
‘악연’ 바이든, 신병 요청 시 수용 가능성 내비쳐
미국에 체류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에 충격을 받은 미국 정치권에서는 폭동의 배후로 의심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브라질 본국으로 쫓아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작년 10월 대선에서 ‘49.1% 대 50.9%’라는 근소한 차이로 현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에게 졌으나, 공식으로 승복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임이 신임에게 대통령 띠를 이양하는 관행마저 깨는 파행을 저질렀다.
보우소나루, 룰라 취임 전 트럼프 근거지로 도피
그는 룰라 대통령 취임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경호원들을 데리고 미국 플로리다로 도피했다. 자신의 우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플로리다를 사실상 ‘망명지’로 택한 셈이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보우소나루는 재임 시절 ‘브라질판 트럼프’로 불린 인물이다.
집권 3기 룰라 정부 출범 1주일 만인 8일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백 명은 룰라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브라질리아에 있는 의회 의사당과 대법원 청사, 대통령궁 등에서 난동을 부리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등 대선 불복 폭동을 벌였으나 모두 진압됐다. 이번 폭동은 2년 전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회 난동 사태의 복사판에 가깝다.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9년 대통령에 취임한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는 재임 중 군부 독재에 향수를 지닌 극우세력 위주로 정치를 폈다. 그는 대선을 1년여 앞둔 2021년부터 ‘선거에 지면 감옥에 간다’고 지지자를 자극했으며,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선거 부정’을 거론하면서 본인이 재선에 실패하면 폭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암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민주 의원들 송환 촉구 “독재자 도피처 안 된다”
민주당의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 의원이 맨 먼저 나섰다. 그는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에 대해 “미국은 브라질에서 테러를 부추긴 이 독재자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되며, 브라질로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내 테러리스트를 선동하는 데 트럼프식 각본을 사용했다”라고 비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의사당이 파시스트의 공격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의 송환을 촉구했다.
보우소나루의 사실상 추방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분출되자, 그와 악연이 있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를 맹종했던 보우소나루는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 악연을 쌓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브라질 정부에서 보우소나루의 신병에 대한 공식 인도 요청이 있으면, 그때 가서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악연’ 바이든, 신병 요청 시 수용 가능성 내비쳐
북미 3국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라질 정부로부터 신병인도 요청을 아직 못 받았다면서 “요청이 있으면 항상 하던 식으로 처리할 것이고 요청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앞서 폭동 사태 직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이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라고 비난하고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몇 번의 연설을 한 바 있다”고 말해 보우소나루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증거가 없다”며 자신의 폭동 선동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주파나마 미국 대사였던 존 필리는 미국이 발급한 비자를 취소하는 방법이 보나소우루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미국 등 모든 주권 국가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라도 해도 추방할 수 있다. 이는 해당 국가의 주권적 결정에 달려 있으며 법적 근거를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는 국가원수에게 부여되는 A-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보이며, 해당 비자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효력이 정지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국무부 대변인 “체류 근거 잃으면 추방 대상”
이에 설리번 보좌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미국 내 행방을 알지 못한다면서, 그의 비자 종류는 물론, 브라질 정부의 요청 없이도 추방 가능한지 등에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A비자(외교관 비자)로 입국한 누군가가 더는 자기 정부를 대표해 공식 업무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을 떠나거나 30일 이내에 비자 지위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요청은 국토안보국에 해야 하며, 만약 개인이 미국에 체류할 근거가 없으면 국토안보국의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우소나루는 최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식당과 식료품점 등에서 목격된 적이 있으며, 8일 브라질 폭동 사태 이후 올랜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현지매체 등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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