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전쟁지원 협력 인정한 첫 공개 사례

“깨끗하고 햇볕 좋았으나, 치료도 고기도 없어”

주로 러 극동지역 출신자들이 북한 요양소에

요양 명목으로 러시아군 북한 파병 의심도

송도원에 러시아 군 자녀 위한 어린이 캠프

디지털 중독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 완벽체험

북한 동부해안 도시 원산 앞바다 해변을 걷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딸 김주애. 뒤에 북이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원산 리조트 단지의 건물들이 보인다.  조선통신사 로이터 가디언 2월 20일
북한 동부해안 도시 원산 앞바다 해변을 걷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딸 김주애. 뒤에 북이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원산 리조트 단지의 건물들이 보인다.  조선통신사 로이터 가디언 2월 20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병사들이 북한 원산에 있는 요양소에서 다친 심신을 치유하는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북-러 전쟁지원 협력 인정한 첫 공개 사례

러시아 언론매체 보도와 북한 요양소 이용자들의 말을 인용한 <가디언> 기사는, 적어도 “수백 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의 요양소와 의료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의 말을 재인용하면서,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 중의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러시아 병사 수백명이 원산에서 재활 치료

마체고라 대사는 이번 달에 보도된 러시아 정부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치료, 돌봄, 음식 등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에 머물면서 체험하는 모든 것이 완전히 무료”라며, “우리가 (북한) 친구들에게 최소한 비용의 일부라도 보상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분이 상했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2년간 복무하다 지난해 여름 다리에 파편상을 입은 뒤 치유를 위해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로 귀향했다가 원산 요양소를 체험한 ‘알렉세이’(가명)라는 병사를 직접 만나본 <가디언>은, 그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부상당한 러시아군을 돌보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의료 재활과 휴식을 위해 북한으로 비밀리에 들어간 수백 명의 러시아 군인 중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2월 20일 러시아 국방부 언론 서비스에서 배포한 비디오에서 찍은 사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 중 부상을 입고 모스크바 감염병 임상 센터 "보로노프스코예"에서 운영되는 군인을 위한 보철 및 종합 재활 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 2025.2.20. AP 연합뉴스
2월 20일 러시아 국방부 언론 서비스에서 배포한 비디오에서 찍은 사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 중 부상을 입고 모스크바 감염병 임상 센터 "보로노프스코예"에서 운영되는 군인을 위한 보철 및 종합 재활 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 2025.2.20. AP 연합뉴스

북-러 군사 정치적 협력 확대에 관한 최신 신호

그가 “비밀리에” 북한 요양소로 갔다는 것은, 러시아 군인이 북한 요양소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이제까지 공개되거나 보도된 적이 없었다는 것으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적, 정치적 연계(협력)가 확대되고 있다는 최신 신호” 라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알렉세이는 귀향 뒤 극동(연해주)의 군부대에 국가 지원 요양소에 대해 문의했다가 북한 원산에 있는 건강센터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간 뒤 동부 해안도시 원산의 요양소로 갔다. 요양소는 치료와 휴식을 제공하는 건강 휴양소(리조트)다. 그는 원래 재활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흑해와 알타이산맥의 요양소로 보내 달라는 신청을 했으나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북한 요양소를 추천받았다.

“깨끗하고 햇볕도 쨍쨍했으나 치료도 고기도 없었다”

다른 러시아 군인 20여 명과 일주일 정도 원산 요양소에서 함께 지낸 알렉세이는 수영장과 사우나를 이용했으며, 동료 군인들과 탁구를 치고 카드 놀이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시설은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좋았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치료를 제대로 받지는 못했고, 식사는 “맛이 없고 고기가 없었다”고 그는 불평했다.

다른 군인들과 함께 저녁에 요양소 바깥을 돌아다니거나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은 금지됐고, 술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십만 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귀향해 다수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러시아 전국에 있는 수백 개의 요양소를 감독하는 러시아 정부의 재향군인 관련 기관은 북한에서의 요양에 관해서는 공개적으로 알리지도 홍보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수백 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 요양소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들이 북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지 원산 외곽의 건강센터에 수용돼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로 러 극동지역 출신자들이 북한 요양소에

<가디언>은 북한의 의료 지원 규모가 비교적 작아 북한 요양소로 가는 러시아 군인들은 주로 북한과 좁은 육로로 연결돼 있는 러시아 연해주 쪽 출신자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여름에 군인들의 북한 요양 여행을 추천한 러시아 여행사 대표는 그것이 “러시아 극동(연해주) 출신 군인들만을 위한 것”으로, 참가자는 “수백 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러시아 군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원산 근처 갈마반도에 오래 전부터 예고해 온 “고급 해변 리조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북한 국영언론은 갈마반도 리조트 단지에 약 150개의 호텔이 있어 수만 명의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도 이곳을 잠재적인 관광지로 홍보했다.

요양 명목으로 러시아군 북한 파병?

외부의 관찰자들 중에는 러시아가 이와 같은 의료 지원(요양) 명목으로 북한에 자국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워싱턴에 있는 전쟁연구소는 지난 주 보고서에서 “특히 장교나 부사관이 포함된 전투 경험이 있는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에 가면, 겉으로는 요양를 하면서, 러시아 군대가 북한군과 협력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어낸 교훈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상 군인 요양을 빙자한 북-러 군사협력으로 북한의 전쟁능력을 키우려는 비밀작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요양 명목으로 북한에 간 러시아 군인들이 실은 북한군을 훈련하고 첨단무기 개발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송도원에 러시아 군 자녀 위한 어린이 캠프

북한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전부터 원산 인근의 송도원에 러시아 어린이들을 위한 여름 캠프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여름 캠프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망한 군인 자녀들을 위한 송도원 캠프를 열어 준 김정은 동지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러시아 언론은 군인 요양소와는 달리 이 어린이 여름 캠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보도했다.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는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4년 여름에 송도원 여름 캠프에 참여한 한 여성 참가자는 우랄산맥에 있는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연결성(connectivity)이 없다는 것이다. 외부 정보로부터 2주 동안 완전히 차단돼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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