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5곳 압수수색

이상민 자택·집무실 등 동시다발…곧 소환조사

소방청장 증언, 윤석열 공소장 통해 혐의 뚜렷

대통령⇒장관⇒소방청장⇒차장⇒본부장 하달

"전화는 했지만 지시 안 해" 궁색한 잡아떼기

'내란 중요임무종사'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높아

18일 경찰이 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25.2.18. 연합뉴스
18일 경찰이 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25.2.1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충암파' 핵심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점점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현 정부 내내 행안부 장관을 지내며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행안부 경찰국 신설 파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운영 파행 등 숱한 치명적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매번 책임을 안 지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다 12‧3 비상계엄 직후 자진 사퇴했던 그는 결국 내란죄로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8일 주요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상민 전 장관의 자택과 서울·세종 집무실, 그리고 허석곤 소방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의 집무실까지 총 5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서류와 전산 기록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장관으로부터 경향신문, 한겨레,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받고 이영팔 소방청 차장과 상의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실토했다. 허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관련 질의에 처음에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하다 "그런 뉘앙스였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3. 연합뉴스
허석곤 소방청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3. 연합뉴스

이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바로 다음날인 14일 허 청장을, 이어 16일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 17일 이 차장을 차례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조사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관련 중복 수사를 막겠다며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경찰과 검찰로부터 각각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은 상태였다. 공수처는 그러나 이 전 장관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 권한을 두고 자칫 법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 3일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재이첩했다. 이에 경찰은 공수처 조사기록을 넘겨받아 면밀히 분석한 뒤 이날 압수수색에 돌입한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장관을 통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내려간 과정을 자세히 적시한 바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이 담긴 문건을 보여줬다. 문건에는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12월 3일 오후 11시 34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했다. 3분 뒤엔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고, 허 청장을 이를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했다. 이 차장은 다시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오후 11시 50분쯤 전화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여러 차례 했으며, 허 청장도 황 본부장에게 재차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술 더 떠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의 원형탁자 위에 놓인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얼핏 봤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서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소방청장에게 전화한 건 사실이지만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꼼꼼히 챙겨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렇게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은폐하면서 본인도 살기 위해 '쪽지는 있었지만 지시는 없었다' '전화는 했지만 지시는 안 했다'는 어설픈 소설을 창작했으나 경찰에는 안 통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언론사들을 콕 집어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했다는 소방청 수뇌부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에 이어 조만간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행안부 장관 임기 내내 "정말 행복했다"고 했던 이 전 장관은 현재 피의자 신분에서 머지않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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