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윤석열 개인 아닌 집단의 조직범죄
‘집단사고’ 전형적 세 가지 특징 뚜렷이 드려내
잘못 있을 수 없고 도덕적으로도 완벽하단 착각
대안 고려 않고 결정 정당화, 반대 세력 적대시
내부 반대 의견이 사라져 모두 동의한다는 착각
집단사고 주원인, 권력욕 강한 꽉 막힌 지도자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포함하여 윤석열과 그의 집단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본 많은 사람이 윤석열 개인의 지적인 수준이나 정신 상태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내란 사태의 원인을 한 개인의 심성에서 찾는 것은 자칫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이다. 이 글의 목적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12.3 내란 사태를 분석하고, 과학적인 이해를 돕는 데 있다.
2023년 12월 7일 경향신문의 조홍민 에디터는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의 '집단사고(groupthink)' 개념을 통해 당시 윤석열과 참모들의 행동을 분석했다. 집단사고란 집단 안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안을 고려하지 않거나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는 왜곡된 사고 방식을 뜻한다. 조홍민 에디터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를 집단사고의 사례로 들며, 이러한 왜곡된 사고방식이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정확히 1년 후 현실이 되었다.
12.3 내란 사태는 개인의 범죄가 아닌 집단의 범죄이다
집단사고의 관점에서 12.3 내란 사태를 살펴보면, 윤석열 집단이 왜 어리석은 결정들을 반복하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집단사고를 보이는 집단은 다음 세 가지 범주의 특징을 가지는데 이 모든 특징을 윤석열 집단은 뚜렷하게 보여준다.
첫째, 자신들의 결정에 잘못은 있을 수 없고 도덕적으로도 완벽하다고 착각한다.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윤석열은 자신의 결정이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잘못이란 있을 수 없으며 도덕적으로도 올바른 결정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보여준다.
둘째, 대안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전의 결정을 정당화하며 반대 세력에 대해 닫힌 태도를 보인다. 윤석열 집단은 여전히 계엄 결정을 정당화하며,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여긴다. 이는 자신들은 언제나 옳고, 반대 세력은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셋째, 리더 의견에 대한 동의는 쉽지만 반대는 어려워진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내쳐지거나 벌을 받는다. 집단 내부의 반대 의견이 사라져 마치 모두가 동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계엄 직전 열렸던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였다는 송미령 장관의 진술과 계엄 이후 정치인 체포 명령을 거부했다가 경질된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경우가 이러한 특징을 잘 뒷받침한다.
다음으로 윤석열 집단이 보이는 왜곡된 사고를 미국의 집단사고 사례와 비교해보자. 사회심리학에서 집단사고의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로 '통합적 복잡성(integrative complex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통합적 복잡성이란 반대 의견까지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정도를 말한다. 만약 집단이 여러 관점을 종합하여 결론에 도달했다면, 통합적 복잡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집단사고에 빠진 집단은 여러 대안을 고려하지 않기에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사회심리학자 테틀락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사고의 대표적 사례인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 사건은 5점 만점에 2.16이다. 반면에 합리적인 집단의사결정의 대표적 사례인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의 점수는 4.33이다.
글쓴이는 보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윤석열의 12.3 계엄 선포문과 이후 발표된 세 개의 대국민 담화문을 ChatGPT를 통해 영어로 번역했다. 그 후 자동으로 통합적 복잡성을 계산해주는 미국 연구자의 홈페이지에 이 4개의 번역문을 제출했다. 그 결과 윤석열 집단의 통합적 복잡성은 쿠바 피그만 침공 사건과 유사한 2.10이었다. 이 비교를 통해 윤석열 집단이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왜? 12.3 내란 사태 원인과 해법
사회심리학자 클라크 맥콜은 집단사고의 원인으로 권력욕이 강한 꽉 막힌 지도자, 외부의 위협, 집단의 고립, 그리고 유사한 사회적 바탕을 지닌 구성원들을 꼽았다. 윤석열의 권력욕은 많이 알려져 있고, 1시간 회의 중 59분을 혼자 떠든다고 하니 열린 지도자라고 보기 어렵다. 김건희와 명태균 게이트처럼 그들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내란 음모는 믿을 만한 몇몇 인물들만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집단은 고립된다. 게다가 구성원들의 비슷한 사회적 출신으로 말미암아 다양한 의견이 다뤄지기 어렵다. 결국 집단사고의 발생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집단사고에 빠진 집단은 스스로 문제를 풀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서 외부란 윤석열 집단이 계엄을 통해 처리하려 했던 다른 집단들, 예를 들어 야당, 시민사회, 사법부 등을 말한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내란 사태의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하기에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들도 잘못한 게 있다고 트집 잡거나 공정한 척 중립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방해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병은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지만, 병을 만들어낸 주변 환경을 내버려두면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 이 글의 결론은 12.3 내란 사태가 윤석열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윤석열 집단이 벌인 조직 범죄라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윤석열 집단이 책임을 져야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누구처럼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서 쓸어버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지금은 아닌 척하지만 그를 정의로운 검사로 꾸며 대통령이 되는데 기여했던 언론들의 모습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속지 않을 수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벌 준 여당, 관료, 검찰 역시 기억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구조적 요인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또 다른 윤석열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Conway, L. G., III, Conway, K. R., Gornick, L. J., & Houck, S. C. (2014). Automated integrative complexity. Political Psychology, 35, 603-624.
Tetlock, P. E. (1979). Identifying victims of groupthink from public statements of decision mak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7, 1314–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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