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윤석열 정부를 말한다] 경제 분야
금리·물가·환율 등 대부분 지표 나빠져
기재부, 예산권까지 쥐고 요직 독차지
국내 보수언론 빗나간 ‘편들기’도 한 몫
※ 편집자 주 :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국정 운영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창간 기획으로 [윤석열 정부를 말한다] 기사를 연재합니다. 에디터들과 외부 필진이 정치, 경제, 노동, 환경, 교육, 법조, 복지, 원전·국가안전망, 국제, 외교안보 등 10개 분야에 걸쳐 현 정부를 분석합니다. 15일 정치,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매일 두 꼭지씩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의욕을 보인 분야는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의 ‘뻘짓’과 ‘고집’을 통제하지 못해 전국민적 불만을 사고 있었기에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 듯하다. 국무회의나 각종 대통령실 회의 때 금리, 물가, 환율 등 경제 이슈가 주제가 되는 일이 잦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두달 만인 7월부터는 아예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출범시켜 4개월여 동안 시장, 복지관 등 실제 경제 현장에서 열었고, 모든 회의를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1차 회의는 전 과정을 온 국민들에게 생중계까지 했다. 여러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각종 회의체에 초대해 의견을 경청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윤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초라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참담한 지경이다.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물가도 치솟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지만 오히려 수출은 부진하고 국내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위축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정상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여건이 나빠지는 어려움이 있지만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고 해외 투자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런 통상 경제원론을 비웃듯 부정적인 결과들의 조합이 시현되고 있다.
시중 장단기 금리와 예금 및 대출 금리 변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기준금리는 윤 정부 출범 때 1.5%에서 2배 수준인 3.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가장 안전한 채권인 국고채(3년물) 금리도 6개월 동안 1%포인트 넘게 상승한 4%대 초중반을 기록했다. 서민 생활에 적용되는 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최고 1%포인트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내외 여건상 무리하다 싶게 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5.7%나 올랐다. 윤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소비자물가는 줄곧 5~6%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진다는 경제원론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 동향도 심상치 않다. 취임 초 등락을 보이며 조금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달러당 1,200원대에서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10월 수출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 감소한 524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0월 현재 356억달러로 늘어났다. 전년 대비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만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보여 주는 것 이상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최근 한 경제매체가 윤 정부 6개월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 대한 지지율은 31.8%로 국방·외교, 보건복지, 문화 등 다른 분야보다 현저히 낮았다. 특히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취업 기회는 줄어들고 대출 금리는 크게 오르는 등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서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부자감세와 기업 규제 완화를 앞세우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윤 정부의 경제 정책 수행이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의 독단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사회 분야 등에 검찰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경제 관련 분야에서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독식이 눈에 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 등 정부 고위급은 말할 것도 없이 기재부 출신들의 요직 진출은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 부처는 물론 국책연구기관, 공기업과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도 기재부 출신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재부의 인사 독식 현상을 잘나가는 특정 부처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기재부의 전신은 재정경제부로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합친 공룡부처다. 재무부는 예로부터 모피아라고 불려왔다. 모피아는 재무부의 영문 약자(MOF :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재무부의 막강한 권한과 결속력, 연대감 등을 빗댄 말이다. 여기에 기획원의 예산편성 업무가 합쳐진 기재부는 더욱 막강 파워를 자랑하게 됐다. 예산권까지 손 안에 쥐고 있으니 다른 부처들로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주무부처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노인일자리사업 예산 삭감 등도 힘센 기재부의 횡포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윤 정부가 경제분야에는 ‘기재부공화국’이란 오명을 덧붙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기울어진 국내 언론의 빗나간 행태도 윤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한몫하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윤 정부 6개월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평가 보도를 들여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경제 분야에 대한 평가는 축소 또는 배제하거나, 아예 칭찬하기까지 한 매체도 있다. 한 일간지는 “취임 6개월을 맞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면서도 “경제·외교분야는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평가를 했는 지에 대한 언급은 없고 한 평론가의 멘트만으로 얼토당토한 보도를 한 것이다. 언론의 정당한 지적과 문제제기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된 경제운용이 계속된다면 윤 정부가 앞으로도 개선된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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