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핵심 의혹 대다수 무혐의…언론‧검찰 여론몰이
"끼워맞추기식 억지 기소" 비판에도 징역 5년 구형
윤미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활동 훼손 안 돼"
"죽음 고민하기도…할머니들과 약속 지키려 버텨"
윤미향 의원에 대해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 모 전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2020년 9월 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했던 핵심 의혹 대다수가 무혐의로 밝혀져 애초에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가 무리하고 의도적인 여론몰이였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던 혐의는 모두 11개로 ▲정의연 등 단체 자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지출하고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의혹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 3억여 원에 기부금이 포함됐다는 의혹 ▲남편이 운영하는 신문사에 정의연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부친을 쉼터 관리자로 등재해 6년여 동안 7580만 원을 지급한 의혹 ▲맥줏집에서 3300만 원을 지출했다는 의혹 ▲보조금을 중복·과다 지급받았다는 의혹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 허위 공시 및 누락 의혹 ▲외교부 및 인권위에 기부금 및 보조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 ▲안성쉼터 헐값 매각 의혹 ▲안성쉼터 불법 증축 의혹 등이다.
모두 윤 의원과 정의연(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파렴치하게 이용해 제 잇속만 차렸다며 언론이 대대적으로 매도했던 주요 의혹들이다. 정의연 활동가들이 극단적인 존재 부정을 당하게 된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던 이용수 할머니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정의연 회계 문제에 관해 "전혀 모른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해 다른 혐의점들을 찾아 기소했으며 정의연 측은 "끼워 맞추기식 기소" "억지 기소"라고 반발했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고·지방 보조금 부정 교부·편취 ▲무등록 기부금품 모집 ▲기부금 및 단체 자금의 개인 유용 ▲위안부 할머니 쉼터로 사용할 주택 고가 매입 ▲위안부 할머니 쉼터의 미신고 숙박업 운영 ▲치매를 앓는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기부·증여하게 한 준사기 등 8개 혐의다.
2년 4개월여 진행된 공판 끝에 최후진술에 나선 윤 의원은 "지난 2년은 현실적인 시간보다 몇 배나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며 "무엇보다도 힘겨운 과정을 거쳐 인권운동가의 삶을 살게 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상처를 입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밤마다 저를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국제적인 여성인권운동으로 자리잡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한시도 제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았다"면서 "제 개인이 겪는 참혹함과 괴로움은 제가 기꺼이 감수해야 할 몫이었지만, 저로 인해 지난 2년 반 동안 피해자들과 정대협 운동이 겪은 상처와 아픔은 제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괴로워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정대협 활동가들은 자신이 돌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1시간여 동안 전화로 심한 욕을 듣다가 온몸에 마비가 온 경우도 있었다. "우리 때문에 벌어먹는 년"이라는 욕은 윤 의원을 포함해 모든 활동가들이 할머니들에게 한 번 이상 받은 상처였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피해의식과 사람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가 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그런 모습을 할머니들 개인 탓으로 생각지 않고 한국 사회의 공적인 책임이자 정대협 활동가들의 책임으로 여겼다.
윤 의원은 재판부를 향해 "할머니들께서 걸어오신 인권운동가의 삶이, 세계로부터 영웅으로, 희망으로 평가받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활동이 자의식 없이 비주체적으로 활동가에게 끌려다닌 운동으로 폄훼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우선 피해자들이 몇 명 남지 않았는데, 신고한 피해자 240명 중에 지난주 1명이 돌아가셔서 이제 10명만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가해자로서 범죄 인정도, 사죄도, 배상도 없이 한국 정부가 소녀상 철거,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 비난 중지, 이면합의로 성노예 용어 사용금지 등을 약속했던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모든 것이 최종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 각지에 세워진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수요일마다 '위안부 앵벌이 윤미향을 구속하라'는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김학순‧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 대한 온갖 혐오와 폄훼, 인권유린의 구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엔 독일 베를린까지 한국 극우단체들이 찾아가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망언들을 쏟아내 독일 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윤 의원은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면서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 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저는 제 개인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절절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대협에서 활동한 30여 년 동안 함께 일했던 제 동료들은 세상이 주는 경제적인 대가와 보상이 없어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기여했다는 보람을 보상으로 여기며 살아온 활동가들이었다"며 그들의 노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를 포함하여 4-5명에 불과한 사무처 활동가들은 내부의 많은 회의들을 준비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시위 진행, 전국의 피해자 방문과 복지활동, 박물관 건립과 운영,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피해자 기림 활동, 아시아피해자 지원과 연대, 미래세대 교육활동, 일본 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역사교육 이행 요구 활동, 유엔과 국제인권기구 활동, 회원 참여 활동 등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야근도 거의 매일, 박물관 운영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등 수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전국의 생존자를 방문할 때에는 몇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국을 운전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에 대해서도 피를 토하듯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삶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연일 확인되지 않는 수십 개의 악성 기사들이 터져 나와 일일이 대응할 여력조차 내지 못했다"면서 "이미 무혐의로 불기소된 내용들조차 여론에 묻힐만 하면 다시 기사화되고 그 기사는 다시 대중들과 정치권에서 저를 마녀로 공격하는 화살촉이 되어 날아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 가족 또한 너무나 극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딸이 하는 일 도와주려고 하시다가 딸의 횡령에 관련된 것처럼 언론에 도배되고 공격당한 제 아버지는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제 딸은 위안부 할머니들 후원금 횡령해서 유학하는 뻔뻔이로 왜곡되어 비난을 받아야 했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어려운 과정 다 통과하고 입학 절차까지 밟아놓고서도 진학의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혐의로 불기소 되었지만 이와 관련한 수많은 기사를 썼던 기자도 언론사도 해명 기사 하나 내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인터넷상에는 해당 기사들이 2차, 3차 생산물이 되어 악성댓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앞세워 앵벌이를 했다며 아파트 앞까지 찾아와 집회를 하는 보수 유튜버들로 인해 저와 제 가족의 사생활의 공간은 주변에 다 드러났고, 아파트 현관문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던 기자들 때문에 집에 홀로 있던 제 딸은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제 딸의 실명과 사진을 인터넷상에 게시하고, '윤미향의 딸년을 일본에 성매매원정단으로 보내자'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이 벌어졌고, 제 딸에 대한 살해와 테러를 요구하는 글들까지, 일일이 대응할 수조차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벌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윤 의원은 "저는 정대협에서 어떤 사익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된 것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생이 다하는 그 날까지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따스한 정의가 이곳 법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실무책임자 김 모 전 사무처장도 최후진술에서 "2020년 5월 7일부터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낸 시간이었다. 저는 삶의 기반이였던 활동의 자리도 잃어버리고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으며 함께한 동료들을 잃어버려야 했다"며 "모든 것이 무너진 채 깊은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홀로 기나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호소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그러나 저는 더 이상 꺾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다.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 20년의 청춘을 바쳤던 지난 시간을 후회스러운 삶으로 남고 싶지 않다.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미래세대들을 주저하게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역사 부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고도 듣고도 싶지 않다"며 "제 자신을 지킬 자유와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두 사람이 최후진술을 할 때 정의연 활동가들과 지지자들도 함께 흐느끼며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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