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으로 새로운 30년을 설계하자!
이대론 안 돼, 어디서 무엇으로 시작하나?
국회+시민사회 공동 ‘헌법개정 시민회의’ 구성
국민 아닌 사람 주체 생명평화 민주주의 구현
읍면동장 직선제 등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
기본소득 지급, 불평등 해소 및 존엄한 삶 보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반란은 진압되고, 수괴와 그 일당은 응분의 죗값을 치를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윤석열의 구속과 파면에 뒤이어 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야당의 집권이 유력해 보이지만, 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곧바로 대한민국의 생명평화적 재구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중요한 국제회의 2개를 열었다. 하나는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진행된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29),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된 유엔 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회의였다.
하지만 두 가지 회의 모두 다 기후정의적 측면에서 진전보다는 현상 유지적 타협으로(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또는 결론의 유예(유엔 플라스틱협약)로 귀결되었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과 산유국,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책임 회피가 주된 이유다. 선진국들이 이전에 약속한 규모의 기금 출연 거부로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위기 대응은 더욱 어려워지고, 플라스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한 없이 대량으로 생산‧소비‧폐기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재집권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흐름을 더욱 퇴행시킬 것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곧 끝날 것처럼 보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중동의 전쟁도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계는 상시적 전쟁체제에 들어서 있다.
나라 안팎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대한민국 사회, 나아가 인류공동체가 생명과 평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가동되고 있는 시스템과 의사결정 구조로는 현재 우리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의 문명,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분칠한 권력의 집중과 자본의 독점이 오늘의 문제들을 야기한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어디에서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
기존의 해법에서 답을 구할 수 없으므로, 그 해법은 버리거나 뒤엎어야 한다.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현재 인류가, 지구공동체가 당면한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 중심의 세계관, 특히 무한한 경제 성장이 우리를 풍요롭게 할 것이며, 우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은 원래 불가능했다.
둘째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나의 운명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즉 민치(民治)가 아니다.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사술(詐術)이었다.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던 대한민국의 참모습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과 대통령의 반동 쿠데타로 가면을 벗어 던졌다. 해방 이후 80년 동안 온갖 간난신고를 겪으며 우리가 추구했던 문명의 종착점은 기득권 세력과 엘리트 계층의 권력 독점과 자본의 집중, 극심한 불평등과 민치를 가장한 과두정이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헌법 개정으로 새로운 30년을 정초할 밑돌을 놓자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 출범 이후 모두 9차례 개정됐다. 마지막이 1987년이었으니 한세대 30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이후에 몇 차례의 개헌 시도가 있었지만 다 무산되었다. 현재의 헌법이 변화된 시민의식과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윤석열 파면과 대통령 선거를 거친 후 개헌 논의를 전면화해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와 좌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최소한 한세대 30년 이상 시민의 삶을 규정할 제대로 된 밑돌을 놓아야 한다.
이번 헌법 개정이 지향해야 할 바는 명확하다. 끔찍할 정도로 엉망이 된 대한민국을 생명과 평화, 민주주의가 충만한 세상이 되도록 정초해야 한다. 나아가 헌법이 갖는 일국적 제한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헌법 개정에 담겨질 정신은 정의롭고 평등한 새로운 민중적 국제질서 구축을 목표로 한다. 국가 간 연대, 시민사회 간 연대, 지역 간 연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연대를 세계적 차원에서 지향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분산시키고, 주권재민의 원칙은 더 분명히 한다. 대통령제 폐지,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양원제, 전면 비례대표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등이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올려져 집단지성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는 너무도 당연하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국가원수 지위 폐지, 사면권을 제한한다.
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확장은 국가의 의무다. 남녀노소, 성별, 지역,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이주민의 권리는 보장되며, 모든 차별은 금지된다. 난민은 수용하고, 추방은 금지된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 의무다. 국가는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탈탄소, 탈원전,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이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기술이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넘어 사회적 경제를 포함한 공유, 호혜와 협동의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구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하며, 미래 세대, 국제사회, 비인간 자연과의 연대와 공존 지향을 분명히 한다.
평화 수호는 국가의 의무다.
자위적 조치 외 모든 전쟁에 반대하며, 해외 파병도 금지한다.
남북 간 불필요한 긴장 조성의 근거가 되고 있는 한반도 영토 조항을 유엔 등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범위로 한정하여 수정한다.
통일 지향의 평화적 남북 관계 유지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다. 특히 남북의 화해와 협력, 공존공영의 과제를 연구‧수행할 학부와 학과를 국립대학에 설치한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 ① 생명평화민주주의 구현
이 땅에서 존엄한 삶을 구현하기 위한 민초들의 자취를 분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동학혁명, 3‧1운동, 4‧19혁명, 5‧18 및 6월‧12월 민주항쟁의 지향과 염원이 담겨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민주주의, 기회균등, 자율과 책임, 권리와 의무, 다양성 보장,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와 분권, 지역 간 균형 발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이 아닌 사람이다.
유권자 연령도 18세로 하향한다.
사형제는 폐지하고, 고문은 금지한다.
성별, 종교, 신분, 장애, 연령, 인종, 지역, 혼인 여부에 따른 출생 등 사유를 불문하고 모든 차별은 금지하고, 평등권은 강화한다.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배제되고, 알권리는 보장되며, 집회 및 시위, 결사에 대한 허가제는 폐지된다.
지역정당의 허용 등 정당의 자유는 강화되며, 선거운동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역시 보장된다.
주거권, 건강권, 안전권, 환경권, 교육권은 보장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평생에 걸쳐 민주적 시민으로서 소양을 쌓고 활동할 수 있는 시민교육 진흥을 국가의 의무로 해야 한다.
국토관리와 생태계 보전은 국가의 의무다.
미래 세대, 비인간 자연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하게 결정하는 노동권을 보장한다.
참여 재판, 배심제, 참심제 도입 등 시민의 사법 참여를 보장한다.
국가는 정보 독점 및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알 권리, 자기정보 통제권을 보장한다.
질병과 재해로부터의 예방 및 보호는 국가 의무다.
아동 및 노인, 장애인은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며, 이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 및 보호는 국가의 의무다.
성 평등은 보장되며, 자녀의 출산과 양육 지원은 국가의 의무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한다.
병역 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은 금지되며, 양심에 반한 집총 병역 강제 역시 금지되고, 다양한 형태의 대체 복무제를 시행한다.
군인 등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도 폐지한다.
국가는 기초학문 장려에 대한 의무가 있다.
전통문화는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문화적 자율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증진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헌법재판소는 폐지하고, 일반법관에 대한 임기제도 폐지한다.
감사원은 독립기관화하고, 헌법적 중립 의무를 부과한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 발안제를 보장한다.
②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 구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시‧군‧구)지방정부 또는 자치정부로 명명한다.
국가는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없는 사무에 대해서만 보충적 권한을 보유하며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 의무가 있다.
지방정부에 대한 실질적 자치권(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사법권)을 보장한다.
자치사법권의 실현을 위해 광역지방정부 수준에서 자치법원을 구성한다.
국가는 자치입법권 확대를 위해 지방정부가 법률의 범위 내에서 모든 지역적 사무를 자기 책임 하에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을 보장한다.
국가는 자치재정권 확대를 위해 지방정부가 그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의 충당을 위해 필요한 세출을 자기 책임 하에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국가는 지방정부가 국가의 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보장한다.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 방지를 위해 재정 조정 등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지방정부 중요 의사결정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한다.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읍‧면‧동장 직선제, 읍‧면‧동의회 구성 등 지방자치를 확대한다.
국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 상호간 사무의 배분은 ‘주민 이익 우선 원칙’에 입각하여 주민에게 가까운 자치단체가 우선한다.
③ 불평등 해소 및 존엄한 삶 보장
기본소득 지급, 일자리 제공, 생애적 지원 등 시민의 안정되고 존엄한 삶을 보장한다.
민주적 분배를 통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명시한다.
시장경제 외 공유, 호혜와 협동의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적 경제 진흥 의무를 국가에 부과한다.
금융을 통한 과도한 사적 이익 추구는 제한되며, 중앙과 지역의 공공은행 설립을 장려하고 금융의 공적 기능을 확대한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한다.
생명의 원천으로서,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 강화 차원에서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농어민을 보호한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권익은 보호한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서 에너지 정의,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국제교역은 정의로워야 한다. 착취적 교역, 무기 및 원자력 수출은 금지한다.
제도 권력인 국회와 시민사회 공동으로 (가칭)「헌법개정 시민회의」 구성 운영
이번 헌법 개정 논의는 대한민국의 향후 30년을 책임지고, 한반도의 생명평화적 재구성을 위한 핵심적 토대 구축 작업이다. 생명평화 운동진영은 차기 헌법에 담아야 할 시대적 가치를 구하는 작업을 탄핵 국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대 수준에서 이번 헌법 개정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요구들을 정리해 내고, 준비 정도에 맞춰 지역별‧계층별‧부문별 순회 간담회를 통해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광장과 지역의 목소리가 담긴 개헌안은 제도권력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칭)「헌법개정 시민회의」에서 성안시켜 국민투표를 거쳐 완성한다. 국회 중심의 제도권력만의 공론장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 광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민의 목소리, 이해와 요구를 제도권력은 지금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권력과 기득권 세력은 분출되는 광장의 목소리를 제압하거나 최소한으로 반영하는 수준에서 타협을 제안할 것이다. 생명평화운동 진영은 여기에 멈춰서는 안 되며, 개헌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만민공동회’ 형식의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이 ‘만민공동회’는 개헌 후 심화된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형식과 질서로 계승한다.
생명평화운동 진영의 개헌 공론화는 현시기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재인식과 역사적 소명을 확인하는 살아 있는 시민교육‧정치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 위에 열거된 과제들은 1987년 마지막 헌법 개정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이미 충분히 숙성된 것들이다. 이번 헌법 개정에 응당 담아 내야 할 숙제로서 더 이상 미룰 여지가 없다. 아니 너무 늦은 것이다.
역사는 준비된 만큼 전진을 허락한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가로막고, 응원봉과 함성으로 남태령의 경찰 차벽을 무너뜨린 시민들은 이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내란 수괴의 관저 앞에서 밤새 쏟아지는 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얀 등신불이 된 이들의 소망과 염원을 우리는 안아내야 한다. 그것이 헌법 개정이다. “가진 자들은 바꿀 마음이 없고, 못 가진 자들은 바꿀 힘이 없다”는 존 롤스의 이야기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우리는 바꿀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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