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좌파/우파 대립보다 극단주의가 문제

자체 리더십 없이 극단주의 대선 후보 영입한 여당

정치적 전환, 전환 정치가 필요하다

현실정치의 시간에 묻힌 기후위기의 시간

주어진 안건에 대한 투표 행위자에 머물러선 안돼

정규호 생명학연구회 부회장
정규호 생명학연구회 부회장

전환의 국면은 기존 질서 체계를 뒤흔드는 충격적 사건을 통해 갑자기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사회가 가진 조건과 역량에 따라 전환의 국면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새로운 차원의 길을 열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상계엄이 초래한 혼돈 속에서 나타난 극단주의 문제와 시간의 정치, 개헌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

극단주의라는 괴물의 출현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격동과 혼돈의 시간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권력 정점에 있는 현직 대통령이 체포, 구속되고, 입법 기관인 국회와 사법 기관인 법원이 물리적 폭력에 의해 침탈되는 등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초유의 일이 혼란스럽게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판단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지혜(智慧)를 모아 파국이 아닌 사회 대개혁, 나아가 문명 대전환의 길을 찾고 만들어내야 할 때다. 지혜는 말 그대로 이치를 제대로 깨닫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두 가지 놀라운 현상을 확인하게 된다. 하나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듯이 응원봉 집회, 선결제 등 시민들이 보여준 높은 창의성과 역동성이다. 이런 현상은 비록 아직은 미결정 상태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놀라운 현상이 또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통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켜온 공동의 규범과 상식이 가볍게 무시되고 파괴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생결단식 대결과 갈등을 촉발해 우리 사회를 소위 심리적 내전 상태로 내몰고 있다. 입장과 견해의 차이가 긴장과 불편의 차원을 넘어 증오와 분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현상을 극단주의의 출현으로 부르고자 한다. 그동안 없던 것이 새롭게 등장했다기보다 잠재되어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서 득세(得勢)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현이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언어 사용도 혼란스러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지하는 쪽도, 계엄을 비판하면서 탄핵을 주장하는 쪽도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교과서 개정 등을 둘러싼 논란처럼 이전에도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병행 표기처럼 조정과 타협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극단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자유’와 ‘민주’의 본질적 가치를 조롱하고 형해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국회를 범죄자 집단, 괴물, 파렴치한 반국가 세력으로 부르며 비상계엄을 선포해 놓고,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보수주의자라기보다 극단주의자에 가깝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척결’, ‘처단’, ‘사형’, ‘해체’ 같은 폭력적 언설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진보/보수, 좌파/우파가 아니라 극단주의가 문제

민주사회라면 다양한 가치와 견해들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은 양보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그런데 극단주의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민주주의의 훼손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지속불가능한 상태로 빠트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진보, 보수가 아닌 극단주의에 있다. 맹목(盲目)적 믿음으로 단정(斷定)하고, 선을 그어 편가르기하고, 다양성에 대한 비관용과 배타적 태도를 보이고, 상대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극단주의는 진보/보수, 좌파/우파 같은 단순한 이분법 구도 속에 숨어서 영향력을 키운다. 이런 극단주의의 바탕에는 사상적 빈곤과 사유의 게으름, 집단 이기주의가 함께 도사리고 있으며, 이것이 사리 분별력을 상실한 광신(狂信)과 모리배(謀利輩)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양비론을 비판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도 다양성을 질식시키는 극단주의의 한 모습이다.

극단주의(extremism)는 근본주의(fundamentalism)나 급진주의(radicalism)와도 성격이 다르다. ‘내 생각이 옳다’는 강한 ‘자기 확신’(self-confidence)은 지적 능력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집단화 된 ‘우리 편 편향’(myside bias)과 쉽게 결합한다. 이런 경향은 각종 알고리즘 기술과 함께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극단주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이런 극단주의가 위기 인식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위기 인식이 커질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시야는 좁아지고 판단은 성급해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확증편향에 기반한 극단주의는 파국적 경로를 선택하도록 만든다. 극단주의가 횡행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물론이고 창조적 대안의 영역을 질식시켜 전환의 길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극단주의가 보수와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노동과 젠더, 생태 등 다양한 영역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전환의 주체 또한 자기 확신과 집단적 신념의 오류에 빠져 오히려 전환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은 성찰해 봐야 할 지점이다.

정치의 시간과 기후위기의 시간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로 헌재(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 여부에 따라 대선과 개헌의 시간이 작동할 가능성 또한 커졌다.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정치의 시간이 작동하는 가운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기후위기의 시간이다.

지난 12일 세계기상기구(WMO)는 보고서를 통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이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 1.5도를 처음 넘어선 것이다. 세계 과학자들이 산업화 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는 상황이 지속되면 지구 생태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 경고한 만큼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1.5도 상승 제한선을 넘은 것이 작년 한 해의 일시적 현상이면 좋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기후위기의 임계점이 점점 앞당겨질 것이 분명하다.

 

1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카스테익에서 일어난 화재로 불길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관 모습. 산불은 9400에이커로 번졌고 이튼 화재와 팰리세이즈 화재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 지 불과 2주 만에 의무 대피령이 내려졌다. 2025.1.22. AFP 연합뉴스
1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카스테익에서 일어난 화재로 불길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관 모습. 산불은 9400에이커로 번졌고 이튼 화재와 팰리세이즈 화재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 지 불과 2주 만에 의무 대피령이 내려졌다. 2025.1.22. AFP 연합뉴스

현실정치의 시간에 묻힌 기후위기의 시간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대응 요청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심지어 지구적 기후위기의 최대 원인 제공자인 미국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에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제47대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행정명령을 통해 2015년 195개의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지시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이 수십 일간 지속되면서 많은 지역을 황폐화하고 유례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자국에서 일어난 산불 확산에 통제 불능의 모습을 보이는 데는 건조한 환경과 강풍 등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 취임식을 의회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실내로 급히 옮기도록 한 북극 한파 또한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트럼프 정부는 기후위기의 시간을 애써 외면한 채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패권 확대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기후 문제는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로 좌/우, 진보/보수 등 기존의 이념적 틀을 넘어서 인류 전체가 온몸으로 체감하는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시간이 현실 정치의 시간에 묻혀서 전환에 필요한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흘러보내는 일들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적 전환, 전환 정치가 필요하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정치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적대 정치, 세력 대결 정치로 인해 자기 혁신과 성찰을 소홀히 한 채 전환 정치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가 갈등 당사자가 된 가운데 불신과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은 팬덤 정치가 확산되면서 정치 생태계는 더욱 척박해졌다. 기후 변화를 비롯한 지속 가능성 위기의 시대에 현실 정치는 오히려 지속 불가능성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선거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지금의 정치구조로는 기후 문제를 비롯한 지속 가능성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정책의 호흡이 짧고, 정권 교체시 기존 정권과의 과도한 차별화로 정책적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관료주의의 장벽에 갇혀 정책적 연계성과 통합성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기존의 개발 성장체제가 만들어 놓은 관성이 여전한 가운데 상대적 박탈감에 기반한 지역주의가 선거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통한 성장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탕에는 새로운 나라를 향한 유권자들의 소망이 경제 살리기에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새롭지가 않다. 개발독재 시절의 경제성장 제일주의 논리가 수십 년을 흘러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사회-경제적 지속 불가능성은 계속 심화되어 왔다. 따라서 기존 기득권 정치 집단 간의 수평적 권력 이동 수준에 머무는 정치개혁은 한계가 있다. 사람을 교체하고 제도를 바꿨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심층적인 차원에서 권력이 변함없이 그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전환, 전환의 정치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는 인물 교체, 제도 개혁의 차원을 넘어 현실을 지배하는 가치와 인식체계 등 다차원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전환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도 중요한 문제다. 리더십은 당면한 핵심과제와 처한 맥락 및 조건 등에 따라 달라야 한다. 공고한 기득권 체제가 만든 유리천장을 깨트릴 송곳 같은 리더십, 갈라지고 흩어진 영역을 아울러 포용하는 리더십, 새로운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 등 다양한 유형 가운데서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나? 지금의 시대 상황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있으면 정말 다행이고 만약 없다면 찾고 만들어야 한다. 우리 유권자 시민들의 안목과 역량만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찾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자체 리더십 없이 급조된 외부 대선 후보 영입한 집권당

이번 12.3 내란 사태를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공감은 하지만 흔쾌하지는 않다. 제도를 탓하기 전에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 가진 극단주의적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현 대통령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반복해 왔고 결국 지금 사태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특이한 리더십이 어떤 과정을 통해 등장했는가다. 국민의힘당 내에서 경험 축적과 검증 과정 없이 선거를 앞두고 외부에서 급히 후보를 영입해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당대표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자신들의 정치 리더십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정당으로서 기본 역할조차 제대로 못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정당은 지금의 사태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없고 남 탓 하기 바쁘다.

중앙집중화된 권력의 폐해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헌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정치권은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정당법, 선거법 개정에 대한 요구를 외면한 채 정치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민주주의가 다양성에 기반한다고 하는데 당내의 다른 목소리들을 배제하면서 팬덤정치에 기대고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은 두 정당이 보여준 공통된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정당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권력구조를 바꾸면 과연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물론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어떤 기준으로 바꿔야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누구나 알듯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결국 우리가 당면한 핵심 과제와 현실적 조건에 맞는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이것이 가진 장점은 높이고 단점은 줄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치 생태계가 건강하게 자리잡고 시민사회의 의식과 역량이 확장되어야 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논의를 기대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사회 대개혁’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국민주도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매우 중요한 일이고 반갑다. 국민주도 개헌은 국민들의 주권적 권리를 헌법에 반영시키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돈보다 생명’을 이야기하고 국가 대개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구체화되지 못했고, 촛불시민들의 열망은 결국 수평적 권력 교체로 흡수되어 버렸던 경험을 잘 살펴봐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사회 대개혁, 나아가 문명 대전환을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리더십 교체, 헌법과 법률 개정 등 제도적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 저변을 흐르는 가치 및 인식 체계의 변화가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주어진 안건에 대한 투표 행위자에 머물러선 안돼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개헌 논의는 위기를 전환으로 바꿔내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개헌 국면을 맞아 수많은 사회적 의제들이 표출될 텐데 이것을 모으고 꿰어내고 숙성시켜서 핵심 가치와 과제를 찾고 정리해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개헌 논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제7공화국의 미래상을 놓고 함께 고민하고 상상력을 발전시키면서 우리 시민사회의 사회 정치적 의식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개헌 과정에서 국민은 주어진 안건에 대한 투표 행위자에 머무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의사형성 과정에서부터 적극 참여하면서 의견을 표출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때 극단주의가 일으키는 대립과 갈등의 폐해는 최대한 줄이고 기후위기의 시간은 민감하게 읽어내서 전환과 차원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