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2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폭발적 증가
구인건수·구매지수도 전망치 훨씬 웃돌아
인플레 부활 가능성에 미 금리인하 멈출 듯
한은 금리인하 여지 좁아져…16일 금통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가 전망치를 아득히 상회했다. 가뜩이나 11월 구인 건수가 예상치를 웃돌고 서비스업 구매자 관리지수가 활황이었다. 여기에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랠리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살아나는 지표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결정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만명 증가 예상했던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 실제론 25만 6000명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고용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25만 6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16만 명을 아득히 상회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실업률은 4.1%로 전월(4.2%)보다 낮아졌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가) 너무 뜨거우면 채권금리가 올라갈 것이고 너무 차가우면 시장의 우려는 금리에서 경제 성장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고용시장이 불타고 있어 채권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8%, 30년물 금리는 4.92%까지 상승했다. 20년물 금리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하기도 했다.
고용과 소비가 동시에 불타오르고 있는 미국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해 12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만 충격적일 정도로 높게 나온 게 아니다.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지난해 11월 들어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11월 구인 건수는 810만 건으로 지난 5월(823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70만 건)도 웃돌았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초과 수요를 반영해 2022년 3월 1200만여 건까지 오른 뒤 감소 흐름을 지속해왔다. 연준은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할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9월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했으나, 구인 건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2개월 연속 반등하며 급속한 노동시장 약화 우려를 더는 모습이다.
미국의 서비스업 업황 지표도 예상 수준을 뛰어 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7일 함께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4.1로 전달보다 2p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53.4)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제조업 부문 전체의 경제 상황 지표로 여겨지는 이 지수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 밑돌면 수축 국면으로 읽힌다. 특히 서비스업 가격지수가 12월 64.4로 전달보다 6.2p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강행하기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보편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고자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 상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해당 법률은 미국의 안보나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만약 트럼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보편관세를 관철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강력하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과 소비지표가 불타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트럼프까지 가세하면서 잡히는 듯 보이던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살아날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랠리 멈출 확률 높아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 5분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95.2%를 기록했다. 12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 증가폭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동결 확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습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다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친 연준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해 인플레이션이 부활하는 것이다. 고용과 소비가 불타는데다 트럼프 요인까지 더해진 마당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랠리를 지속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금리인하 결정 내리기가 한결 어려워진 한국은행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 처지가 되다보니 한국은행도 곤란해졌다.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뜩이나 원화가 약세인 마당에다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 금리를 내리는 것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란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방향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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