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에겐 안 알려줘…김씨는 통보서 수취거절

장윤금→문시연 총장으로 바뀐 뒤 4개월 만에 확정

민주동문회 "오래 기다린 제보자도 결과 통보하길"

일반 연구부정행위 검증 기간은 140일 정도인데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검사에도 영향 갈 듯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씨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4.9.22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씨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4.9.22

숙명여자대학교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 논문을 3년 만에 '표절'로 결론내렸다. 장윤금 총장에서 문시연 총장으로 바뀐 지 4개월 만이다. 하지만 표절 논문 결과를 김건희 씨에게만 통보했고, 제보자인 숙대 민주 동문회에는 제대로 된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7일 숙대에 따르면 이 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는 지난달 말 본조사 결과를 김건희 씨에게 통보했으며 이의가 있을 경우 이달 말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절차를 안내했다.

숙대 측은 "김 여사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연진위 검토 후 최종 결과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숙대는 검증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연진위는 김건희 씨의 석사 논문에 대해 잠정 표절 결과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표절이 확정되면 김건희 씨의 석사 학위가 취소된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은 김건희 씨가 1999년 숙대 교육대학원에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이다.

숙대는 2022년 연진위를 구성해 예비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본조사에 착수했다. 규정상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에 착수하고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하게 돼 있으나 이번 검증에는 2년이 걸렸다. 모든 조사 기간을 합치면 3년이다.

김건희 씨는 석사 논문 표절 조사 결과가 담긴 우편물을 두 차례 반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결과를 통보했지만, 김건희 씨가 수취를 거부하고 반송했다. 숙대는 김건희 씨에게 세 번째 통보를 할 예정이다.

반면 제보자인 숙대 민주동문회는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 연진위로부터 '본조사 결과를 확정해 피조사자(김건희)에게 결과를 통보했고, 피조사자의 이의 신청 기간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보자에게도 조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숙명여대 교수들이 표절률 48.1~54.9%로 분석한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문장이 표절로 판정된 부분이다. ©숙명민주동문회
숙명여대 교수들이 표절률 48.1~54.9%로 분석한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문장이 표절로 판정된 부분이다. ©숙명민주동문회

민주동문회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는 규정을 이유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의 결과 발표를 또다시 지연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기다려 온 제보자에게 피조사자와 동일하게 결과를 통보하고 이의신청을 받을 기회를 주는 게 상식이고 공정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받게 하는 현재 상황은 그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행위"라며 "피조사자에게만 결과를 통보한 결정을 철회하고 제보자에게도 결과를 통보할 것"을 촉구했다.

3년 만에 김건희 씨의 석사 논문이 표절로 확정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일반적인 연구부정행위 검증 기간이 사립대학 137.7일, 국공립대학 147.2일인 것으로 볼 때, 숙대가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조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장윤금 전 총장은 논문 표절 조사를 2년이 훨씬 넘게 연장하고 결론을 짓지 않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규정과 절차'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해 숙대 학생과 교직원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장 전 총장은 이런 과정에서 숙대 총장 연임을 도전해서 학교 구성원들과 정치권에서도 "김건희 씨의 표절 논문 방탄을 위한 연임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문시연 총장(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은 지난해 6월 제21대 총장 입후보자 소견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논문 표절 문제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와 연결된 문제"라며 "(김건희의)논문 표절 여부 심사 결정이 매우 지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표절 여부의 판단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의 격언처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논문 검증'을 공약으로 걸고 새 총장으로 당선된 그는 석달 뒤인 9월 취임해 임기에 들어갔다.

한편 김건희 씨의 숙대 교육대학원 논문 표절 결정은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표절 조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는 김건희 의 박사학위 논문을 두고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으로 3년 동안 국정감사에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핑계로 한 번도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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