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민주 시민의식 체험한 '응원봉 세대'

역사적으로 광장 민주주의 통해 시민의식 형성해

반면 제도권 교육은 욕망 앞선 '시험형 인간' 양산

내란수괴와 핵심 세력, 서울대 법대와 육사 출신

괴물 엘리트 길러내는 입시 경쟁 교육 중단해야

'민주시민교육'은 세계 교육 개혁의 거대한 흐름

문재인 정부도 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 역주행

탄핵 뒤 민주 정부 4기는 시민교육 제도화해야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4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4 연합뉴스

‘윤석열 탄핵’을 끌어낸 핵심 세대는 ‘2030 응원봉’ 세대다. 그렇다면 2030 응원봉 세대가 지닌 민주 시민의식은 과연 우리 교육이 낳은 결실일까? 단언컨대 아니다. 학교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응원봉 세대의 민주 시민의식과 거리가 멀다. 2030 응원봉 세대의 민주 시민의식은 광장 민주주의를 체험한 학교 밖 시민교육의 결과다. 

2030 응원봉 세대를 비롯해 한국 사회 민주시민 의식은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서 형성돼 왔다. 멀리는 3·1 만세 시위에 참여하면서 김산, 조봉암, 김성숙, 윤세주 등 수많은 독립지사가 목숨을 건 항일투쟁으로 삶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됐다. 마찬가지로 4·19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을 체험하면서 대중들 머릿속에 학교 밖 정치의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가깝게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이 효순이 촛불 시위와 2008년 광우병 시위 또한 높은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24 윤석열 탄핵 집회 당시 ‘탄핵 응원봉’을 치켜든 2030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특히 윤석열 탄핵 집회 참가자 중 3분의 1이 2030 여성들이라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2019년 9월 28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이른바 조국사태를 일으키자 서울 교대역에서 서초역에 이르는 대로에 시민들이 운집해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2019년 9월 28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이른바 조국사태를 일으키자 서울 교대역에서 서초역에 이르는 대로에 시민들이 운집해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하성환 시민기자

2014년 세월호 집회와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그리고 2019년 조국사태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와 2022년 이태원 참사 집회 또한 광장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는 역사의 순간이었다. 요컨대 광장 민주주의는 학교 밖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교육 방식이다. 근현대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은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서 사회 변화를 끌어왔고 한 걸음씩 역사가 전진해 왔다.

거꾸로 제도권 학교 교육과 사교육은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기보다 경쟁에서 승리한 엘리트를 배출해 왔다. 사회 상층에 편입하려는 강렬한 욕망을 지닌 ‘시험형 인간’을 성공한 인생의 모델로 양산해 왔다. 12·3 내란수괴와 내란 핵심 세력들이 하나같이 서울대 법대와 육사, 그리고 경찰대 출신들이라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교육으로 흥한 대한민국이 이젠 교육으로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2023년 서이초 교사 비극 또한 광장 민주주의를 체득한 소중한 학교 밖 시민교육이다. 부조리한 교육 현실을 고발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이초 교사 비극은 권위주의 교육행정과 수직적인 학교문화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23년 7월 말부터 두 달여 전개된 추모 집회엔 연인원 80만 명에 이르는 교사들이 참여했다.

 

2023년 9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 장면. 하성환 시민기자
2023년 9월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 장면. 하성환 시민기자

49재를 앞둔 2023년 9월 2일(토) 여의도 추모 집회엔 20만 명이 참여해 사회 변화를 위한 연대 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 추모 집회 당시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 다수가 유초중고 20~40세대다. 특히 2030 교사들이 다수였고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압도적이었다. 합법적으로 악성 민원을 자행할 수 있는 토대가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과 이후 개정된 아동복지법이기에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교육부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독소 조항은 그대로 둔 채, 교권 보호 4법이란 이름으로 국면을 호도했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강한 힘은 학교 밖 광장 민주주의에서 나왔다. 특히 청소년기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광장에서 직접 체험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교육으로 건강한 세계관을 간직한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초등학생이 무대 위에 올라 규탄사를 절규하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중고교 청소년들이 박근혜 탄핵을 위치며 광화문 광장을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한국 교육은 이제 변해야 한다. 입시 경쟁교육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욕망하는 괴물을 길러내는 교육활동을 경계해야 한다. 아니, 멈춰 세워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2조(이념)에 명문화되어 있듯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음을 성찰하고 교육 대전환을 실천할 시점이다. 성찰 없는 교육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기초학교 9학년 시민성 교과서는 노동자 정체성과 양성 평등, 완전 고용 등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하며 시민 역량을 기르는 게 특징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간 '주요 외국학교 시민교육 내용 연구' 80쪽. 하성환 시민기자 촬영
스웨덴 기초학교 9학년 시민성 교과서는 노동자 정체성과 양성 평등, 완전 고용 등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하며 시민 역량을 기르는 게 특징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간 '주요 외국학교 시민교육 내용 연구' 80쪽. 하성환 시민기자 촬영

독일은 50년 전부터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는 구호 아래 초중고 시민교육으로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을 실천해 오고 있다. 1976년 보이텔스바흐 합의에서 시작한 정치교육은 2005년 마그데부르크 선언으로 계승된다. 마그데부르크 선언에서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사는 것’임을 선언했다. 프랑스 또한 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985년 ‘학생을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과정 개혁’을 단행했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준동을 경계해 2015년엔 통합교과인 ‘도덕 시민교육’을 탄생시켰다. 스웨덴은 입법을 통해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활동이 교육의 목표임을 명문화했다.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이 준동하자 2018년부터 사회 교과를 ‘시민성’(Civics) 교과로 명칭을 변경해 시민교육에 박차를 가했다.

북서유럽 사회에서 ‘시민교육’을 시행하는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아일랜드 등 22개국에 이른다. 북서유럽을 비롯해 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추세가 세계 교육개혁의 큰 흐름이다.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민주시민교육을 추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집권 초기 교육부 직제에서 민주시민교육 정책 총괄 부서인 민주시민교육과를 전격 폐지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 공화국 시민으로서 공동체 문제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높은 시민성을 학습할 시점에 역주행한 꼴이다. 탄핵 직후 들어설 민주 정부 4기에선 학교 시민교육을 다시 제도화해야 한다. 괴물 엘리트들이 저지른 12·3 친위쿠데타에서 얻는 소중한 교훈이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건너편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 행동이 개최한 '내란연장 헌법파괴' 한덕수 퇴진 긴급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6.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건너편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 행동이 개최한 '내란연장 헌법파괴' 한덕수 퇴진 긴급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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