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반란 넘어 민주공화국을 완성하는 방법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현수막을 국힘에서 달았다고 합니다. 선전전과 심리전의 명수인 그들이 뽑아낸 기막힌 구호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국힘 지지자들은 이에 공감하고 결집할 것입니다. 탄핵 찬성 75% 내에 있는 국힘 지지자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내란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범죄자이며 거악인 이재명에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대한민국을 망치는 길이다.’
내란을 비호하는 국힘은 민주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극우정당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정치집단은 영남과 강남의 굳건한 지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독재시대의 역사적인 토대가 있습니다. 현재의 국힘 다수는 이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다시 힘을 모으고 약간의 스윙보터들을 끌어모아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는 1945년 해방 이후 계속해서 반민족, 반민주 세력과 투쟁하고 있지만 한 번도 완전한 청산을 이루어 내지 못했고, 참과 거짓은 구별할 수 없을 지경으로 물들고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5.18 항쟁을 학살로 진압하였고 진정한 반성도 없었던 세력의 후예인 국힘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지지합니다.
고지전이라는 영화처럼 우리는 87년 이후 37년의 고지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고지전에 사람들은 정신을 잃어가고, 진실이란 것은 없고 나의 생존만이 중요할 뿐이라고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을 완전히 파멸시키기를 원할 정도로 증오합니다. 국가는 이미 골병이 들 대로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바다에서 거리에서 떼죽음을 당해도 이 사회는 서로 증오하고 분열되어 떠난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반란의 수괴인 무정부상태이고, 이에 저항하는 국회권력과 시민이 맞서는 혁명적 상태입니다. 하지만 혁명적 상태이기만 할 뿐 반란세력을 혁명적으로 제압할 혁명세력도 없고, 혁명에 어울리는 가치, 이념도 없습니다. 반란 동조 세력이 판치는 구체제의 질서 속에서 반란에 대한 심판을 어렵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반란을 완전히 끝내는 방법일까요?
저는 질문을 바꾸고 싶습니다. 무엇이 반란을 완전히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일까요? 윤석열의 내란에 대한 심판은 두 눈 부릅뜨고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결국은 권력과 의지들이 충돌하고 타협하며 기존의 틀과 한계 내에서 마무리되어질 것입니다. 구질서에서 반란세력의 심판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윤석열의 내란을 끝내는 현명한 방법’ 이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을 사람 또는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국힘)으로만 보면 문제의 근본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 문제를 만들어 낸 조건, 토양에서 찾아야 합니다. 민주공화국을 유린한 자들은 최선을 다해 심판해야 하지만 지금 그들을 심판하는 것은 무성한 풀밭에서 큰 풀 몇 개를 잡아뜯는 것에 불과합니다. 근본적 방법은 풀밭을 갈아엎는 것입니다. 그럼 조금 시간이 지나면 풀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말라죽습니다. 새질서로 그 풀밭을 갈아엎으면 다양한 새물결이 몰아쳐서 저절로 그 들은 소멸하게 될 것입니다.
혁명적 정세에서는 혁명적 해법이 필요합니다.
박근혜탄핵 시기를 많은 사람들이 촛불혁명 혹은 혁명적 정세라고 했지만, 그 촛불집회에서는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혁명으로 가기 위한 어떤 구호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구 질서가 붕괴된 상황에서 새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하지만, 어떤 지향점도 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 시민혁명의 열기가 남아있는 소중한 시기를 적폐청산에 허비했고 결국 검찰권력의 탄생만 도왔습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민혁명의 열기가 새질서의 탄생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의 극한대립과 혐오의 정치에서는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반란을 뿌리째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한 세력이 어떤 지역과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토양, 토대 위에서는 반란세력이 언제 다시 권력을 잡아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알 수 없습니다.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혼란과 분열, 증오와 혐오의 정치에 빠뜨릴 것입니다.
반란을 끝내는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현재의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정권을 바꿨지만 나라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떤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서도 현재의 구도를 청산하고 극복해 낼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붕괴된 87년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는 윤석열과 같은 인간이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하고, 다시는 패권적 극우정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건강한 보수가 되살아나야 합니다. 민주당과 이재명이 싫은 사람도 건강한 보수 정당에 투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힘들고 혼란한 시기가 단지 이재명 정부 탄생을 위한 권력투쟁으로 비추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 혼란한 시기를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위한 산고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도,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도 함께 희망의 촛불을 들고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미완이었지만 87년 민중항쟁의 성공요인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의 하나 된 외침과 염원이었습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그러한 염원을 대변하는 정치인일 뿐이었습니다.
새질서를 만드는 전면 개헌은 현 정국에 있어서의 ‘백가지 해법’ 중 하나가 아닌 단 하나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현재의 무정부 상태, 혼돈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태어날 수 있는 좋은 조건이기도 합니다. 구질서가 무너지고 물러가야 새질서가 올 수 있습니다. 현재의 혼란은 다함께 꿈꾸는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민주공화국에 대한 희망과 변혁의 물결이 되어야 합니다. 오래된 병은 한 번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물결에 계속해서 씻기고 다듬어지면서 변화해 가야 합니다. 그 물결은 바로 여의도에서 목격한 다양성의 물결입니다. 그 새로운 물결이 몰아치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 새질서의 구축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은 반란진압과 심판에 집중해야 하고, 개헌은 다음 정권이 시간을 가지고 해나가면 된다고 합니다. 국힘의 개헌 제안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의심과 걱정이 있다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안 됩니다. 개헌은 여당 주도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87년 개헌도 시민혁명으로 궁지에 몰린 신군부 세력과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김대중 선생은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을 말했습니다. 시민혁명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국힘 내에는 내란공범과 검찰독재의 협력자들이 있지만 계엄해제에 찬성한 18인, 탄핵에 반대하지 않은 23인(찬성, 기권, 무효)이 있습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민주적 양심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질서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여 나머지 국힘 의원들에게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국힘당의 모두를 민주주의 파괴 위헌 정당으로 몰면 현 상황을 해결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반란의 심판과 새질서의 구축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작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탄핵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국민을 힘들고 지치게 합니다. 국민은 불안합니다. 새로운 비전과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도 함께 꿈꿀 수 있는 내일의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순수성, 열정, 능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눈앞만 보지말고 나라의 100년 앞을 보아야 합니다. 작금의 상황은 윤석열이라는 괴물 한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미완의 민주주의인 87년 체제의 한계이고 정치에 있어서의 대립적 모순구도가 곪아 터진 것입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10년 앞도 장담할 수 없늘 정도로 이미 위태롭습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권력교체 한다고 새 세상이 열리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대선승리에 매달리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민주당은 그럴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민주공화국 내에서 서로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아닌 존중과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살길입니다. 87년 체제는 이미 명을 다했고 국운도 쇠락하고 있습니다. 반란으로 시작된 혁명의 열기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새 공화국 출범의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기회를 잃게 되면 대한민국호는 언제 복원력을 잃고 침몰하고 말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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