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 4세 능력 검증 없이 경영권 승계
안목 없어 신사업, 신기술 도전은 뒷전
실력주의 파괴로 기업 경쟁력 떨어뜨려
윤 정부 헛발질 외교로 경영 여건 악화
족벌 경영 청산 선진국형 거버넌스 시급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대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반토막 난 것이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판단하는 수익성 지표다.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ROE가 급락한 것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 증시만 유독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 주가와 ROE 등 주요 지표가 추락하는 배경에는 철지난 재벌 체제가 있다.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3, 4세가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기업의 성장이 멈춘 것이다. 이들은 창업 세대에 비해 경영 능력은 물론 절박함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것도 대기업들의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이다.
대기업 ROE 3년 만에 10.1%→5.2% 반토막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가 가능한 상장사 286곳의 최근 3년간 ROE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이들 기업의 연결기준 결산자료와 반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변화를 추적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의 2021년 평균 ROE 10.1%에 달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3년에는 5.2%로 반토막 났다. 주요국이 경제 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하며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실력까지 떨어진 탓에 ROE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이들 대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은 1906조 7185억 원에서 2222조 9174억 원으로 16.6%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92조 1555억 원에서 114조 8598억 원으로 40.2% 감소했다. 반기 기준으로 비교해도 ROE 감소 추세가 뚜렷했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2021년 반기 ROE는 5.7%였는데, 올 상반기 4.2%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이 채 안 되는 120개 기업만 ROE가 증가했다. 대다수 기업이 자본을 신사업 진출이나 신기술 개발에 투입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서비스업과 운송업 ROE 하락 폭 가장 커
업종별로는 서비스 분야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서비스업에 속한 19개 기업의 평균 ROE는 2021년 27.0%에서 지난해 3.2%로 무려 23.9%포인트나 떨어졌다. 평균 자기자본은 7.0%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이 22조 9585억 원에서 2조8665억 원으로 87.5%나 감소하며 ROE를 끌어내렸다.
서비스업에서 ROE가 가장 크게 떨어진 상장사는 네이버다. 다만 특수한 이유가 있었다. 2021년 3월 라인과 Z홀딩스의 경영이 통합되면서 회계상 당기순이익이 16조 4776억 원으로 급증하며 당시 평균 자기자본이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네이버 ROE는 68.5%에서 4.1%로 64.5%포인트 급락했다. 네이버 다음으로 카카오의 ROE 12.1%에서 지난해 –13.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로 ROE 하락 폭이 큰 업종은 운송 분야였다. 10개 기업의 2021년 평균 ROE는 20.2%에서 지난해 7.9%로 12.3%포인트 떨어졌다. HMM과 대한해운, 한진, 팬오션 등 해상운송 기업들이 운임 요금 하락으로 ROE가 평균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ROE 8.8%포인트 하락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한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도 ROE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기업의 2021년 ROE는 13.1%였으나 2023년에는 11.6%포인트 떨어진 1.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이 –87.3%(54조 8415억 원→6조 9917억 원)로 급락한 게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 업종의 ROE 낙폭이 그 뒤를 이었다. 3년 전 12.2%에서 8.8%포인트 하락하며 ROE가 3.5%에 머물렀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효성화학 등 주요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3년 새 적자 전환됐다.
물론 평균 ROE가 증가한 업종도 있다. 조선과 기계, 설비 등 업종은 당기순이익이 늘며 ROE가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조선업 수주 증대와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으로 2021년 –2.8%에서 지난해 8.8%로 11.6%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021년 대비 2023년 당기순이익이 각각 115.6%와 84.4%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종 전체의 ROE가 7.8%에서 12.2%로 4.4%포인트 올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ROE 증가율이 가장 큰 기업은 솔루엠과 종근당, 에코플라스틱, 흥국화재 등이다. 상위 10개 회장 중 6개가 조선과 자동차 업종이다.
재벌 개혁만 기업 가치 추락 막을 수 있어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ROE만으로 전체 경영 성적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ROE는 보유한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불과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ROE는 최근 3년 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 정책 효과가 실질적 밸류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이사들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일반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비롯한 재벌개혁만이 한국 대기업들의 주가와 가치 추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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