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RE100 전환을 위한 엔진, 공유부 기본소득-
뒤처진 에너지 전환
우리의 너무나 뒤처진 에너지 전환이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떠나고 수출을 못하는 나라가 되면서 기후 재난을 맞이하기 전에 경제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24년 상반기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은 11%로서 주요국 중 최하위다. OECD 유럽평균은 50%를 넘었고, 미국도 26%로 한국의 2.5배이다.
유럽 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35년 전후로 탄소가격(탄소세율 또는 탄소배출권 가격 수준)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나라를 무역에서 배제하는 ‘기후 클럽’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수출 대기업들은 RE100 달성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생산 기지를 옮길 고민을 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심각한 국면이다. 기후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긴급조치를 동원해서 빠른 시간 내에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을 다른 나라들 수준으로 높이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회적 비용이 투자되어온 화석연료에너지는 새로이 투자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보다 시장가격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 세대가 입을 피해를 비용 계산에 넣으면 재생 발전이 훨씬 더 싸게 된다. 그러나 시장은 미래 세대가 입을 피해를 시장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는다. RE100이라는 수출경제체제에서 위기를 돌파하려면 에너지 전환을 시장에 맡겨 놓을 수는 없고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실 에너지 전환은 재생 발전이 더 싸기 때문에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세대가 겪게 될 기후 재난과 경제 재난을 막기 위해서 더 비싸더라도 전환하는 것이다. 유럽이 수많은 협동조합으로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탄소배당과 햇빛바람연금
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현재 세대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므로 불평등이 증가하게 된다. 전환과정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하지 않는,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있다. 탄소배당과 햇빛바람연금이라는 두 가지 공유부 배당(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된다. 탄소배당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27명 등이 제안한 것이고, 햇빛바람연금은 우리나라 신안군에서 이미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세가 되고있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서 전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화석 발전과 재생 발전의 이윤이 모두 변하게 된다. 화석 발전은 가격 상승으로 단위당 이윤이 증가하지만 산업 전체로 판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윤 크기는 줄어든다. 재생 발전은 단위당 이윤도 증가하고 산업 전체로 판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윤 크기도 증가한다. 이러한 이윤의 증가는 발전 기업의 노력이나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경제학적으로 지대의 개념으로서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바로 여기에 중대한 포인트가 있다.
이 불로소득을 전부 혹은 일부를 환수해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누어주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감소를 막을 수 있고,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
화석 발전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탄소세, 또는 무상할당 없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서 완전히 환수할 수 있다. 이것을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것이 탄소배당이다. 재생 발전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정부나 협동조합이 재생 발전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고 배당을 받아서 환수할 수 있다. 이것을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것이 햇빛바람연금이다. 탄소배당은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질수록 크기가 줄어들고 햇빛바람연금은 점차 늘어난다.
재생 발전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RE100체제에 신속히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앙정부는 기후펀드나 기후채권으로 모은 돈으로 지분 투자를 하고, 지방정부는 토지를 제공한 대가로 지분을 획득한다면 시장 원리에 따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유럽이 많은 협동조합에 의해 에너지전환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이 불로소득의 분배가 협동조합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는 곧바로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분배할 수 있다. 소액이라도 하면 된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활성화되면 액수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불평등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유부
공유부는 모두의 것이 되는 것이 마땅한 자산이다. 탄소배당의 재원은 공기의 탄소 흡수 능력이라는 공유부를 사용한 대가를 탄소배출자로부터 징수해서 얻는 것이다. 이 공유부는 원래는 재생 가능한 공유부였지만, 지금은 남획으로 인해서 고갈성 공유부가 되었다. 햇빛바람연금의 재원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유부이다. 이것은 지금도 재생 가능한 공유부이다.
공유부 중에는 소수의 집단이 혜택을 독차지해서 오히려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투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후위기는 공기의 탄소 흡수능력이라는 공유부를 남획한 결과 발생한 비극이다.
다행히 햇빛과 바람이라는 또 다른 공유부 덕택에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는 상태로 위기를 극복하는 희극의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희극은 아직 가능성이다. 만약 우리가 급속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서 경제가 붕괴하는 것을 막으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기 가격 인상을 견딜 수 있도록 두 가지 공유부 배당을 지급하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다면, 이 희극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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