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공명 연립여당에 국민민주 ‘부분연합’

야당과 일일이 정책협의-불안정한 “가시밭길”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 전까지만의 한시적 정권?

야당, 정치개혁과 소득세 감면, 물가억제 요구

방위비 대폭 증액을 위한 증세도 쟁점화 예상

이시바 시게루(앞줄 중앙) 일본총리가 11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시바는 지난 달 27일의 중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을 15년 만의 참패로 이끌었음에도 11일 의회 총리지명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어 정권을 유지하게 됐다. 2024.11.11. AFP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앞줄 중앙) 일본총리가 11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시바는 지난 달 27일의 중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을 15년 만의 참패로 이끌었음에도 11일 의회 총리지명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어 정권을 유지하게 됐다. 2024.11.11. AFP 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 총리지명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결선투표 최다 득표자가 돼 2차 내각을 구성했다. 이시바는 2차 내각 조각에서 전체 각료(장관) 19명 중 16명을 1차 내각 때와 같은 사람으로 재임명했다. 바뀐 각료는 중의원선거에서 낙선한 법상(법무대신)과 농림수산상, 그리고 역시 낙선한 연립여당 공명당 대표가 맡고 있던 국토교통상이다.

집권 한 달여 만에 ‘소수 여당’으로 재출범

중의원 역사상 5번째로, 최근 30년만에 치러진 11일의 총리 결선투표에서 이시바는 1차 투표 때와 같은 221표를 얻어, 160표를 얻은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당수를 눌렀다. 앞서 열린 1차 투표에서는 중의원(정원 465석) 과반수인 233석을 얻은 후보가 없어 1, 2위 득표자인 이시바(221석=자민당 191+공명 24+친여 무소속 6)와 노다(151석=입헌민주 148+친야 무소속 등 3) 후보가 2차 결선투표에 올라갔다. 지지 후보 이름을 써 넣는 2차 결선투표에서도 각 당 소속 의원들은 대체로 자당 대표 이름을 써 냈고, 그 결과 자민당 이시바 후보는 1차 투표 때와 같은 221표, 입헌민주당 노다 후보는 1차 투표 때보다 9표 많은 160표를 얻어, 다수 득표자인 이시바가 당선됐다.

무효표가 84표였는데, 이는 군소 정당들이 거의 모두 자당 대표 이름을 써냈기 때문에 1차 투표 상위 1, 2위가 오르는 결선투표에서 모두 무효처리된 결과다.

1차 투표에서 151표를 얻은 노다 후보가 2차 결선투표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 의석수를 제외한 야당 표를 대부분 흡수했다면 이시바를 누르고 총리에 당선될 수도 있었으나, 제3당인 일본유신회와 제4당인 국민민주당(28석) 등 대다수 야당들이 자당 당수 이름을 써 넣음으로써 160표를 얻는데 그쳤다. 야당 의원들 대다수가 자당 대표(당수) 이름을 써 넣은 것은 노다가 총리가 돼 정권이 교체되기보다는 자민당의 이시바 정권이 계속되는 쪽을 택했다는 얘기가 된다. 1993년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자민당 정권이 붕괴되면서 1955년 자민당 결성 이후 38년만에 처음으로 비자민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났을 때, 일본신당을 이끌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당수에게 8개 비자민 정파들이 표를 몰아주면서 비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시바 2차 내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야당인 국민민주당(DPP) 대표 다마키 유이치로가 11일 새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중의원 본회의 총리지명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11.11. 로이터 연합뉴스
이시바 2차 내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야당인 국민민주당(DPP) 대표 다마키 유이치로가 11일 새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중의원 본회의 총리지명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11.11. 로이터 연합뉴스

야당과 일일이 정책협의를 해야 하는 “가시밭길” 정권

이로써 1차 내각(10월 1일 출범)에 이어 한 달여만에 2차 내각을 짜게 된 이시바는 일단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나, 자민+공명 연립에 친여 무소속 의석까지 합쳐도 중의원 과반수 의석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 여당’체제에서 주요 정책마다 일일이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험난한 국정운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시바 총리 주변에서는 “모든 것이 제약을 받게 된다.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가시밭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의회 과반수를 차지해 온 자민+공명 연립여당 정권은 예산안이나 법안 등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 각기 당 내 의견수렵 절차를 거쳐 정책결정기관인 ‘여당정책책임자회의’만 통과하면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소수 여당체제가 된 이시바 2차 내각에서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사안마다 정책협의를 하는 ‘부분 연합’에 동의한 제4당 국민민주당과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사전협의를 거쳐 국민민주당의 찬성을 얻어야 중의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책들의 의회 통과 절차에서 제4당인 국민민주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은 “이시바 정권 연명에 협력할 생각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자민당 파벌들의 정치비자금 불법조성 사실 폭로 뒤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정치개혁, 103만 엔 이상의 연간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 감면, 물가 억제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시바 2차 내각은 어떻게든 거기에 응해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 기시다 후미오 전 정권이 약속한 2027년까지 43조 엔을 추가하기로 한 방위비(군사비) 대폭 증액을 위한 재원확보와 관련한 증세 문제도 야당의 반발로 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제2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당수는 11일 중참 양원 의원총회에서 “이젠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사전협의로 (예산안이나 정책 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게 돼, 국회 심의라는 공개된 무대에서 숙의해서 일치점을 찾아내 갈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제까지는 예산안이나 법안들을 의석 과반을 차지한 연립여당이 사전심사 등을 통해 통과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국회심의는 형해화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따라서 소수 여당체제인 ‘2024년 체제’가 오히려 국회가 정책 논의의 중심무대로 복귀하는 국회 정상화의 길을 연 역설적 상황이 조성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시바 정권,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 전까지만?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과반수에 미달하는 참패를 당함으로써, 야당이 17개 상임위원회와 7개 특별위원회, 3개 심의회 등 27개 소위 위원장이나 회장직 중에서 여야당 논전의 주전장인 예산위원장을 포함한 12개 위원장 및 회장직을 차지하게 된 것도 국회운영 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에서는 이시바 정권이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 전까지 유지되는 것은 좋으나 참의원선거를 이시바를 간판으로 내세워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앞으로 상당기간 정치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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