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

"미일 동맹은 비대칭…동맹 재검토해야"

'일본 국익' 챙겨온 윤석열 '가치 외교'

한일 '봉합'…남북 파탄, 중‧러완 적대

이재명 "과거사 인정, 사과 표명 필요"

'독도는 일본 땅' 공세는 더 거세질 듯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 한국과의 정상 외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각각이 국익을 바탕으로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해 어떤 성과를 얻을까(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가 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4. 10. 01 [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가 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4. 10. 01 [EPA=연합뉴스]

일본 이시바 "나라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

"우호도 중요하지만 회담 목표 분명해야"

연합뉴스에 따르면, 회견에서 이시바는 대미, 대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상 외교를 할 때는 회담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뢰 관계를 높여서 우호를 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 회담하는지 사전에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위상 시절을 회고하면서도 '분명한 목적이 있는 회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로써 이시바 일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키워드는 '국익 우선'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단 전통적인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일, 한미일 동맹화를 추구해온 전임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였다. 이시바는 통화에서 기시다-바이든의 미일 동맹 강화 노선을 계승하는 한편, 한미일과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의 4자 안보 협의체) 같은 뜻을 함께 하는 국가와 네트워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기조는 저변에 깔면서도, 이시바의 '국익 우선'은 우선 일본의 대미 관계에 '일정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이시바의 지론이었던 △ 중국 등의 억제를 위한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핵 공유 또는 핵 반입 △ '불균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 △ 주일미군지위협정(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 미국 내에 일본 자위대 의 전용 훈련기지 설치다.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 17 [미 해군 제공]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 17 [미 해군 제공]

이시바 "미일안보조약은 비대칭 쌍무 조약"

'대등한 동맹'으로 미일 동맹 재검토 주장

그러잖아도 이시바는 지난 27일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란 기고를 실었다. 이 기고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기 이전에 작성됐다. 기고에서 그는 미일안보조약을 "비대칭 쌍무 조약"이라고 불균형을 지적한 뒤 "고칠 기회가 무르익었다"고 개정 필요성을 거론했다. 또한 주일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주일미군지위협정(SOFA)과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 설치 등도 제안했다. 일본이 주권국가로서 미일 관계를 더 대등하게 바꿔야 한다는 뜻인 셈이다. '수직적' 미일 동맹을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본 안팎에선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모두 자위권이나 헌법에 관련되는 문제(닛케이)일 뿐더러, '대등한 동맹'으로 미일 동맹 재검토를 미국이 경계할 게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판 나토 문제는 군사동맹 관계에 관건이 될 '집단 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현행 평화헌법에 저촉되는 만큼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데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주일미군지위협정 개정에 미국 내에서 경계감이 있다'는 질문에 "미일 동맹에 우려가 생긴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동맹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집단 자위권 문제와도 관계 없으며 (자위대의) 훈련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짧은 시일에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관련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이시바는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를 평화헌법 제9조에 명기하기 위해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이 점에선 극우인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이시바 '국익 외교'와 윤석열 '가치 외교'

이재명 "과거사 인정과 사과 표명 필요"

이시바의 '국익 우선' 외교가 한일관계에 어떻게 투영될지도 관심거리다.

일본의 국익 관점에서 보면, 대미 관계에선 미일 동맹 강화를 명분 삼아 보다 '대등한 동맹'을 추구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동맹화를 향한 한일, 한미일 '결속' 과정에서 과연 한국에 파트너로서 과연 '대등한 관계'를 허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 '수직적 관계'를 추구할 수도 있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최대 걸림돌인 군대 위안부와 강제동원(징용) 등 일제 과거사 문제와 독도 등 영토 문제 등에 대한 이시바의 인식과 스탠스도 관전할 포인트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이시바는 그동안 자민당 내 다른 극우 인사들과 다소 거리를 둬왔다. 태평양전쟁(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았고,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선 암살된 아베나 전임 기시다 총리와는 결이 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런 부분이 한일관계의 '진정한' 정상화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집권 자민당 내에 지배적인 극우 목소리를 제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뭣보다 '친일 매국 정권'이란 비난을 받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군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재확인하고 일제 전범 기업들의 불법적 강제동원 행위엔 '제3자 변제'란 편법을 써서 일괄 면죄부를 준 마당에 굳이 한국민의 여론을 고려해 이를 뒤집을 필요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일본 정부가 16일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부당한 주장 철회를 촉구하며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독도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2024.4.16
일본 정부가 16일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부당한 주장 철회를 촉구하며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독도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2024.4.16

'독도는 일본 땅' 공세는 더 거세질 듯

국익 관점서 보면 영토는 최우선 사항

일본의 '독도는 일본 땅' 공세도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 '국익 우선'의 관점에서 보면 영토만큼 양보할 수 없는 이슈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독도(일본 주장 다케시마)를 오래전부터 매년 발간하는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일본 고유의 땅'이라는 내용을 명시해왔으며, 급기야 2022년 12월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로 최초로 명시했다. 한국 땅인 독도를 편입하기 위한 작업은 일본 역대 정부의 일관된 기조인 만큼, 이시바 정부에서도 달라질 일은 없고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시바의 자민당 총재 취임을 축하한 뒤 "한일관계가 과거 문제, 역사 문제, 독도 문제에 매여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그렇다고 이를 덮는다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독일이 사실을 인정하고 충분히 사과 표명을 해서 유럽에서 선도적 국가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일본도 동북아에서 지도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한일관계도 새로운 기반 위에 발전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에서 참자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204.9.28. 이호 작가
28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에서 참자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204.9.28. 이호 작가

'일본 국익'만 챙겨온 윤석열의 '가치 외교'

한일 '봉합'…남북 파탄, 중‧러완 적대 수준

문제는 윤석열 정부다. 이시바 일본 총리마저 '국익 우선' 외교를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여전히 '가치 외교'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하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란 비전 아래 대외정책 기조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외교'를 내걸었다. 국제질서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권을 계승한 권위주의 진영 간의 이분법적,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미국 진영에 `올인'하겠다는 점을 밝혔고, 실제로 지난 2년 반 가까이 행동에 옮겨왔다.

그 결과, 남북 관계는 파탄 났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제재 동참과 일방적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기로 러시아와는 적대관계에 가까워졌으며, 중국과도 척을 지면서 안보는 전쟁 위기를 느낄 만큼 위태로워졌고 경제는 수출이 급감하면서 서민 경제는 파국 직전에 있다. 무조건적 한일관계 '봉합'을 위해 참혹했던 일제 식민 통치 역사에도 눈감고 불법적 강제동원엔 면죄부를 주고, 후쿠시마 핵 폐기수는 용인하고, 심지어 독도 지우기에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국익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의 국익만 챙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이시바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은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가 그 하나이고, "신뢰 관계를 높여서 우호를 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 회담하는지 사전에 설정돼야 한다"가 다른 하나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대일 정책을 보면 △ 한국과 일본의 '국익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지 △ '무엇을 위해 회담하는지'를 숙지하고 있는지 △ '신뢰 관계를 높여서 우호를 심화'하는 데만 골몰하진 않았는지, 씁쓸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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