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네 번째 안식처 '별들의 집' 개소식

경복궁역 적선현대빌딩 1층…200여 명 참석 성황

여전히 '임시' 거처지만 연대와 진상규명 새 희망

이정민 위원장 "그토록 바라던 특조위 조사 눈앞"

"아이들 죽음 불명예스럽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

송기춘 특조위원장 "유가족 간절한 기원이 바탕"

권은비 작가 "고정관념 깨고 일부러 밝게 만들어"

정춘생 의원 "특조위 예산 146억 꼭 통과시킬 것"

10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여전히 '임시'라는 딱지가 붙은 불안정한 거처이지만, 유가족들은 이곳에서 시민들과 연대하며 참사의 진실을 찾는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0일 오후 1시 59분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적선현대빌딩 1층에서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인 '별들의 집' 개소식을 열었다. 녹사평역, 서울광장, 부림빌딩에 이어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네 번째 추모공간으로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지척이다. ☞ 참사 2년에 네 번째 추모공간…떠도는 신세 언제까지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시민대책회의 박석운 공동대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은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오후 1시 59분이 되자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진실을 찾겠습니다"라고 외친 뒤 추모공간 입구에 길게 드리워진 검은 천막을 걷어 내렸다. 그러자 '별들의 집' 현판이 드러났다. 약 200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고 내부로 입장했다.

바닥 면적이 294㎡(89평)인 별들의 집 벽면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이 걸려 있었고 다른 벽면에는 참사 당시와 이후의 주요 시간별 기록,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 등이 적혀있었다. 천장에는 별 모양의 장식이 달려 반짝였다. 유가족들은 부림빌딩에 이어 이번 2차 기억‧소통 공간에서 ▲유가족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 ▲시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공간 운영 ▲특조위 조사 협조를 위한 준비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공간은 서울시와의 협약에 따라 내년 11월 2일까지 쓰게 된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네 번째 발걸음을 했다. 지금 추모공간의 느낌이 마치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쌓아왔던 그 투쟁의 과정과 똑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용산, 국회, 법원 그렇게 수없이 많이 공간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싸워왔는데 추모공간도 그때마다 옮겨 우리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오롯이 우리의 추모공간은 없다. '임시'라는 딱지를 붙이고 계속 이렇게 이전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싸워 쟁취한 특별법에는 추모공간을 설립하게끔 되어 있다. 이 임시라는 껍질을 잘 활용하고 운영해서 우리가 원하는 제대로 된 추모공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계속 싸워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주기를 끝내고 이제야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특조위 조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 특조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 (정부를 상대로) 시행령과 예산안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이제 우리가 바라고 기다리던 부분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진실을 밝히고 그 억울한 죽음이 불명예스럽지 않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모두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 같이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별들의 집이 또 이전을 하게 돼 축하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유가족분들이 서로 의지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참사의 어떤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저희 위원회는 이제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예산안이 아직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아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예결위에서 특조위에 대한 조력을 확인해줬기 때문에 순조롭게 되어가리라 생각하지만, 또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도출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항상 있다"며 "하지만 우리 위원회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 유가족들의 간절한 기원, 이런 것들이 바탕이 돼서 위원회가 잘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아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만의 위로가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큰 역할을 꿈꾸면서 활동을 같이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4.11.10. 연합뉴스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 이지현 사무처장은 "네 번째 안식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가슴 졸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따뜻하고 온전한 공간으로 무탈하게 이전하게 된 점이 너무 감격스럽고 또 감사한 마음"이라며 "유가족들이 그동안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문제를 풀어 가지 못할 때마다 '시민들의 연대의 힘으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고 이런 말씀을 지금까지도 늘 하고 계신다. 진상 규명이 되고 피해자들 명예를 회복하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가 안전 사회로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다들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인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여러모로 감개무량한 면도 있고 착잡한 면도 있다. 날이 추워질 때면 49재 때 눈밭을 걸었던 기억도 나고 국회에서 오체투지하던 장면이 아주 선명하게 머릿속에 박혀 있는데, 추운 날 그래도 밖에 있지 않고 이렇게 준비하고 투쟁할 수 있는 장소를 얻은 것만 해도 참 다행"이라며 "임시 딱지를 뗀 추모공간과 소통공간을 마련하는 일을 지금부터 같이 하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별들의 집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은 공공미술 전문가인 권은비 작가다. 그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조성하는 총괄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는 등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들 곁을 지키며 각종 문화예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시민대책회의의 어느 활동가가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참사 현장을 그냥 이렇게 놔두면 안 될 것 같으니 작가님이 좀 와주셔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장으로 달려간 게 2년 전이었다"며 "그때는 직함도 없이 그냥 한 시민으로서 참사 현장을 그냥 슬픔의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유가족들과 함께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고 소개했다.

권 작가는 "보통 고정관념으로는 이런 참사의 기록 공간은 조금 어두운 공간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일부러 최대한 따뜻하고 밝게 만들고 싶었다"면서 "그리고 가족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저기 별이 되어 있어요. 별 볼 때마다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요'라고 말씀하셔서 별들을 천장에 설치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희생자분들이 있는 공간을 비춰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간 조성 과정을 설명했다.

 

권은비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10. 임석규 기자 유튜브 중계 갈무리
권은비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10. 임석규 기자 유튜브 중계 갈무리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은 1명도 참석하지 않은 반면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춘생, 강경숙, 이해민, 김재원, 김준형 등 5명이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정춘생 의원은 "제가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이다. 지금 국회에서 예산을 심사하고 있는 기간이라 저는 우리 보좌관들한테 '가장 먼저 특조위에 연락해서 필요한 예산과 인력에 관한 자료를 받아라. 우리는 행안위에서 이걸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그래서 특조위로부터 사무처 직원 90여 명을 운영할 수 있는 146억 원 정도의 예산안을 받았다. 그 부분을 우리 예결위원들하고도 공유를 했다. 얼마 전에 차규근 의원이 예결위 종합질의 과정에서 질의도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내일(11일)은 행안위에서 예산심사를 하는 날이다.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특조위 예산을 반드시 반영시켜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을 하면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행안위가 끝은 아니고 예결위에서 반영이 돼야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여당 원내대표도 긍정적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단과도 협의를 해서 이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확언했다. 조국혁신당 원내 수석부대표이기도 한 정 의원은 송기춘 특조위원장을 향해 "향후 활동하는 데 문제가 있거나 정말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할 때 얼마든지 연락을 주시면 저희는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왼쪽부터), 이해민, 정춘생, 김재원, 김준형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 참석한 가운데 정춘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1.10. 임석규 기자 유튜브 중계 갈무리
조국혁신당 강경숙(왼쪽부터), 이해민, 정춘생, 김재원, 김준형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개소식에 참석한 가운데 정춘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4.11.10. 임석규 기자 유튜브 중계 갈무리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안들을 두고 야당들이 굳건히 연대해서 싸우고 있다. 정권에 맞선 현안 때문에 혹시나 이태원 참사, 또 특조위 지원 같은 것들이 조금 잊혀지지 않을까? 약간 뒤로 물리지 않을까? 유가족들이 걱정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다시 한번 드리겠다"며 "야당과 또 여러 시민사회가 윤석열 정권에 맞서서 이렇게 싸우는 것은 단지 정권 하나, 대통령 하나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지난 2년 반 동안 고통받고 눈물 흘렸던, 희생되지 않았어야 할 국민들의 희생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인 만큼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이 싸움을 반드시 잘 해내도록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강민정‧신현영 전 민주당 의원,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박창진 을들의연대 대표, 그리고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기억과 애도의 메시지'를 남기고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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