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협 "진짜 진상규명 이제 시작"
"2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사과‧만남 없었던 윤"
"사람의 탈을 쓰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벌여"
"희생자들에 무릎 꿇고 사죄, 처절하게 반성해야"
"특조위 조사‧수사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임하라"
"그날의 진실 밝혀 다시는 참사 재발 없는 사회로"
윤석열 파면을 맞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참사 자체만으로도 창자를 끊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윤석열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대와 모욕으로 일관했고 대통령은커녕 한 인간으로서도 할 수 없는 망언과 '셀프 예배' 등 기행을 일삼았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유가족들은 일상이 무너진 채 거리의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각시탈을 쓴 남성 두 명이 길바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일부러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게 했다"는 등 극우 유튜버들의 정신 나간 음모론에나 심취했던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이라는 망상에 빠져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투쟁을 철저히 무시하거나 방해했고 헌법재판소 최후진술 자리에서마저 '북한 지령'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망발을 내뱉었다.
오체투지와 단식, 삭발과 혈서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힘겹게 이어가는 유족들에게 수시로 비수를 꽂았던 윤석열은 이제 독재의 권좌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졌다. 그 수족 노릇을 하며 윤석열 못지않게 패악을 부리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도 사법적 단죄를 받을 날이 머지않은 신세가 됐다. 유가족들은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긴다. 참사 이후 지나온 지옥 같았던 시간을 돌아보며 새삼 진저리를 치면서도 앞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4일 논평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에 대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망가뜨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했던 자에게 내려진 당연한 결과"라며 "위헌적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을 국민은 이미 파면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개월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인과 헬기를 동원하여 국회 장악을 시도하고 온 국민의 인권을 짓밟으려 했던 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정당한 활동을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 왜곡하고 폄훼했던 자, 이런 자가 더 이상 대통령의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밤낮없이 외쳐온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사실 윤석열이 국정을 운영할 자격을 상실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우리는 취임 직후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까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전횡과 폭주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면서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절규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철저히 외면했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채상병 사망 사건 등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마저도 철저히 외면하고 왜곡과 폄훼를 일삼았다. 심지어 선거 브로커에 불과한 명태균 씨를 시켜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이 아닌 법률적인 미비로 돌리려는 '프레임'을 기획하기도 했다는 언론 보도는 충격을 넘어 절망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특히 이태원 참사 발생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책임 회피에만 열중했을 뿐 유가족의 요구는 들으려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 등 요구사항을 밝히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고 단 한 번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방해하고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기까지 했다"고 통탄했다.
아울러 "그뿐인가.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더니 급기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요구 활동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면서 "사람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윗선의 명령을 최우선시 하느라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군대와 경찰을 보며, 대통령실 앞 집회 대응과 마약 수사에 경찰력과 행정력을 집중하느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었던 2022년 10월 29일 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참사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그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라는 국가적 책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번 계엄 선포에 몸서리치는 분노를 느껴야 했다.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 삼고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유린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곱씹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만, 인간의 도리로서 159명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존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국가의 부재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참사의 구조 및 수습, 대응 실패에 대한 특조위의 조사와 수사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윤석열의 파면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 그리고 10‧29 이태원 참사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쉽사리 무시되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세력들을 물리치고 그날의 진실을 밝혀 다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전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낼 것이다. 이제 진짜 진상규명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