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 아니라면 대부분 개선 가능한 후천적 목 음치

임미성 재즈가수
임미성 재즈가수

‘52헤르츠 고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The world’s loneliest whale)다. 보통 고래는 10~30헤르츠의 주파수로 소통하는데 이 고래는 발성기관의 기형으로 더 높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고래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고래의 실체가 발견된 적은 없으며 수중청음기(Hydrophone)로 분석된 것이라 52헤르츠라는 이름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남게 된 것이다. 고주파수로 노래하는 이 ‘52헤르츠 고래’는 보통 고래들에게는 그야말로 ‘음치’다. 그 음치의 소리가 바다에서는 지금도 고고하고 신비한 사운드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음정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을 ‘음치(音癡)’라고 하는데 다른 의미로는 어리석다, 미련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서 나는 음치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치는 선천적으로 기형적인 성대를 가지고 있거나 뇌기능 장애로 인한 음치, 혹은 귀음치(음을 듣고 음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제외하고는 거의 후천적인 목음치(음을 정확히 들어도 소리를 낼 때 음정이 틀리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귀음치의 대표적인 예가 반항아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이다. 목음치는 훈련의 부족,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한 목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음정이 불안해진 경우이므로 이는 개선될 수 있다. 음치가 아닌 가수들도 보다 정확한 음정을 내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 천부적인 목소리를 가진 마이클 잭슨은 세계 순회공연 등 바쁜 일정 속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보컬 트레이너인 세스 릭스(Seth Riggs)에게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았다.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저는 원래 음정이 안 좋아요.” 또는 “저는 그 음을 절대로 낼 수 없어요.” “노래를 하다보면 금방 목이 쉬어요.” “노래만 하면 긴장이 돼요.” 이 모든 고민의 원인은 하나다. 한마디로 ‘연습 부족’이다. 기본적으로는 후두가 편안해지는 훈련이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다. 15년 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때로 입시심사를 하면서 분석하게 된 나의 결론이다.

 

영화배우 제임스 딘
영화배우 제임스 딘

‘원래’ ‘절대로’는 연습 부족의 변명일 뿐

음계를 듣고 구분할 줄 안다면 그 음을 ‘절대로’ 내지 못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혹은 ‘원래’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런 표현은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차단시키는 말이다. 가수들도 활동을 오래 쉬다 보면 음정이 안 좋아진다. 음치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부단한 노력밖에는 없다. 자신이 음치, 박치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음정과 리듬이 정확해지고 C 이하의 점수에서 A까지 개선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적이 아니다.

내가 가르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듣는 훈련을 통해 목소리와 성대의 상태를 분석하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올바른 연습방법을 갖게 한 것뿐이었다. 내 수업의 포인트는 학생이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분이나 컨디션, 감정과 자세, 건강상태도 체크한다. 말할 때의 톤 그대로 후두의 편안한 상태를 위해서다. 예를 들어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지 않으면 성대가 쪼그라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의 걷는 모습을 보고 척추측만증을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이 학생에게는 노래보다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에 더 중점을 두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잘못된 샤우트 창법으로 성대도 무리가 간 상태여서 노래를 부를 때는 말하는 수준으로 여리고 느리게 부르도록 하며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발라드곡 위주로 과제를 내주면서 차츰 스윙곡으로 바꾸어 나갔다. 목소리가 잘 나지 않는 날에는 노래 대신 스케일 청음 연습을 시켰다. 자세가 좋아지고 음정이 정확해지자 학생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연습광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지금 그 학생은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자기 목소리 문제점 먼저 알고 효과적인 방법 찾아 반복적 연습하기

내 수업은 삼분의 일 이상이 대화다. 학생이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는지 몸이 이완되어 있는지 어깨를 펴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노트를 꺼내어 메모하게 한다. 대화의 내용은 지난 시간에 수업에서 배웠던 것을 다시 복습해 보는 것이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면 단어로라도 메모하게 한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 꼭 나아지고 싶은 것 한두 가지를 메모하게 한 후 소리내서 읽고 녹음하게 한다.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목소리와 발음을 분석하게 한다.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노래 말고 녹음한 말소리를 처음 들어봐서인지 불편하고 어색해한다. 그러나 분석에 들어가면 말의 뒷부분이 거의 들리지 않는 것,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 것, 발음이 불분명한 것, 구부정한 자세가 느껴지는 것, 소리의 톤이 불규칙한 것 등 많은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찾아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싶은지도 얘기한다. 그리고 연습을 해온 학생들에게는 연습하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2시간을 연습했는데 30분 제대로 연습한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부르는 연습이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32마디 중에서 8번째 마디의 음정이 틀린다면 첫 번째 마디부터 8번째 마디까지 또는 4번째 마디에서 8번째 마디까지로 나누어서 마지막은 한 마디, 한 음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한 것처럼 연습하는 시간 동안 녹음을 하며 Before/After를 계속 비교,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혼자 연습을 할 때 간과하는 이 방식을 다시 수업시간에 적용하면 놀랄 정도로 음정이 개선된다. 그러나 잠시, 그때뿐이다. 루틴처럼 몸에 배려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구애에 실패해도 수천 번 다시 연습하는 새에게 음치란 없다

음치든 음치가 아니든 음정은 매일 시간을 두고 연습해야 정확해진다. 음정은 소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느낌, 정서, 기억, 제스처 등 모든 것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에 매일의 기분을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군가 어렸을 때 음을 틀려서 ‘음치’라고 놀림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결국 음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장기 중에 심장만은 상처를 견뎌내지 못한다”고! ’음치‘라는 말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상처가 될 수 있는 단어다. (가짜 음치일 가능성이 많은데도 그렇다)

수컷 아기새는 아빠새의 노래를 듣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노래하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듣고, 따라한다는 점이다. 어린 금화조는 비브라토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며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운다. 아기새는 비브라토와 연습을 거쳐 최상의 음정으로 노래한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새의 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회로로 비브라토의 크기를 조절하는데 인간의 영유아도 아기새처럼 비브라토를 이용해 음성패턴을 발달 시켰을 것이라는 연구분석이 있다. 어릴 때 어른보다 외국어를 더 빠르게 습득하게 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메시앙은 조류학자로도 활동하며 세계 각지의 새소리를 수집해 두 시간 반이 넘는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들이는 수컷 새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개 짖는 소리를 내는 건 기본이고, 구애에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루 반나절 이상을 쉬지 않고 연습한다. 주위에서 음치라는 말을 듣고 낙담하는 중이라면, 나뭇가지에 앉아 수백 번, 수천 번 연습하는 새들을 떠올려보라. 새소리가 위로의 노래로 다가올 것이다. 

 

올리비에 메시앙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메시앙.

노래 잘하고 싶으면 어깨와 턱에 힘을 빼라

조지 바조키스 박사에 따르면 “모든 기량, 언어, 음악, 동작은 살아있는 회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회로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증식된다”고 한다. 모든 것들이 더 많은 연습으로 좋아진다는 결론이다. 음정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힘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 어깨 부분이다. 미간에도 힘을 주기 쉬우며 노래할 때 턱에 힘이 들어가거나 손동작이 의외로 부자연스러운데 특히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발라드에도 리듬을 타야 하는데 마네킹처럼 굳은 자세로 노래하는 것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하품이나 재채기는 몸의 완전한 이완 상태(상체에 힘이 빠지면서 배로 호흡하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하품을 하는 순간이나 기지개를 켜게 될 때 입을 크게 벌리고 팔을 더 쭈욱 펴는 동작을 해보는 것도 몸을 이완시키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3세에서 5세까지의 아동들은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는 몸의 움직임과 소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소리, 호흡, 제스처, 표정, 감정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의 이분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데 노래를 테크닉이 아닌 소리의 범주로 인식하면 좀 더 새로운 관점을 지닐 수 있다.

세상 모든 목소리에는 자기만의 개성과 역사, 기원이 담겨 있다

플랫헤드족 인디언은 입을 다물고 복화술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며, 우간다에서는 노래를 할 때 손가락 끝으로 목을 톡톡 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넘랜드에 사는 원주민은 모든 음을 내쉬는 숨으로, 마오리족은 출정노래를 격한 미분음의 가성으로 아주 빠르게 부른다고 한다. 이누이트족의 카타자이트는 목구멍으로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거칠게 울부짖고 ‘히힝’하는 말의 소리와 ‘매에에’ 양의 소리처럼 노래하는 사람은 키르키스족의 가수 ‘마나스’다. 우리가 만약 이 노래를 듣는다면 ‘음치’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우리는 키츠의 나이팅게일처럼 200편의 노래를 갖추지도 못했으며, 개똥지빠귀처럼 1800곡의 복잡한 멜로디를 부를 수도 없다. 고래처럼 매년 새로운 노래를 바꿔가며 부르지도 않는다. 4만 쌍의 부부 펭귄이 사는 서식지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임금 펭귄의 귀도 갖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고음을 잘 내기 원하고, 맑고 또렷한 목소리를 갖기 원한다. 그러나 각자의 목소리에는 자기 기원이 있다. 자기만의 개성과 역사, 기억과 경험이 담겨 있으므로 모두가 지향하는 한결같은 목표에서 벗어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소리를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자기의 소리를 인식해야 한다. 음정은 그 다음 단계다. 잘 듣게 되면 잘 따라하게 된다. 음치는 없다. 음의 차이만 있을 뿐. 헤르만 헤세는 삶을 견디는 기쁨 중 하나로 ‘참다운 듣기’를 이런 시로 노래하고 있다.

<올림사음과 내림가음> - 헤르만 헤세-

그대가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

그대가 꿈꾸고 체험하는 것

그것이 기쁨이었는지 혹은 슬픔이었는지

그대는 확신할 수 있는가?

올림사음과 내림가음,

반음내림마음과 반음올림마음

그대의 귀는 그런 것들을 구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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