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링겐에서 주 제1당, 작센에선 제2당 기염

“이번 선거 결과는 숄츠 정권에 ‘레퀴엠’(진혼곡)”

독일 및 유럽 정치지형 중대 변화 예고

인플레, 불경기, 이민, 우크라 지원이 정부에 악재

주 정부, 중도우파 CDU와 좌파 정당 이례적 연립

26일(현지시간) 독일 졸링겐 시내에서 극우 지지자들이 난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졸링겐의 축제 행사장에서는 시리아 출신 난민인 26세 남성 용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살해했다. 2024.08.27. EPA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독일 졸링겐 시내에서 극우 지지자들이 난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졸링겐의 축제 행사장에서는 시리아 출신 난민인 26세 남성 용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살해했다. 2024.08.27. EPA 연합뉴스

9월 1일 치러진 옛 동독지역의 작센 주와 튀링겐 주 의회선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독일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당 등의 집권 연립정당들이 패배하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좌익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WS)이 의석을 크게 늘렸다.

극우 AfD 튀링겐 주 제1당, 작센 주 제2당

특히 튀링겐 주에서는 극우 AfD가 제1당이 됐으며, 작센 주에서도 제1당 기독교민주연합(CDU)에 육박하는 제2당이 됐다. 극우 정당이 독일 주 의회선거에서 제1당이 된 것은 히틀러의 나치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AfD는 오는 22일 치러질 브란덴부그크 주(베를린 외곽을 에워싸고 있는 주) 의회선거에서도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들이 보여 주고 있다.

 

비외른 회케 독일 튀링겐주 독일대안당(AfD) 대표가 1일(현지시간) 에르푸르트에서 주의회 선거가 끝난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튀링겐 주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AfD는 30.5%의 예상 득표율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24.09.02. 로이터 연합뉴스
비외른 회케 독일 튀링겐주 독일대안당(AfD) 대표가 1일(현지시간) 에르푸르트에서 주의회 선거가 끝난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튀링겐 주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AfD는 30.5%의 예상 득표율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24.09.02.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및 유럽 정치지형 중대 변화 예고

2021년 12월에 출범한 숄츠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중간평가’이자, 내년 9월의 독일 연방의회선거 ‘전초전’격이었던 이번 주 의회선거의 결과는, 이민의 대량 유입과 물가 폭등, 경기 불안, 우크라이나전쟁과 지원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대체로 예상된 것이긴 하나, 향후 독일 및 유럽의 중대한 정치지형 변화를 짐작하게 하는 충격적인 사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졸링겐 시청에 도착해 눈을 감고 있다. 지난 23일 졸링겐의 축제 행사장에서는 시리아 출신 난민인 26세 남성 용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살해했다. 2024.08.27. 로이터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졸링겐 시청에 도착해 눈을 감고 있다. 지난 23일 졸링겐의 축제 행사장에서는 시리아 출신 난민인 26세 남성 용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3명을 살해했다. 2024.08.27.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선거 결과는 숄츠 정권에 ‘레퀴엠’(진혼곡)”

AfD의 지도자 앨리스 바이델은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에겐 역사적인 성공”이라며, 숄츠 정부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죽은 자를 위한 “레퀴엠(진혼곡)”이라고 말했다.

좌익 BWS는 두 주에서 모두 제3당이 됐으며, 숄츠 총리의 SPD는 두 주 의회선거에서 의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5% 득표 하한선을 겨우 면한 6.1%(튀링겐), 7.3%(작센)를 얻는데 그쳤다. 연립여당인 녹색당은 튀링겐 주에선 5%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자유민주당(FDP)은 두 주에서 모두 1.5%도 얻지 못했다.

이날의 잠정 개표결과에 따르면, 튀링겐 주의 정당별 득표율에서 SPD가 얻은 6.1%는 2019년 선거 득표율보다 2.1%포인트 줄어든 것이고,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3.2%와 1.1%로, 각기 지난번 선거 때보다 2.0%포인트, 3.9%포인트 줄었다.

튀링겐 주 제1당 AfD는 32.8%를 얻어 지난번 선거 때보다 9.4%포인트를 더 얻었으며, 최대 야당인 기민련(CDU)은 23.3%로 1.9%포인트 늘었다. 예전 공산당 계열의 좌파당(Die Linke)도 13.1%를 얻었다.(그러나 작센 주에서 좌파당은 4.5% 득표에 그쳤다)

작센 주에서는 CDU가 31.9%로 득표율에서 큰 변동 없이 제1당을 유지했으나, AfD가 30.6% 득표로 3.1%포인트 늘면서 CDU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작센 주에서 SPD는 7.3%를 얻어 지난 번 선거 때보다 0.4%포인트 줄었으며, 녹색당과 자유민주당도 득표율이 줄었다.

인플레와 불경기, 이민, 우크라이나 지원이 숄츠 정부 악재

SPD와 연립여당 등 중도파 정당들의 퇴조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극우 AfD와 좌익 BWS 등 좌우익 정당들의 세 확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극심해진 인플레(물가 급등) 등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이민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고, 조속한 휴전 협상을 바라는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 2013년에 창당한 극우 AfD와 올해 1월에 창당한 좌익 BWS는 모두 이민 유입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의 올해 4~6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독일은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숄츠 정부에 독일 유권자들은 좌절감과 불만을 키워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서 현지 주민들이 'AfD를 막아라! 인종차별은 대안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배너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30.5%의 예상 득표율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24.09.02. AP DPA
1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서 현지 주민들이 'AfD를 막아라! 인종차별은 대안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배너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30.5%의 예상 득표율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24.09.02. AP DPA

 

주 정부 구성, 중도우파 CDU와 좌파 정당 이례적 연립

앞으로 몇 주가 걸릴 작센과 튀링겐 주 정부 구성은 CDU가 중심이 돼 BSW, 좌파당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방송 ARD가 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별 전국 지지율은 CDU가 32%로 가장 높았으며, AfD는 16%였다. 숄츠 총리의 SPD는 15%로 AfD에도 뒤졌다. 숄츠 정권 발족 당시 지지율이 높았던 연립정당 녹색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 폭등 상황에서 국민부담을 높이는 급속한 (에너지 전환 관련)환경규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탓인지 12% 지지율에 머물렀다.

중도우파 CDU와 좌파 당의 이런 이례적인 정권 구성은 제1당 또는 제2당인 AfD가 독일헌법수호청으로부터 극우 감시대상 정치세력으로 지목돼 있는 상황에서 정당들이 AfD와의 연립정부 구성을 꺼리기 때문이다. AfD가 정권 구성에 참여할 경우 헌법 차원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AfD는 주 헌법 개정이나 판사 임명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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