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유일 진보정당이 '탄핵 선봉대' 공식 선포

민주노총‧전농‧빈민연대‧촛불행동 등 강력 지지

주저하던 다른 야당들 자극…대세 형성할지 주목

국회에 '탄핵연대 의원 모임' 결성, 실질적 준비

'정권 퇴진운동본부' 전국 조직…"제2의 6월항쟁"

'9‧28 민중대회' 성사 총력…'제7공화국' 비전도

"국회와 광장에서 거대한 태풍 일으키겠다" 결의

"윤 정권 지속되면 국가 무너져, 남은 건 탄핵뿐"

진보당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열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진보당이 원내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 짓고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본격적인 탄핵 추진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이 먼저 깃발을 들고 선봉대로 나섬에 따라 그간 탄핵의 당위성엔 공감하면서도 실행엔 머뭇거리던 다른 야당들도 움직여 탄핵의 큰 물줄기를 형성하게 될지 주목된다.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 3명을 당선시키며 당당히 원내 4당의 지위를 확보한 진보당은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열고 노동자·농민·여성·빈민 등 각계각층 국민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추상적인 선언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국회 안에서 탄핵의 마중물 역할을 할 '탄핵연대 의원 모임' 결성 ▲전국 시군구 단위까지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조직 ▲9월 28일 전국적인 '정권 퇴진 민중대회' 개최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개헌을 비롯한 '사회대개혁' 과제 준비 등 실질적인 추진 방안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겸 윤석열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이 함께해 적극적인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촛불행동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도 동참했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선포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1차례 거부권 행사와 숱한 '인사 참사' 사례를 나열한 뒤 "윤석열 정권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국민의 삶이 파탄 나고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결국 남은 건 탄핵뿐"이라며 "진보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하루라도 빨리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국민과 함께 탄핵을 추진할 것이다. 국회와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퇴행을 쓸어버릴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단지 당위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 0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 0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첫째, 진보당은 국회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마중물이 되겠다. 아직 모든 야당이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에 동의하는 각 당의 국회의원들과 '탄핵연대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하겠다. 각계와 함께 탄핵 토론회를 개최하여 탄핵의 법적 근거를 포함해 실질적인 준비를 하겠다.

둘째, 진보당은 국민과 함께 탄핵 광장을 열어젖히겠다. 140만 명 이상의 탄핵 청원 서명이 보여주듯이 국민의 마음은 이미 윤석열 정권을 떠났다. 진보당은 전 국민의 탄핵 열망을 광장으로 모아내기 위해 헌신하겠다. 지역과 현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진보정당답게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등 각계 민중과 함께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를 시군구 단위까지 조직하여 제2의 항쟁을 만들겠다. 오는 9월 28일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윤석열 정권 퇴진 민중대회'를 모든 당력을 쏟아부어 성사시키겠다.

셋째, 진보당은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대개혁의 과제도 착실히 준비하겠다. 많은 국민이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퇴행에 분노하면서도 선뜻 광장에 나서지 않는 것은 탄핵 이후 국민의 삶이 나아지겠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촛불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회대개혁의 실패로 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진보당은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탄핵 운동과 함께 개헌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의 상(象)과 비전을 준비하겠다.

이 같은 실천 방안을 제시한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민 여러분, 진보당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장에 나서달라. 개헌을 통한 사회대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함께해달라"면서 "무너져가는 우리의 삶과 대한민국을 지켜내자. 진보당은 오로지 국민만 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장 맨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앞줄 가운데)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겸 윤석열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앞줄 왼쪽) 등이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진행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앞줄 가운데)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겸 윤석열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앞줄 왼쪽) 등이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진행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격려사에 나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겸 윤석열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진보당이 드디어 윤석열 탄핵 투쟁의 선봉에 서기로 결정했다는 데 대해서 굉장한 지지를 보내고 연대 투쟁을 결의한다"며 "박근혜 퇴진 투쟁 때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등 민중들이 앞장서는 민중 총궐기 투쟁을 하고 거기에 비조직 시민들이 동참해서 성공시켰던 경험을 우리가 다시 한번 되살릴 필요가 있다. 거대한 범국민적 항쟁으로 만들기 위한 그런 투쟁들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진보당의 선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도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받아 안은 진보당의 역사적 결의에 뜨거운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면서 "오랜 정치적 고난의 과정을 통과해온 진보당이 이제 담대하게 '탄핵 열차'에 동승,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 민심을 따르고 국민의 명령에 충실한 정당의 진심을 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싸움은 정치검찰 쿠데타 세력의 척결을 넘어 매국 세력, 민족 반역자들을 몰아내는 구국 운동, 독립 투쟁이 됐다"며 "촛불행동은 9월 정기국회 개회 즉시 윤석열 탄핵 100일 범국민 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 진보당의 탄핵 추진 선포와 더불어 탄핵 국회 가동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촛불행동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 간사인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원 주권 혁명이 일어났다.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외쳤던 최고위원 후보자들을 모두 당원들이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권리당원 250만 명, 그리고 일반당원 포함해서 400만 명 거의 대부분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 여기 계신 진보당 모든 분과 연대해 반드시 빠른 시간 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보당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앞줄 오른쪽)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그 옆에 '촛불행동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도 함께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격려사에 이어 대형 현수막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회자가 "남은 건! 탄핵뿐!"이라고 선창한 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함성을 지르자 현수막이 그들 머리 위에 펼쳐지며 '남은 건 탄핵뿐'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나타났다. 다시 사회자가 "모이자! 9·28!"이라고 외치자 현수막 글귀는 '모이자 9·28'로 바뀌었다.

퍼포먼스 뒤엔 주요 대중단체 대표들의 투쟁 발언이 이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보당의 윤석열 정권 탄핵 결정을 매우 기쁘게 환영하고 격하게 응원한다"며 "지난 2년 3개월간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노동자 서민의 삶과 윤석열 정권의 정책은 상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진보당과 함께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달라. 광장에서 민중들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몰락을 힘차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윤석열 정권은 농업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다. 농민들이 쌀농사를 짓는다고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사람들이란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진보당이 오늘 탄핵 투쟁에 나선 걸 굉장히 환영하고, 만약에 빠르게 안 했으면 전농이 야단을 쳤을 거다(웃음). 그 정도로 진보당과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전국을 트랙터로 덮든, 농기구로 덮든, 윤석열이 탄핵 될 때까지 전농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이 양곡관리법이었다. 이 정권은 농민을 살려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농업이 소멸되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농민이 죽어나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아가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제 국민 죽어나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나라의 근간이라 하는 농업이 죽어 나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면서 "농민들의 분노는 이 정권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 끌어내리자.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진보당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그 왼쪽엔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오른쪽엔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진보당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그 왼쪽엔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오른쪽엔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제공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은 "저는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이다. 지금 이 무더위에도 살기 위해서 거리로 나와 장사하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지방정부는 저희 노점상들이 쇠사슬을 묶고 투쟁하게 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말씀드리겠다. 박근혜가 탄핵 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광장에 섰다. 나라 팔고 국가 팔아버린 윤석열 정권, 그리고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의 적을 쫓아내기 위해 도시 빈민들은 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가장 먼저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진보당 의원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2024년 광복 79년에 '시일야방성대곡'을 다시 써야 할 줄 몰랐다"면서 '시일야방성퇴진'을 낭독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반일과 독립의 역사에 대못을 박기 전에, 세계 신냉전의 한중간에 한반도를 던져 넣기 전에,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민의 기개로 이 정권을 반드시 퇴진시키자"며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지를 모으고 탄핵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을 진보당이 앞장서 규합해 나갈 것이다. 국회가 탄핵 추진의 중심이 되도록 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참석자들은 "남은 건 탄핵뿐! 윤석열 대통령 탄핵하자!" "모이자! 9·28 총궐기!" 등의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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