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기념식 거부하고 따로 개최해…사상 초유
이종찬 광복회장 "되살아난 친일사관 뿌리 뽑아야"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지 못해"
"독립운동 폄훼, 건국절 들먹이는 자가 보수 참칭"
김갑년 단장 "친일 편향 국정, 대통령직 물러나라"
참석자들 "옳소!" "타도 윤석열!" 외치며 박수·환호
56개 독립운동 단체 공동 주관…500명 참석 성황
박찬대 "이처럼 파렴치한 친일 매국 정권 없었다"
조국 "윤석열은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
친일 매국 세력의 집합체로 '밀정' 그 자체임을 갈수록 노골화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광복회를 비롯한 대다수 독립운동단체와 야권은 광복절인 15일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절 행사가 이처럼 둘로 나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반민주‧반민족‧반역사적 퇴행의 길로 폭주하는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시작하며 "부끄럽게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다. 광복절 경축식을 이 자리에서 광복회만의 행사로 치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기념식을 따로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했다.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면서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한 친일 극우 인사들이 역사 관련 기관들의 요직을 점령하고 있는 사태를 겨냥해 이 회장은 "준엄하게 경고한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면서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근간을 왜곡하는 일에는 반드시 단죄가 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소위 뉴라이트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국절인가? 건국절을 만들면 얻은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어주는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바로 일제 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면서 "무엇보다 일제 강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힘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1936년생으로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이 회장은 "저는 요즈음 역사를 만드는 일, 역사를 기록하는 일, 역사를 지키는 일, 역사와 선열들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는 일 모두가 사실상의 투쟁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해방된 지 8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역사 부정과 왜곡이 반복되고 그럴듯하게 변형되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말씀드리고 싶다.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특히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민족정신을 갖추지 못하면 보수‧진보 어떤 정치세력과 권력도 국민을 설득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수 없다"며 "안타깝게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 보수의 진정한 출발은 진실된 역사에 굳건히 발 딛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편으론 "역사적 맥락과 전체를 보지 못하고 역사 단편의 과장으로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는 오류도 진보 진영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념사 내내 객석에서는 참석자들의 박수 소리와 "옳소" "맞습니다" 등 호응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터져나왔다. 이들은 "윤석열 탄핵" "대한독립 만세" 등을 외치며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내년이면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 광복회 창립 60주년이 된다. 한일수교 60주년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더 단단한 역사 인식, 그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통합된 정체성을 가지고 내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미래를 만드는 힘"이라며 "올바른 역사 인식이 통합의 기반이 되고 미래의 힘이 되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이 회장에 이어 단상에 올라간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은 축사에서 "광복절 기념식마저 이렇게 쪼개졌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이끌지 않고 이 찢어지고 부서지고 깨어진 현실의 책임을 광복회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누가 이배용(국가교육위원장)을, 누가 김광동(진실화해위원장)을, 누가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을, 누가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누가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을 임명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청중 가운데 많은 이가 "윤석열!"이라고 응답했고 "타도 윤석열!"이라고 외치는 참석자도 있었다.
김 단장은 의병장 이강년 선생의 외손자로 독립기념관 이사를 지냈고 현재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나아가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이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했다. 똑같이 되묻겠다. 누가 건국절 논란을 야기시켰느냐"면서 "길은 하나다. 지금까지의 친일 편향 국정 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 그것이 후손들과 국민 모두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청중은 큰 소리로 "옳소!"라고 동조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은 광복회가 주최하고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이 공동으로 주관했으며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는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각종 기념사업회 관계자, 일반 시민 등 400여 명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 야권 인사 약 100명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이어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의 축사, 역사어린이합창단의 공연, 광복절 노래 제창의 식순으로 진행됐고 2부 순서에선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 건국절은 식민 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행사를 주관한 56개 단체는 다음과 같다.
강원도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광복회, 구파백정기의사기념사업회, 김상덕선생기념사업회,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김종철선생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한광복선열부인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독립운동선열부인회, 독립유공자유족회, 동천남상목의병장기념사업회, 매헌윤봉길월진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무후광복군기념사업회,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민족대표33인기념사업회, 백산안희제선생기념사업회, 백산지청천장군기념사업회, 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송와박영관선생기념사업회, 신간회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수당이남규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오오득선생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우사김규식박사기념사업회, 우사김규식연구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유정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 이리동척사건기념사업회, 일성이준열사기념사업회, 장준하기념사업회, 전해산의병장기념사업회,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차리석선생기념사업회, 청사조성환선생기념사업회,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재형기념사업회, 춘천의병마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한국광복군유족회, 한국독립동지회, 한국독립유공자협회,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원, 한말호남의병장기념사업회,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흥사단, 3.1운동기념사업회, 3·1독립유공자유족회, 수당이남규기념관
한편, 야권 또한 윤석열 정권의 '역사 만행'을 집중적으로 규탄했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차마 고개 들 수 없는 부끄러운 광복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하자는 존엄한 광복의 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의 강한 의지, 어렵게 회복한 주권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경제 강국이자 국방 강국,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전진을 역행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민생에는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고 개탄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개인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 외교와 독립 역사 지우기 사례를 낱낱이 열거한 뒤 "제2의 내선일체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일찍이 이처럼 파렴치한 친일 매국 정권은 없었다. 역대 최악의 반민족, 반역사적 정권 아닌가?"라며 "대통령과 국힘당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게 넘기려는 모든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 특히 김형석 관장 임명 취소를 비롯해 정권 곳곳에 창궐하는 친일 바이러스를 모조리 뿌리 뽑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제79주년 광복절 맞이 '친일 주구'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3대 역사 연구 기관이라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수장이 모두 친일, 독재정권 옹호론자들이다. 역사 및 역사교육 관련 기관에서 적어도 25개 자리를 이런 자들이 차지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묻겠다. 귀하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인가? 아니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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