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다시 창궐할 불씨 키우는 정책들
상반기 아파트 전세가 강세 이유가 빌라기피 현상 때문에 비아파트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전했기 때문일까? 내가 시장을 살펴본 바로는 아니다.
우선 아파트와 비아파트(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는 가격대와 면적 규모, 수요층이 모두 다르다. 서울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은 6억 5천만 원(부동산R114 통계), 비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 4천만 원 정도다. 물론 일부 비아파트 전세수요를 구축 소형 아파트가 대체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전세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상반기 주택시장에서 전세자금대출이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세가가 상승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세대출이 감소한 이유는 당연히 전세대출금리가 높아져서 대출수요가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을 밀어올린 돈의 원천은 무엇인가. 조금 더 데이터를 맞춰봐야겠지만 지난 상승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주택매도자금이 갈아타기를 하지 않고 전세로 전환된 것이 아닐까 싶다.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우면, 즉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거나 하락할 것 같으면 관망하며 매수를 미룬다. MB 정부 때는 주택가격은 제자리인데 전세가격만 올랐다. 이때 전세자금대출이 거의 없었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주택을 사는 것도, 사지 않는 것도 모두 투기적 선택이다.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땡빚을 내서라도 사고, 오르지 않을 것 같으면 전세가 아무리 집값에 육박하게 높아도 전세를 선택한다. 전세는 최소한 원금은 지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높아진 이유는 집값 하락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PF대출 부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남 주요지역 포함, 고가 아파트들의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 처지에서는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활을 걸고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펴 투기 바람을 다시 몰고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몇 채 안 나오는 분양가상한제주택 청약에 수백만 사람들이 몰리고, 시세차익이 몇 억이네 몇십 억이네 하면서 온 언론사가 달려들어 실시간 중계방송을 하면서 광고를 해댔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세가 상승하는 것은 점차 가격 조정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 팔리면 가격은 점점 내려가게 된다. 집이 필요한 사람들도 전세를 선택한다.
비아파트 기피현상은 사실일까? 이것도 아니다. 비아파트 수요자들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2억 다세대 전세 수요자는 그나마도 2억 한도의 전세대출인데, 6억 아파트 전세로 갈아탈 수 없다. 다세대 전세 대체 선택지는 매수 또는 월세다. 보증보험을 확실하게 가입할 수 있는 전세도 비교적 안전하다. 실제 부동산에 나가서 물어보면 아직도 비아파트 전세수요는 많다고 한다. 오히려 전세매물이 없단다. 그 이유는 매물로 나와야 할 전세 주택들이 몽땅 경매시장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HUG가 반환청구권만 갖고 비워놓은 집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집들이 속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공급이 안 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 화곡동만 해도 진행중인 경매물건을 보면 지도가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다. 지금은 임대인, 임차인, HUG가 서로 조금씩 손해보면서 정상적인 가격으로 회귀하는 시간인 것이다.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이해관계인들에게 통지하고 배당신고도 받아야 한다. 물량이 너무 많다 보니 적체되어 있다. 사기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매 절차를 강제로 연기해주기도 한다. 다세대수요자들은 몇 천만 원이라도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경매시장을 기웃거린다. 비아파트 전세기피 현상이 아니라 비아파트 매물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뒤집어보면 비아파트 가격상승 요인이 된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혜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보니 임대사업자들도 이 시장 수요자로 뛰어들고 있다. 얼마나 저렴하게 살 것인지가 수익률의 관건이다. 비아파트 수요가 없을 리가 있나. 언제나 비아파트는 서민들을 위한 좋은 주거지였다.
정부 부동산 대책은 시종일관 부동산 가격 부양 정책, 투기판 불바다로 만들고 싶은 윤석열 정부 국토부의 광기과 열망이 가득 담긴 정책이다. 단연 충격적인 것은 비아파트를 정부에서 무제한 매입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니 뭐니 해서 신통기획, 모아타운 온동네 들쑤셔 주민들 싸움판 만들고 가격기대 심리만 높여놓고, 여기에 설상가상 빌라업자들이 온 동네방네 빌라 지을 땅을 사러 다닐 테니 서울의 저층 주택지마저 땅값, 집값 폭등하고, 난장판이 될 게 뻔하다.
빌라업자들에게 세금 깎아주고, 90%까지 PF대출을 해준다는데, 지금 기존 PF대출도 부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상태에 있는데, 또다른 형태의 90% PF대출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것도 모자라서 문 정부 최대 정책 실패로 꼽히는 임대사업자 특혜를 대폭 부활, 확대하고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세금 깎아줄테니 다주택자, 법인들도 다세대주택 시장에 투기하러 오라는 것이다.
서민들 주거지인 소형주택시장까지 투기수요 유입시켜 가격부양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어놓고 안 팔리면 걱정 없이 정부가 무제한으로 사주겠다는 것이다.
오늘 몇몇 분들과 통화하면서 이제 빌라나 빌라 지을 땅을 사러 다녀야겠다고 껄껄대며 말했다. 이 시장에 정부돈이 수십 조 풀린다는데 안 먹으면 바보 아니냐는 진심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윤 정부의 무제한 공공매입임대주택정책은 서민 주거안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부동산 부양정책이자, 세금 퍼주기 정책이다. 투기목적으로 유입된 다주택자 수요는 또 다시 전세사기가 창궐하는 불씨가 될 것이다. 지금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정부 대책은 단 한 개도 없다.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다시 전세사기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피해자를 돕는다는 대책도 사실상 주택수 제외, 세금감면, 대출확대 같은 투기대책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파렴치한 정부가 있었나 싶다. 그런데 지금 이걸 같이 싸우고 같아 막을 사람이 없다는 게 통탄할 노릇이다.
진보 진영의 많은 분들이 아직도 매입임대주택 정책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야당에서도 관심 갖고 말하는 사람 하나 없다. 이렇게 또 우리의 주거지, 터전은 망가져가고, 세금은 줄줄 새고 그 돈으로 부동산 가격은 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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