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풍자 가수 백자에 대한 KTV 고소 규탄
세금 들인 KTV 저작물 누구나 이용 가능한데
윤석열·김건희 풍자했다고 저작권법으로 고소
"작곡가도 말 안하는데…시민 겁박하는 반민주"
"명예훼손 못거니까 저작권법으로 하명 고소"
백자 "건희야, 네가 고소했잖아 뒤에 숨지마"
가수 백자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 영상 일부. 2024.8.1. 제2독립군 유튜브 채널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 명품백 받고서 입 닫을 때 / 그 순간이 바로 김건희의 / 특검이 필요한 거죠 / 나라는 망해도 맨날 지각 / 술이나 처먹고 나뒹굴 때 / 그 순간이 바로 윤석열의 /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곡 「탄핵이 필요한 거죠」 중, 가수 백자, 유튜브 영상 참고)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선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직원이 부른 가수 변진섭의 노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풍자한 노래 '탄핵이 필요한 거죠'가 울려퍼졌다. 풍자 노래를 만든 가수 백자와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들은 33도 넘는 무더위 속에 '탄핵이 필요한 거죠' 노래를 떼창으로 불렀다.
가수 백자가 시민들과 함께 경찰서 앞에서 노래를 부른 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케이티브이(KTV)의 고소 때문이다. 앞서 KTV는 지난 3월 유튜브 가수 백자 티브이(TV)에 '탄핵이 필요한 거죠~#풍자곡'이라는 풍자 영상을 올린 가수 백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백자는 이날 마포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KTV는 고소장에서 자신들의 영상을 백자가 복제·가공해 유튜브 채널에 게재함으로써 저작권법을 위반해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작권법 제24조의2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자 쪽 변호인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KTV의 저작물은 국가 저작물이므로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KTV가 무리하게 고소한 이유가 윤석열 탄핵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한 '하명 고소'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KTV를 운영하는 문체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은 2007년 설립 이래 17년 동안 단 2건을 고소했는데, 모두 윤석열 정권에서 이뤄졌다. 하나는 백자의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11월 고소된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이다. 해당 채널은 김건희 씨 비판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6개월도 되지 않은 기간에 두 건의 고소가 있었다는 점은 모종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실에 따르면 KTV가 저직권 위반으로 유튜브에 삭제 요청한 영상은 47건으로, 38건은 김건희 씨와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9건은 윤 대통령 관련 영상이다. KTV의 영상 삭제 요청이 윤 대통령 부부에만 집중된 것은, 이번 사건 역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실상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대리로 한 것이라는 의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상 대통령 부부 심기경호, 하명 고소임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날 마포서 앞에선 경찰 조사를 앞둔 백자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사회 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대발언을 했다. 이들은 "윤석열 김건희 청부고소 KTV 규탄한다" "문화예술 탄압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외쳤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작사와 작곡가는 말도 안 하는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백자를 고소했고, 경찰은 이렇게 문화예술인을 핍박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김 대표는 "이 정권은 말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후의 발악이라고 여겨진다"며 "탄핵이 왜 필요한지 입증하는 사건이 백자에 대한 탄압이다. 이 탄압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사단법인 오픈넷 윤홍기 연구원은 "KTV는 저작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저작 인격권은 창작자와 창작물 사이의 관계를 교란하여 저작물의 창작 등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백자는 영상이 풍자물이며 자신이 노래를 불렀음을 영상 제목에서 분명히 밝혔고 객관적으로도 누가 보더라도 이는 풍자물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풍자 대상이 된 원 저작물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수 백자를 원영상의 저자로 오해할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대통령이나 KTV가 스스로 탄핵이 필요하다고 노래하는 영상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작물을 심하게 변형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영화 등의) 패러디물은 존재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KTV의 이번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한 고소 행위는 공공기관이 저작권법을 남용해 정부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탄압하고 형사 절차를 통해 시민을 겁박하는 심각한 반민주주의적 행위"라며 "KTV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리한 저작권법 위반 형사 고소를 취하하고,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역시 공공기관의 근거 없는 삭제 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백자의 변호인인 김종귀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어느 대학원생이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려서 기소가 돼 200만 원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을 피상적으로 접한 분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공용물건 손상죄로 유죄 판결이 났다"며 "이 사건도 대통령실이나 KTV는 실질적으로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겠지만, 유죄가 안 나올 것 같으니까 저작권법이라는 걸 이용해서 고소를 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쥐 그림 사건과 동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많은 방송사와 유튜버가 KTV의 (대통령 합창) 영상을 써서 보도를 했지만, 사전 승인을 얻어서 보도한 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백자만 딱 집어서 고소를 한 것은 저작권 위반이라기보다는 그 표현의 내용 때문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전제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쥐 그림 사건은 유죄로 나왔지만, 이 사건은 무죄 또는 무혐의로 결국 끝날 것"이라며 "공공저작물의 경우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가 없는 사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김건희 디올백 담당 변호사 최지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KTV를 갔었다. (최지우가) 당시 동아일보 출신 원장인 하종대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직원들이 불려 올라간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서 47건(윤석열 관련 9건, 김건희 관련 38건)을 유튜브에 삭제 요청한다. 얼마 안 있어서 건진 사이다와 가수 백자 TV를 고소한다"면서 "그 고소 법률대리인이 바로 지금 김건희 변호사 최지우다. (최지우와 하종대) 둘 다 총선 직전까지 당내 경선을 위해 계속해서 삭제 요청과 고소를 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을 지킬 KTV 전 원장 하종대와 당시 방송언어특별위원장인 최지우가 자행했던 것은 김건희 경호였다. 김건희 심리경호실장으로 스스로 자임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면서 "대통령 관련 삭제 요청은 달랑 9건인데 김건희 씨 관련은 38건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 KTV가 킴스(Kim's, 김씨 집안) 티비인가. 김건희 티비인가"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윤석열 말대로 한 번 고소당하면 그 심정이 얼마나 힘들고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직업적 활동이 붕괴되는 데, 이 고통들을 일반 국민을 향해서 괴롭히느냐"면서 "그래서 백자 가수가 '탄핵이 필요한 거죠'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고, 어느 누구도 법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 탄핵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백자는 이번 KTV의 고소에 대해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되지도 않는 고소로 시민분들의 시간을 뺏고, 기자님들의 지면을 뻇고, 영상을 뻇고, 경찰관들의 행정낭비가 되는 것"이라며 "도대체 윤석열과 김건희 때문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낭비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이 아까운 시간을 위해서도 당장 탄핵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백자는 "대선 기간 예능프로그램 SNL 배우들이 풍자해도 괜찮냐 물었는데 윤석열이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그거는 배우님들의 권리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풍자했다고) 고소하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게다가 (저를) 저작권법으로 고소했는데…"라고 운을 뗀 뒤, "건희야, 네가 (고소)한 거잖아. 네 손으로 고소해. 맞다이(맞상대의 은어) 떠야지. 뒤에 숨지 말고"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크게 박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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