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중심 운영으로 결집시켜 강한 야당으로”
“강성 당원 표현, 지지자들 낙인 찍는 공격 언어”
“수박이란 말도 가급적 안 써야…분열 씨앗 돼”
“다양한 의견 조율 거쳐 당론 결정되면 따라야””
“윤석열 퇴출과 민주정부 수립에 힘 실어달라”
호남의 대표적인 혁신 의원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이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제주, 인천, 강원, 경북, 대구, 울산, 부산, 경남 전당대회에서 민 의원은 총득표율 6.14%로 최고위원 후보자 8명 중 8위를 기록해 최종 선출될 5명 안에 들어가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간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계속해 고배를 마신 터라 민 의원의 당선 여부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적지 않다. 민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때 “윤석열 검찰 독재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전방에서 싸울 전사가 필요하다”며 검찰 독재와 싸우다 죽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는 지난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 의원을 만나 최고위원 출마 계기와 검찰 독재에 맞설 수 있는 민주당만의 복안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총선 민심과 호남 목소리 당에 제대로 전달하려 출마 결심”
“이제 시민정치의 시대…당원 중심의 당 운영이 기본 조건”
-최고위원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총선 민심을 제대로 받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선 때 광주에서 시민들이 잘 좀 싸워서 윤석열 정권을 퇴출시켜 달라고 하셨습니다. 또 하나는 민생을 살피라는 요구입니다. 2년 동안 내내 들은 얘기입니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지도부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제가 구청장 할 때도 느꼈지만, 지역의 목소리가 당에 제대로 반영이 잘되지 않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호남과 광주의 민심을 지도부에 잘 전달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민주당을 강한 야당으로 만들 복안을 가지고 있나요?
“강한 야당의 속성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당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결집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통일성과 다양성이 긴장 관계에 놓이는 것입니다. 다양성이 죽고 통일성만 강조하면 획일화할 위험이 있고 유연성이나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렵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원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이 끝나고 제가 이재명 대표께 ‘정치인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시민 정치의 시대가 왔습니다. 당 운영 방식도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국민 중심 국정 운영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원 중심 당 운영이 기본 조건이 되는 겁니다. 중앙당이나 여의도 정치가 지역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치는 국회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이 대표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합니다’라는 말이 바로 그 원리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인들에게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 발짝만 앞서가야 된다’며 국민들 가까이에서 끌고 가야 한다는 리더십을 강조하셨지만 요즘은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반 발짝 뒤에서 밀고 나가야 됩니다. 제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엘리트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는 거죠.”
“이재명 일극체제? 당원과 지지자들 공격하는 비겁한 표현”
“수박이란 표현도 내부 분열 씨앗…총선 이후 거의 사라져”
-언론들이 민주당이 너무 강성 당원들에게 휩쓸리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늘 제기합니다.
“이것은 민주당에 대한 아주 공격적인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근거를 가지고 강성이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하면 안 됩니다. 회기 중에 왜 체포 동의안을 제출합니까? 혐의가 있으면 그냥 기소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체포 동의안을 결사 반대 하면 강성 당원입니까?
강성 당원이라는 말은 민주당의 적극적인 지지자들을 낙인찍기 위한 공격의 언어이지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언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최고위원 선거에서 ‘명심 경쟁’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라는 말을 쓰는 것도 당원과 지지자들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과정을 공격하기 위한 비겁한 표현이죠.
그렇다고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겠습니까? 지난 총선 때 병립형과 연동형 논쟁이 있었는데, 병립형으로 가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연동형으로 가야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병립형을 반대했습니다. 결과는 결국 연동형으로 결정됐고 총선 승리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결정이 적절치 않다고 여기면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지하고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위는 사실 박수받을 일이죠.”
-얼마 전 김두관 의원이 이 대표의 일극체제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심과 다른 주장을 하신 분들은 자기 정치 관점에서 본 겁니다. 당내에 다양한 정파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완전 동의합니다. 정파는 노선과 가치 체계가 우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집단의 이익이 우선이 됩니다. 김두관 후보가 비판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런 계파주의적인 시각에서 하신 말씀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잡기 위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략기획위원장을 하면서 최고위원회의에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다릅니다. 이 대표의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얘기를 듣는 겁니다. 제가 전략기획 회의 진행을 하느라 말을 많이 하면 말을 하지 못한 다른 분들에게 얘기할 기회를 줍니다. 다양한 얘기를 듣고 마지막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이 옳은지 아닌지 의견을 계속 묻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결국 정리가 안 되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실제로 보고 참여해 본 분들은 무슨 뜻인지 다 아실 겁니다.”
-당원들이 속 다르고 겉 다른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의미로 ‘수박 색출’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그런 표현을 가능하면 쓰지 말자고 말합니다. 자칫하면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로 인해 내부가 실질적인 분열로 가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렇다고 겉 다르고 속 다른 분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총선 이후에는 자신의 이해를 위해 당내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의원들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설령 조금 남아 있다고 해도 드러날 계기 자체가 없을 겁니다.”
“당내 다양한 의견 분출해도 조율 거쳐 당론 결정되면 따라야”
“윤석열 퇴출하고 새로운 민주정부 수립하도록 힘 실어달라”
-곽상언 의원의 경우 당론으로 정해진 검사 탄핵 법안에 대해 일부 기권을 했습니다.
“당론은 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결정되기 전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고 그 의견들을 조율해서 당론으로 결정되고 나면 그때부터 당론은 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다수 의견이 당론으로 확정되면 누구나 당론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죠.”
-광주시당 위원장 선거 관련해서 민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들이 양부남 의원을 추대한 것을 두고, 여의도 정치를 탈피해 원외 정치인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시대 정신과 안 맞는 흐름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우선 합의 추대했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시민들께 상황을 보고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지역 분들과 간담회를 한 건데 언론이 그렇게 몰아갔습니다. 당시 상황을 잠깐 설명하자면 제가 최고위원 출마를 결정하고 7명 중에 누군가가 시당위원장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서로 너무 심한 경쟁을 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보여지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의원들이 조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정이 안 돼서 남은 두 분이 알아서 정리를 하셨는데, 제가 합의 추대를 했다는 보도가 나갔습니다. 시민들께 보고하는 부분이 서툴러서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당원 주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특정인을 밀어주는 일은 없습니다. 오해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유산이기도 하지만 각종 개혁 실패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까?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법적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흔들어버릴 공간이 생긴 거죠. 그 틈을 윤석열이나 한동훈 같은 정치검찰 세력이 치고 들어온 겁니다. 첫 번째 책임은 윤석열이나 한동훈 같은 정치검찰에게 있고, 두 번째는 그들을 제어하지 못해 검찰 개혁을 미완에 그치게 한 저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겠죠.”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는 매우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만취 운전자가 대한민국이라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항입니다. 재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정말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민주 정부 4기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새로 꾸려지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역사적 책무를 잘 감당할 수 있는 최고위원을 뽑아 효율적이고 역동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 정리 : 정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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