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국제정치학자 월트 예상
바이든이나 트럼프 누가 당선되든 마찬가지
나토 가입, 우크라에 득되지 않고 전쟁만 장기화
우크라 전쟁 장기화, 아시아 안보 악화시킬 것
존 미어샤이머와 함께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을 대표하는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그 승자가 누가 되든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이나 평화협정 교섭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그때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모두 종전 서두를 것
월트 교수는 지난 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되면 어떤 형태로든 휴전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렇게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동남부의 돈바스(루한스크, 도네츠크 주)와 자포리자, 그리고 크림반도 주변의 헤르손 주 등 2022년 2월 침공 이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4개 지역(우크라이나 영토의 15~20%)의 탈환을 포기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겠지만, 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본다”면서, 트럼프는 그 교섭이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중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폐물”이라 선언하며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한 적이 있고, 나토에 기여(방위비를 GDP의 2%로 인상하는 등)하지 않는 가맹국들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원하는대로 하게 내버려 두겠다는 말까지 했다.
<뉴욕타임스>도 9일 기사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자신이 공언해온 대로 우크라이나와 푸틴의 평화협정을 중재하러 나서면서 협상을 서두를 것이며, 그것은 아마도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포기와 나토 가입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토 가입, 우크라에 득되지 않고 전쟁만 장기화
나토 창설 95주년을 맞아 9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월트 교수는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우크라이나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자국의 존망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가입을 막는 것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런 자세를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것이기에,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집착하면 전쟁은 계속될 것이고,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우크라이나는 국가 파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떠나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의 나토) 가입은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실현하겠다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으나, 결국은 전쟁을 연장시켜 우크라이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
월트 교수는 2008년 나토 정상회의 때 당시 조지 부시 미국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집착하면서 장차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키기로 합의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2022년에도 전쟁을 막을 기회가 있었으나 그것을 놓쳤으며, 거기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가 군사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위협했을 때 러시아는 분명히 뭔가의 합의를 모색하고 있었지만, 미국 등 나토 쪽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가입을 선택지에서 제외하기를 거부했다면서, “전쟁 발발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도 당시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크게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나토, 우크라이나, 러시아 누구에게도 이 전쟁은 하지 않는 게 좋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언제까지 나토에 가입시킬지 일정을 구체화하는데는 소극적이지만, 장차 가입시키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월트 교수는 미국 내에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세이며,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나토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하는 나토 규약 때문에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의 정보 당국과 일부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유럽의 많은 지도자들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언젠가는 가입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기묘한 타협책이 만들어졌다. 월트 교수는 그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궤도 수정을 하자고 미국 지도자들이 지금 얘기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월트 교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휴전이나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 러시아와 효과적으로 교섭해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하는데 충분한 장비와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크라 전쟁과 아시아 안보, 직접적 연관 없어
그는 또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고 아시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격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는 한 곳에서 힘을 과시하면 다른 곳에서도 그것이 보탬이 된다는 식으로 일이 돌아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아시아인들이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아시아의 정세를 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고 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의 말을 두고, 불법 침략에 반대하고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이의는 없다면서, 하지만 “아시아의 평화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승리가 절대불가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오히려 아시아 안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의 경쟁은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끌면 끌수록 아시아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설사 이상적인 형태는 아닐지라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종결시키고, 미국이 더 중요한 쪽에 주의를 돌리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든 나토든 어느 한 쪽이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명해야 한다면서, 가입하지 않더라도 나토 가맹국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정치 경제적 관계도 유지할 수 있으며, 무기도 구입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권이든 구미권이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 완충국가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 바이든에 토론실패 만회 기회
한편 9~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회원국들의 결속을 확인하는데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자리는 지난 6월 27일 트럼프와의 첫 토론회에서 ‘실패’한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후보 사퇴론까지 불거지게 만든 미국 내 여론 악화를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대비책도 논의
핀란드와 스웨덴 등 새로 가입한 나라들을 포함한 32개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나토 정상들은 내년부터 연간 400억 유로(약 60조 원)씩 지원을 계속하는데 합의하고, 회원국들이 각각 실시해 온 우크라이나 지원을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새로운 사령부를 독일에 설치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나토 문관을 처음으로 상주시켜 우크라이나 정부와 조정하게 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나토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공동선언에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나토 가입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한 문구”를 넣는 방향으로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컨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못박는다고 해도 구체적인 가입 일정을 확정하는데까지 나아가진 못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크라 전선, 교착상태 장기화 예상
우크라이나의 현재 전황은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전선을 중대하게 변화시킬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에릭 씨어러멜러는 말했다.(<뉴욕타임스> 9일)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뒤 러시아의 공세 속에 수세로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몇 개월 동안 확정하지 못했던 610억 달러 지원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는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들이 강화되면서 다시 공세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동원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선은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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